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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년만에 들통난 벤츠의 거짓말…퇴색한 '삼각별'의 의미

입력 2024-08-09 06:15
신문게재 2024-08-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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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기 산업IT부 차장
“배터리 셀 공급업체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 말은 2년 전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에서 당시 부사장을 맡고 있던 크리스토프 스타진스키가 한 말이다. 최근 차량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 논란의 중심에 선 EQE를 출시하며 했던 말인데, 신뢰할 수 없는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되는 것에 대한 질문에 이런 답변을 내 논 것이다. “안전성과 품질에 대한 보증은 벤츠가 한다”며 걱정하지 말라는 투였다. 그는 당시 벤츠의 전기차 개발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말은 결국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됐다. 더 충격적인 건 벤츠가 그동안 거짓말을 해왔다는 사실이다. 화재는 내연기관차도 난다. 수만개의 부품이 조합되다 보니 화재는 피할 수 없다. 그것이 전기차라고 해서 다르진 않다. 하지만 거짓말은 다르다. 벤츠는 차량 가격이 1억원이 넘는 EQE에 CATL의 배터리셀이 탑재된다고 했다. CATL은 중국 배터리업체이긴 하나 나름 시장에선 이름이 알려진 곳이다. 중국이란 거대 내수시장이 뒷배가 되긴 하지만 세계 점유율 1위 업체다. 그러나 EQE에 탑재된 배터리는 CATL이 아닌 파라시스였다. 우리나라에선 소위 ‘듣보잡’으로 불린다. 관련업계 종사자조차 파라시스라는 업체를 이번에 처음 들었을 정도다. 그래서 인지는 알 수 없으나 벤츠는 이번 화재가 나기 전까지 이 사실을 감추고 있었다. 아니 속이고 있었다. 파라시스는 중국에서도 결함 논란으로 폐업 직전까지 몰린 업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믿었던 벤츠에 발등을 찍혔다. 자국 독일보다 한국에서 벤츠가 더 많이 팔린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벤츠가 가장 많이 팔리는 국가 중 세 번째다. 벤츠의 엠블럼인 ‘삼각별’은 한국인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육지, 바다, 하늘 등 모든 영역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삼각별의 의미는 가슴을 웅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배신과 무책임이다. 벤츠는 EQE 화재가 났을 당시에도 파라시스 배터리라고 고백하지 않았다. 파라시스 배터리 탑재된 사실은 소당방국 등 우리정부가 화재 원인을 조사하면서 밝혀냈다.

천원기 산업IT부 차장 10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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