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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2080] 입 호흡보다 코 호흡… 숨만 잘 쉬어도 장수합니다

중년 이후 건강 좌우하는 호흡의 기술

입력 2024-09-09 07:00
신문게재 2024-09-0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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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숨쉬기’는 일상에서 대단히 저평가되어 있는 생활습관이다. 숨 쉬는 것의 진짜 중요성과 그 놀라운 기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숨 쉬기는 생존을 위해 필수지만, 평정심을 갖고 안정된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데도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숨 쉬기야 말로 ‘몸과 마음을 살리는 행위’”라고 말한다.





◇ 당장 ‘입 호흡’을 ‘코 호흡’으로 바꿔라

제대로 호흡을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건강관리 상태가 현격히 달라진다는 국내외 연구 보고가 많다. 그런 연구 보고서의 대부분은 최적의 호흡 방법으로 ‘충분히, 그리고 가능한 느리게 숨 쉬기’를 권한다. 입 호흡 보다는 코 호흡이 훨씬 건강에 좋다고 일관되게 말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대부분 현대인들이 지나치게 ‘과 호흡’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호흡의 기술’ 을 쓴 제임스 네스터는 “당장 숨 쉬는 방법부터 바꾸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을 직접 실험도구로 삼아, 입으로만 숨 쉬고 코로만 숨쉬기를 번갈아 수백 번 씩 반복했다. 그의 결론은 ‘입 호흡’을 하루 빨리 ‘코 호흡’ 위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제안한 호흡법이 5.5초 동안 들이 쉬고 5.5초 동안 내쉬는 ‘5.5 호흡법’이다. 그는 “숨 쉬는 방법에 따라 중년 이후의 건강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코 호흡이 입 호흡보다 좋다는 사실은 이미 200년 전부터 비밀 아닌 비밀이었다. 네스터처럼 스스로를 실험 대상으로 해 호흡법을 실험했던 조지 캐틀린은 1862년 <생명의 숲>이라는 저서에서 “평균 수명이 40세 안팎이던 시절에 내가 76세까지 장수했던 비결은 오로지 항상 코로 호흡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코를 통한 호흡 능력이 장수의 비결이었다는 그의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의사도 “입으로 하는 호흡은 사람의 외형을 바꿔 놓는 것은 물론 기도까지 변형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적이 있다. 그는 “코가 우리 몸의 문지기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코 호흡만으로도 우리 몸에 필수인 산화질소를 6배나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입으로만 호흡하는 것보다 18% 가량 더 많은 산소를 흡수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얘기다.
 

호흡법 1

 

◇ 코로 더 느리게 숨 쉬기

전문가들은 현대인들이 지나치게 많이 숨을 쉬며 산다고 말한다. 오늘날 의학적으로 ‘정상’으로 여겨지는 분당 호흡 수는 12회~20회인데, 이 수치가 과거에 비해 너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성 과호흡으로 고통받는 현대인이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권하는 것이 ‘더 천천히, 더 적게’ 숨을 쉬라는 것이다.

제임스 네스터가 제안한 ‘5.5 호흡법’도 결국은 느린 호흡 연습법이다. 그는 이렇게 숨을 쉬면 필요한 공기의 2배를 쉽게 들이쉴 수 있으며, 이렇게 더 적은 횟수로 더 많은 양을 들이쉬고 내쉬는 연습 만으로도 남들보다 더 건강해 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주 의료 연구팀도 들숨과 날숨의 길이가 같고 분당 호흡 수가 일정할 때 호흡 리듬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렇게 해야 뇌로 가는 혈류가 증가하고 체내 균형이 잡혀 심장과 혈액순환, 신경계 기능이 가장 높은 효율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네덜란드의 코골이 전문의 레비누스 렘니우스도 “500년도 넘은 1500년대에 이미 수면 중 입 호흡이 얼마나 위험한 지 검증이 이뤄졌었다”고 말했다. 입 호흡 위주의 숨쉬기가 코 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의 큰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고령자일수록 코로 깊고 느리게, 편안하게 숨쉬는 연습을 더 자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재 조명되는 ‘하버드 호흡법’

하버드 의학부 객원교수 출신의 호흡법 전문가 네고로 히데유키 박사가 수 년 전에 제안했던 ‘하버드 호흡법’이 최근 들어 재 조명되고 있다. 하버드 호흡법의 핵심은 ‘코로 숨쉬기’, 그리고 ‘느린 복식 호흡’이다.

먼저, 배에 손을 대고 코로 천천히 가볍게 숨을 들이마신 뒤 배의 힘을 빼면서 천천히 느린 속도로 가늘고 길게 숨을 내쉬는 호흡법이다.

하버드 호흡법은 여러 가지 응용 모델이 있다. 가장 기본적인 호흡법은 의식적으로 내쉬는 숨을 두 배로 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로 흥분되거나 호흡이 얕아질 때 효과가 좋다고 한다. ‘4·4·8 호흡법’이라는 것도 있다. 코로 2~3회 복식호흡으로 배를 부풀리면서 4초 동안 코로 숨을 들이마신 후 4초 동안 숨을 멈추고, 이어 배를 안으로 당기면서 8초 동안 코로 숨을 모두 내쉬는 방식이다.

‘한쪽 코 호흡법’도 흥미롭다. 우뇌와 좌뇌가 모두 활성화되는 효과를 기대하는 호흡법이다.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번갈아 양 쪽 코를 하나 씩 막으며 5초 동안 천천히 숨을 내쉬고 5초 동안 숨을 멈추기를 반복한다. 잠이 잘 안 올 때는 ‘10·20 호흡법’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바른 자세로 앉아 하복부와 항문의 힘을 빼고 10초간 천천히 코로 숨을 마신 뒤, 몸에 힘을 빼면서 20초 동안 천천히 코로 가늘고 길게 내쉰다.

코 호흡 2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 건강에 도움 되는 다양한 호흡법들

전문가들이 최근 집중력과 판단력 향상에 도움 된다며 적극 추천하는 것이 ‘마음 챙김 호흡법’이다. 눈을 감고 코로 천천히 숨을 내쉰다. 온갖 잡념을 떨쳐버리고 오로지 코로 공기가 들어오고 나가는 자체에만 집중한다. 노년 건강 전문의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교수도 ‘마음 챙김 명상 호흡법’을 권한다. 하루에 5분이나 10분 정도만 투자해 편안한 숨 쉬기를 연습하면 수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자주 추천되는 호흡법 가운데 ‘4:7:8 호흡법’도 있다. 편안하게 4초 동안 코로 깊게 숨을 들이쉰 뒤 7초 동안 숨을 멈추었다가 8초 정도 코나 입으로 숨을 내쉬기를 4회 정도 반복하는 방식이다. 위스퍼 ‘하’ 호흡법이라는 것도 있다. 누운 자세에서 작은 배게를 대고, 무릎을 세우고 손은 배 위에 가볍게 둔 후 코로 부드럽게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천천히 숨을 내뱉으며 ‘하’ 하고 소리를 내는 호흡법이다.

서서 하는 명상호흡법으로 태극권이나 기공에서 흔히 활용되는 ‘참잠공’ 호흡법도 있다. 좌선이 어려운 허리나 목 디스크 환자들에게 권유되는 호흡법이다. 양 발을 어깨 너비로 벌리고 편안하게 서서 눈을 가볍게 감는다. 이어 무릎을 살짝 굽히고 살짝 엉덩이로 앉는다. 팔은 편안하게 벌려 나무를 안듯이 한다. 혀를 입천장에 댄 채로 코로 편안하게 숨을 쉰다. 5~10분부터 시작해 점차 시간을 늘려간다.

이상의 어떤 호흡법이든 기본은 코 호흡, 그리고 느린 호흡이다. 그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구현되는 행동이 명상이다. 전문가들은 명상과 호흡이 에너지 회복제라고 말한다. 명상이라는 ‘마음 챙김’을 쌓으면서 마음에 안정을 주는 느린 코 호흡을 통해 더 큰 에너지와 집중력과 차분함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댄 해리스의 ‘10% Happier’ 같은 명상 앱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차를 운전하는 동안에 깊은 호흡법을 실천하는 방법도 있다. 차를 운전하다가 신호등에 걸렸거나 긴 정체 상황에 이르렀을 때, 잠시 운전대에서 손을 내려놓고 느린 코 호흡을 해 보는 것이다. ‘5.5 호흡법’이든 ‘4:7:8 호흡법’이든 코 호흡을 하면, 운전 스트레스도 완화할 수 있고 이후 운전에도 심리적 안정감을 찾아 운전하는 내내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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