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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양궁 이끈 리더십을 배워라'…스포츠업계도 정의선 '벤치마킹'

경영계, 정 회장 대담성·혁신성·포용성 '주목'
2024 파리대회서 한국 양궁 전종목 석권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의 저력 각인
정 회장, 세계 최강 한국 양궁 시스템 구축

입력 2024-08-19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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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지난 1일 정의선 회장이 파리 앵발리드에 있는 연습장을 찾아 김문정 여자 양궁 대표팀 코치와 악수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재조명되고 있다. 한국 양궁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전무후무한 ‘퍼펙트 골드 신화’를 써내면서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이 경영계는 물론 스포츠업계에서도 벤치마킹되고 있는 것이다. 200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한 정 회장은 이후 세계 최강 한국 양궁 시스템을 구축한 숨은 주역으로 꼽힌다.



기업 경영을 양궁에 접목한 정 회장은 한국 양궁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받는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력 달성, 비인기 종목임에도 대중적 신뢰와 폭넓은 지지 획득, 한국 스포츠 단체 중 가장 안정적이고 투명한 협회 운영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경영학계에서는 양궁을 통해 보여준 정 회장의 경영 리더십의 가장 핵심 요소로 대담성, 혁신성, 포용성 등 세 가지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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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현지시간) 정의선 회장이 파리 앵발리드에 있는 연습장을 찾아 양궁 3개 종목(여자개인·여자단체·혼성단체) 금메달리스트 임시현(사진 왼쪽), 양창훈(오른쪽 셋째) 여자 양궁 대표팀 감독을 격려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제공)


◇대담성…한국 양궁의 중장기 발전 비전 수립

우선 한국 양궁이 중장기 비전을 수립하고 끈기 있게 실천할 수 있었던 데에는 리스크를 감내하고 단기적 성과보단 본질적인 경쟁력 강화에 노력했던 정 회장의 담대한 행보가 결정타가 됐다는 평가다. 할아버지 정주영 선대 회장,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대한양궁협회를 더욱 공정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단기적인 성과도 중요하지만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야 오랜 기간 강자의 지위를 유지하며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실제 양궁협회는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나 불공정 사례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신 가장 기본인 우수 선수 육성에 힘을 쏟았다. 가능성 있는 인재들을 찾기 위해 2013년에는 초등부에 해당하는 유소년 대표 선수단을 신설하고 장비와 훈련을 지원했다. ‘유소년대표(초)-청소년대표(U16)-후보선수(U19)-대표상비군(U21)-국가대표’에 이르는 선수 육성 시스템을 체계화하면서 최강 한국 양궁의 기틀을 다졌다. 이번 파리대회 3관왕 김우진 선수는 ‘한국 양궁이 강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 공정하고 깨끗한 양궁협회, 선수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걸 지원해 주는 정의선 회장”이라고 답했다.

양궁의 대중화 추진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중 스포츠로 발전해야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다는 정 회장의 평소 지론이 반영됐다. 그는 지난해 12월 한국 양궁 60주년 기념행사에서 “우리 양궁이 대중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며 “국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고 그에 걸맞은 사회적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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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슈팅로봇과 일대일 대결을 펼치고 있는 임시현 선수. 정의선 회장의 제안으로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 R&D 기술을 적용한 훈련장비 및 훈련법을 개발해 양궁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제공)


◇혁신성 앞세운 한국 양궁 최정상 위상 확보

한국 양궁이 최정상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정의선 회장의 혁신성이 크게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혁신성이 없었다면 글로벌 스포츠 환경 변화에 맞춰 새로운 시각과 전략을 마련하지 못했을 것이란 이야기가 스포츠업계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2012년 런던대회가 끝난 직후 정 회장이 제안했던 일은 아직도 회자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연구·개발(R&D) 기술을 선수 훈련과 장비 등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라는 것이었다. 세계 최강 양궁 선수들의 실력에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R&D 기술을 적용하면 장비의 품질 및 성능이 조금 더 완벽해지고 선수들의 멘탈 강화 등 경기외적인 변수를 없앨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이는 정 회장이 늘 강조하는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고 누구보다 먼저 준비하는 ‘미리미리’ 정신으로 이어졌다.

소음 속에서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야구장·축구장 훈련과 실제 경기장을 재현한 연습경기장에서 실전보다 더 실전처럼 연습하는 한국 양궁의 대표적인 훈련 방식이 이렇게 탄생했다. 도쿄대회 때부터 양궁경기에 ‘심박수 중계’가 도입되자 비접촉 방식으로 선수들의 생체정보를 측정하는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비’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것도 정 회장의 철학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파리대회에서도 한국 대표팀은 센강의 거센 강바람이라는 변수를 미리 경험하기 위해 경기도 여주 남한강변에서 환경적응 훈련을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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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회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치르고 있는 양궁 선수들. 정의선 회장은 공정한 선발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 원칙을 계승, 발전시켰다. 한국 양궁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치열한 3차례의 선발전과 2차례의 평가전을 거쳐야 한다. (대한양궁협회 제공)


◇정의선 회장, 양궁인들과 격의 없는 ‘소통’

진정성 있는 소통에 나섰던 정의선 회장의 포용성도 주목된다. 이를 통해 선수를 비롯한 양궁인들에게 소속감을 형성하고 신뢰를 구축할 수 있었단 평가다. 파리대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언론 인터뷰에서 남녀 선수들은 한결같이 정 회장을 언급했다. 임시현 선수는 “한국 양궁 대표팀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가장 큰 도움을 주신 분”이라고 진심 어린 감사를 표했고 김우진 선수도 “정의선 회장님이 ‘머리는 비우고 시합은 즐기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 말을 듣고 즐겼다”고 그와의 대화를 전했다.

장영술 대한양궁협회 부회장은 “디테일이 살아있는 정 회장 특유의 리더십에 수차례감동했다”면서 “정 회장이 최근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 내가 업혀간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양궁협회와 국가대표 선수단이 정의선 회장의 꼼꼼한 준비와 정성 덕분에 성적을 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의 진심어린 소통을 보여주는 일화들은 넘쳐난다. 현장을 중시하는 그의 경영 스타일이 양궁에서도 드러난 것이다. 주요 국제 대회때마다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직접 응원하고 격려하는 정 회장은 말이 아니라 실천적 리더십을 보여준 대표적 경영인으로 꼽힌다.

대한양궁협회 관계자는 “한국 양궁의 발전이라는 협회장의 명확한 비전에 대한 공감대와 현장과 협회간 역할의 균형을 통해 구축된 신뢰를 바탕으로 파리대회 전 종목 석권이라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며 “협회도 정 회장의 진심, 철학, 원칙들이 왜곡 없이 온전히 현장에 전달될 수 있도록 ‘혈액이 모세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흐르듯이’ 시간이 아무리 걸리더라도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원기 기자 10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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