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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학벌·스펙 'NO'… 재능 있는 인재영입 위한 '블라인드 오디션' 열풍

美 '블라인드 오디션' 플랫폼 '갭점퍼스'

입력 2015-06-23 15:41

브릿지경제 권익도 기자 = 최근 미국에서는 NBC방송의 ‘더보이스’라는 프로그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레전드였던 ‘아메리칸아이돌’의 바통을 이어받음과 동시에 더보이스만의 차별화된 콘셉트로 높은 시청률을 구가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들과 다른 점은 심사위원이 참가자를 등지고 목소리로만 실력을 평가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MBC에서 방영되고 있는 복면가왕과 유사하다.



프로그램의 인기 덕택인지 최근 미국 주요 기업들에서도 ‘블라인드오디션’ 형식으로 인재를 채용하는 열풍이 불고 있다. 성별, 인종, 나이, 사회 경제적 배경, 출신 대학 등 일명 ‘스펙’이란 편견 때문에 능력 있는 인재를 유출하고 있다는 ‘자기반성’에서 나온 사회적 현상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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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견’으로 힘든 청춘들을 위하여

미국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최근 미국에서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갭점퍼스(GapJumpers)’라는 플랫폼을 소개하면서 기업의 ‘블라인드 오디션’ 열풍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갭점퍼스는 지난 2012년 네덜란드에서 프리랜서 광고전략가로 일하던 페타르 뷔요조세빅(35), 광고대행사 TBWA두바이에서 전략가로 활동하고 있던 케다르 아이어(35), 두바이에서 웹개발자로 활동하다가 잠시 일을 중단했던 애쉬레이 배류어(28) 세 명의 아이디어에서 나오게 됐다.

세 사람은 대학 졸업 후 스펙 위주 채용 방식에서 실패를 맛봤었고 이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뷔요조세빅은 “내 경우도 그렇고 주변 동료들도 그렇고 대학 졸업 후 취업준비를 하면서 이력서를 제출하면 스펙과 관련된 암묵적인 편견 때문에 입사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었던 경우가 있었다”며 “이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방안을 찾다가 갭점퍼스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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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점퍼스 웹사이트 메인 페이지에는 '더보이스' 오디션 장면 표시돼 있어 '블라인드 채용'을 강조하고 있다.(사진=갭점퍼스 웹사이트)


◇ 실무 테스트 먼저 이력서는 나중에

갭점퍼스는 구직자들을 고용자와 직접적으로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으로 절대적으로 구직자의 ‘실무 능력’에 초점을 맞춰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전략, 디자인, 기술, 마케팅 등 직군별로 세분화 돼 있고 각 직군별로 회사들의 ‘지원하기’ 버튼이 있다. 고용자는 우선적으로 지원자가 작성하는 능력에 대한 기술사항만 보고 업무와 적합한지 판단한다. 이때 이름, 출신 학교, 출신 지역, 성별 등의 요인은 판단 요인에서 제외된다.

능력으로 지원자 중 알맞은 사람을 추리고 나면 갭점퍼스가 주관하는 블라인드오디션 방식의 테스트가 진행된다. 익명으로 지원자 스스로의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도전 과제가 주어지고 해당 직업에 적합한 실무 역량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뷔요조세빅은 “우리 플랫폼은 ‘더보이스’라는 TV 오디션 프로그램과 매우 흡사하다”며 “이력서, 자소서의 키워드보다는 실질적 업무 능력에 초점을 맞춘 고용 방식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6월 출범한 이 서비스에는 현재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미국 최대 전자기기제조사 돌비(Dolby), 파이어폭스를 만드는 비영리 소프트웨어 회사인 모질라(Mozilla), 미 최대 교재대여회사인 체그(Chegg), 이메일 인프라를 클라우드 형태로 구축하는 센드그래드(SendGrid) 등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또 올해 안으로 12개 미국 기업이 추가적으로 갭점퍼스에 등록될 예정이다. 등록된 회사들은 5000~4만 달러의 연간 구독료를 지불하고 갭점퍼스에 등록된 구직자들과 직접 연결을 취할 수 있다. 구직자들에게 이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된다. 채용 이후 기업에게 따로 수수료도 받지 않는다.
 

갭점퍼스
애쉬레이 배류어(왼쪽부터),케다르 아이어, 페타르 뷔요조세빅.(사진=갭점퍼스 웹사이트)

 

◇ ‘다양성’ 갖춘 회사가 살아남는다

뷔요조세빅은 지난해 갭점퍼스 론칭 시점부터 ‘블라인드오디션’의 실질적 성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특히 구글의 사례를 눈여겨봤다. 구글은 현재 ‘60억 인구를 상대하려면 우리부터 다양해야 한다’라는 기치아래 채용 과정에서도 다양성을 하나의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인식한다.

그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의 조안 와이너 기자의 보도에도 주목했다.

와이너 기자는 크레디트스위스 금융 연구기관이 2000개 이상 글로벌 기업들을 분석한 보고서를 인용, 최소 1명 이상의 여성 임원이 있는 글로벌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평균적으로 매출이 높고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높으며 부채 비율은 적다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또 와이너 기자는 시장조사기관 갤럽리서치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미국 호텔이나 소매 기업들에서는 기업 내 직원 성별이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훨씬 더 높은 매출과 이익률을 기록한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뷔요조세빅은 “회사가 1200번의 블라인드 오디션을 거친 구직자 정보를 분석한 결과 참가자 중 54%는 여성이었고 46%는 남성이었다”며 “블라인드오디션 이후 최종인터뷰에 합격한 사람 중 58%, 최종 합격한 사람 중 68%가 여성이었다. 사회적 편견 등으로 상대적으로 기회가 부족하던 이들에게도 기회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더보이스
미국 NBC 방송에서 방영되는 오디션 프로그램 ‘더보이스’(출처: 유투브 화면 캡처)

 

◇ 작은 움직임이 큰 변화를 이끈다

물론 갭점퍼스가 블라인드오디션을 실행한다고 해서 스펙을 아예 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디션 이후에는 각 회사별로 지원자의 이력서를 통해 이름, 학교, 졸업연도 등의 확인 절차를 거치게 된다. 그럼에도 갭점퍼스의 방식은 옳다. 그리고 미국 전역에서 통하고 있다. 채용 과정의 첫 관문을 다양한 사람에게 열어 놓자는 취지가 구직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고 그동안 시간이나 비용 때문에 망설이고 있던 채용자 입장에서도 환영할 일이기 때문이다.

뷔요조세빅은 “많은 기업이 인사에 있어서 다양성이 중요하고 기업 성과에 효과적인 것을 알면서도 시간과 노력 등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기피한다”며 “갭점퍼스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왔으며 앞으로 블라인드 오디션 플랫폼의 미래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권익도 기자 bridgeut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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