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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자영업자… "안돼서 문닫고 잘돼서 쫓겨나고"

입력 2015-08-17 08:03

‘인생 2막의 재도전’. ‘고용 침체기 속 탈출구’.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갖고 자영업을 시작한 이들이 최근 벼랑 끝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상가 임대료에 우후죽순 늘어나는 주변 상가들 탓에 이익은커녕 생존마저 불안한 상태다. 

 

특히 올 상반기 내수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여파까지 더해져 폐업률이 크게 늘었고 영세 자영업자 수는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휴가철 절정…한산한 재래시장<YONHAP NO-0984>
지난달 서울 남대문시장의 모습. (연합)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올해 상반기 기준 397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08만2000명)보다 10만7000명 줄었다. 이는 1995년 상반기의 397만1000명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다.

이처럼 폐업률이 큰 폭으로 증가한 원인은 메르스 등 영향으로 수익에 타격을 입은 것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현장의 중소 자영업자들이 첫손으로 꼽는 어려움은 치솟는 임대료와 건물주의 횡포다.

“자영업자에겐 ‘조물주’보다 더 무서운 이가 아마 ‘건물주’일 거예요.”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 요구에 5년간 일궈온 카페를 내놓고 당산동으로 옮겨야 했던 자영업자 김차인(가명·35)씨의 말이다.

실제로 온라인 점포거래소 점포라인 조사(2008년 11월부터 2014년 10월말까지)에 따르면 서울 소재 점포의 지난해 1년 간 평균 월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점을 넘어섰다. 서울 소재 점포의 2014년 기준 평균 월세는 전년 같은 기간 평균월세 326만원 보다 4만원 더 오른 330만원을 기록했다. 

 

[인포]11

늦게나마 상가 권리금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지난 5월 통과됐지만 실효성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대상 건물의 임차인이나 전통시장 등은 이번 개정안의 권리금 보호 대상에서 제외돼 향후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법제연구원은 “재건축·재개발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 제도화의 실효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상가임대차보호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물주의 횡포 못지않게 자영업자를 괴롭히는 것은 과도한 경쟁이다. 고용률 저하와 은퇴계획 부재 등으로 준비 없는 창업이 늘었고 이는 곧 영세자영업자 간 과당경쟁으로 이어져 주변상권을 초토화시키게 된다.

실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업체 수(2013년 기준 481만7000개)의 비율이 가장 높다.

특히 한국은 OECD국가 중 1~9명 규모의 영세사업체 수가 월등하게 많았다. 1~9명 규모의 사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 수는 605만3143명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고 일어나면 가게가 생긴다’는 말이 생길 정도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창업지원 등 실효성 없는 대책 마련에 나서기 보다 건물주의 횡포를 막고 고용률을 높여 자영업자 수를 줄이는데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효주 기자 hj030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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