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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여러분 모두에게 벌금을 선고합니다.

입력 2016-10-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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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미국의 어느 겨울 뉴욕의 한 빈민가. 재판이 한창인 이곳에 남루한 차림의 할머니가 겁에 질려 있었습니다.

실직자가 된 사위, 병에 걸린 딸. 할머니는 홀로 손자를 키워왔습니다. 곧 금고는 바닥이 났고 가족 모두가 굶던 어느 날, 할머니는 빵을 훔치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곧장 체포되었고, 벌을 주기 위한 재판이 열렸습니다. 판사는 빵가게 주인에게 물었습니다.

“사정을 들으셨지요? 용서할 의향이 있습니까?”
빵가게 주인은 고개를 저으며 엄벌할 것을 청했습니다. 판사는 마음을 정한 듯 선고를 내렸습니다.

“10달러의 벌금형에 처한다”
평소 관용을 베푸는 판사로 이름이 알려져 있던 터라 방청객은 술렁였습니다. 냉정한 빵가게 주인 보란 듯 속 시원한 판결을 기대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빵 살돈도 없었을 할머니에게 10달러가 있을 리 만무했습니다.

할머니가 좌절하려던 찰나 판사는 또 다른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에 예외가 있으면 안 되겠지요.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합니다. 그러나 이런 노파를 나몰라라한 우리에게도 죄가 있으니 모두에게 50센트의 벌금형을 선고합니다”

판사는 솔선수범하여 10달러를 꺼냈습니다. 방청객은 그제야 웃음을 띠었고, 기분 좋게 ‘기부’를 했습니다.

바로 부패와 싸우고 노동조합을 후원하며 서민을 위해 임기를 보낸 미국 뉴욕시장 라과디아입니다.

청년 라과디아는 아버지가 군에 납품된 음식을 먹고 사망하는 일을 겪으며 세상 모든 부패를 척결하리라 마음먹었습니다. 1916년 공화당 후보로 하원의원에 당선되었지만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의원직을 내려놓고 자원입대하기도 했죠.

1933년, 드디어 라과디아는 뉴욕시장으로 당선되었습니다. 당시 뉴욕 실권을 차지하고 있던 마피아 소탕 작전을 벌이며 두목 루치아노를 검거하며 추앙받았습니다.

그는 시장 임기 중 서민을 위해 많은 일을 했습니다. 늘 현장으로 달려가는 시장이었고, 강자든 약자든 그는 항상 곧았습니다. 그를 기념하며 뉴욕에 ‘라과디아 공항’도 만들어졌습니다.

1947년 그가 췌장암으로 서거하자 뉴욕타임즈에서는 이런 글을 게재했습니다.

“열정적이고 적극적이었다. 때로는 화재 현장에 달려 나가고 때로는 비행기를 타고 전국을 날아다녔다. 타고난 투사였던 그는 히틀러 같은 거물이었던 길가의 시정잡배이었던 상대를 가리지 않고 맞섰다”

“뉴욕 수많은 공공건물들만큼이나 많은 역할을 했던 이 작은 거인이 세상을 떠났다. 사람들은 그와 함께 웃는가 하면 그를 비웃기도 했다. 그의 익살에 즐거워했고 그의 경고에 정신을 차렸다. 시청이나 의회에서, 길거리에서나 라디오를 통해 목청을 높였던 그의 목소리가 영원히 사라졌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지금, 우리의 라과디아는 누구인가요?

박민지 기자 pmj@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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