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먹는데 쓰는 돈 마저 줄인 가계… 내수 절벽 앞 유통의 눈물

[2017 신년기획] '4不 탈출' 돌파구를 찾아라

입력 2017-01-04 07:00
신문게재 2017-01-04 3면

 

썰렁한연말백화점
지난 연말 크리스마스와 송년 시즌으로 들썩여야할 서울의 한 백화점 매장이 50% 세일 문구가 무색할 정도로 썰렁한 모습이다.(연합) 

내수 침체의 골이 날로 깊어지면서 소비 침체가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정부의 내수 경기 부양 의지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조금도 나아질 기미가 없다. 지난 해 9월 시행된 부정 청탁과 금품수수 금지 등에 관한 법(김영란법)과 ‘최순실 게이트’ 등 경제·정치 상황과 맞물려 ‘소비절벽’까지 우려되고 있다.


가계소득 증감률이 5분기 연속 뒷걸음질 치면서 여유가 없어진 가계는 지갑을 닫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에 따르면 가계소득 증감률은 2015년 3분기 0%, 2015년 4분기 -0.2%, 2016년 1분기 -0.2%, 2016년 2분기 0.0%, 2016년 3분기 -0.1%을 기록했다.



더구나 가계가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마저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 처분가능소득 증감률은 0.7%로 지난 1~2분기(각 1%)에 비해 0.3%포인트 감소했다. 가처분 소득 증감률이 1%에 못 미쳤던 때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7%) 이후 7년만이다.

실제 100만원이 채 안 되는 돈으로 온 가족이 한 달을 사는 가구가 금융위기 때만큼 많아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체 가구 중 월평균 지출 100만원 미만 가구(2인 이상 가구 실질지출 기준)비율은 13.01%나 됐다. 이는 2009년 3분기 14.04%를 기록한 후 가장 높다.

이 같은 소비 위축을 반영하듯 최근 가계 지출 감소는 식료품 등 필수품을 중심으로 심화되고 있다. 지난 3분기 전국의 2인 이상 가구의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감소하면서 2015년 이후 4개 분기 연속 쪼그라들었다. 2003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후 최장기간 감소세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8로 전월 대비 6.1포인트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기업 구조조정, 높은 실업률 등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가계들이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다시 열 가능성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닫히는 소비자들은 지갑에 가장 경기에 민감한 곳인 유통업계는 숨이 막힐 수밖에 없다. 특히 백화점, 대형마트는 몇 년간 이어진 성장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3년 1.1% 수준이던 백화점 매출 증감율은 2014년 -0.7%로 고꾸라진 데 이어 2015년 -1.2%로 악화됐다.

대형마트도 소비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마트의 경우 3분기 누적매출은 11조11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 4175억원으로 0.6% 감소했다. 롯데마트도 이 기간 누적매출 6조4450억원으로 전년 동 기 대비 0.9% 감소했고 870억원 손해를 봤다.

내수산업인 식품업계도 장기적인 경기 불황에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식품업체들은 신사업을 철수하거나 투자 확대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다. CJ제일제당은 제주도개발공사와 손을 잡고 탄산수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철회했다. 농심도 최근 즉석밥 시장에서 철수, 생산 설비를 팔았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장기불황 국면에서 조속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내수의 추가 침체를 방어하면서 수출에서 경기회복의 계기를 모색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금리 인하와 추경편성의 정책조합과 같은 보다 적극적인 총수요 확대 정책이 요구된다”며 “민간의 소비와 투자 진작을 유도할 수 있는 미시적인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김보라 기자 bora6693@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