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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대답이 맞나요?"…'답정너' 장시호가 이재용 재판서 말하지 않은 '진실'

이재용 부회장 항소심 12차 공판 방청해보니
특검 '입' 장시호 오락가락 답변에 진실 '가물가물'…재판 새 국면
삼성측 "특검에 맞춰 허위진술 가능성 커, 김종·박원오 증언도 살펴봐야"

입력 2017-12-12 15:11

법정 향하는 이재용<YONHAP NO-128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

 

“내 대답이 맞나요?”

녹색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선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도우미’ 장시호씨는 증언내내 검사의 질문에 우물쭈물하며 불안해하는 눈치를 보였다. 그리고 한결같이 “답이 맞나요?”는 표현을 썼다. 누군가에 자신의 말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그 눈빛은 이미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그 답만 말하면 된다)’였다. 급기야 방청객들 사이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상관없이 자신의 형량을 낮추기 위한 증언을 하는 것 같아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비아냥도 들렸다. 국정농단세력이 자신의 과오를 부정하고 이를 오히려 자신의 죄를 감추는 데 이용한다는 뒷말도 더해졌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증언이 끝난 후엔 특검이 장씨의 1심 결과에 항소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간에 나온 국정농단 사건 1심 결과에 특검이 항소하지 않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 특검 ‘입’ 장시호 오락가락 답변에 진실 ‘가물가물’…재판 새 국면

실제 12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뇌물죄 항소심 1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장씨는 오락가락 진술을 번복하며 특검팀의 눈치를 보는 듯한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 설립을 지원한 경위를 따지며 영재센터 이사로 후원금을 모은 이규혁 전 국가대표 스케이팅선수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에 대해 묻자 “제가 지금 동문서답을 했나요?”, “제가 지금 제대로 답변을 한 게 맞나요?” 등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증언하려는 모습이 아닌 정해진 정답을 찾는 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앞서 특검측 신문에서 장씨는 사람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자 특검의 입을 보고 대답하기도 했다.

또한 장씨는 같은 호칭에 대해서도 ‘이랬다저랬다’하는 식으로 말을 바꿔 혼란을 키웠다. 변호인이 카카오톡 메시지에 ‘나 미스김이랑 있는데’라고 한 것을 두고 누구를 지칭하냐 묻자 “이규혁에게는 김 전 차관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이모(최순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뒤이어 등장한 ‘미스김이랑 2년간 일하면서 내가 이렇게 부탁한 적 없었는데’라는 메시지에서는 “그 때는 김 전 차관과 일한 것을 과장해서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미스는 이모도 될 수 있고, 김 전 차관도 될 수 있다”고 답해 법정을 초토화시켰다. 장씨는 이전 재판에서 미스가 김 전 차관을 조롱하는 의미로 쓰인다고 진술한 바 있다. 

특히 장씨는 스스로 증언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발언도 거듭했다. 질문에 답하는 대신 “잘 모르겠다”, “과장해 말했다”, “아는 척을 한 것”, “기죽기 싫어서 그렇게 표현했다”, “갑자기 물어봐서 기억이 잘 안난다”며 여러 차례 진술을 번복하는 광경이 많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몇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특정인의 별칭을 메시지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혼동해서 사용한다는 것은 장씨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해 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이는 정확하지 않은 기억에 의존해 특검에서 진술했을 가능성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 의도적으로 과장된 진술을 하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이야기는 빼고 진술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씨가 오히려 왜곡된 진술을 했을 수 있다고 한 것이다.

◇ 삼성측 “특검에 맞춰 허위진술 가능성 커, 김종·박원오 증언도 살펴봐야”

상황이 이렇자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 김종 전 차관의 진술이나 증언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실제 이날 변호인단은 삼성이 영재센터에 16억원을 후원할 당시 김 전 차관의 역할을 놓고 특검의 봐주기 의혹을 제기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변호인단은 “김 전 차관은 직권남용 사건 말고 다른 건들로 숱하게 수사를 받았지만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며 “특검과 김종 사이에 모종의 합의가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유라씨 이대 입시 비리,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의 위증, 김연아 스포츠영웅 불선정 개입,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의혹 등 그가 수사 받았던 사건들을 열거하며 “특검이 원하는 방향에 맞춰 허위진술을 할 동기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 전 차관은 삼성전자를 압박해 후원금을 강요한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인정받았다. 

박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 역시 마찬가지. 박 전 전무는 여러 재판에서 ‘삼성에서 정유라 외에 승마 선수를 뽑으려고 할 때마다 최씨가 반대해 무산됐다’고 말하는 등 특검에 유리한 진술을 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승마 지원 프로그램을 기획한 삼성 뇌물 사건의 주범은 박원오”라며 “그런데도 특검은 박원오를 공범으로 구속 기소하지 않았고 의인으로 치켜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시호·김종·박원오 등이 자신의 관여를 축소할 목적으로 하려는 진술 신빙성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1심에서 특검편에 섰던 3명 증인진술의 신빙성을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여부가 이 부회장 항소심 유무죄 판단에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봉철 기자 janu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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