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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②] 연극 ‘언체인’ 5년만의 재회…‘선수’ 안유진과 ‘무궁무진’ 정인지

입력 2020-05-16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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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언체인’ 싱어 역의 정인지(왼쪽)와 마크 안유진(사진=썸스테이지 서정준 기자)

 

“(정)인지는 ‘52블루’(52Blue, 2015)라는 작품에서 같이 했어요. 최재웅, 김대종, 박정표 등 그때는 너무 재밌는 배우들이 많았어요. 게다가 막내였어선지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애인 줄 몰랐죠.”

 

안유진의 전언처럼 ‘언체인’(6월 21일까지 콘텐츠그라운드)으로 5년 만에 그를 재회한 정인지는 조용하고 낯가림이 심한가 하면 지나치게 신중하고 진지하며 생각도 많다는 평을 들어왔던 배우다.  

 

하지만 안유진과 함께 있는 정인지는 발랄했고 명랑했으며 어딘가 들뜬 듯 유쾌했다. 그런 정인지에 대해 안유진은 “다른 사람을 만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다른 사람을 만난 듯 정인지, 주변을 전염시키는 에너지 안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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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언체인’ 마크 역의 안유진(사진=썸스테이지 서정준 기자)

“이렇게까지 잘하는 배우였구나를 새삼 깨닫고 있어요. 그간 저에게 인지는 너무 자기 안에 갇힌, 집시의 느낌이었거든요. 아마도 그런 역할이 안주어져서 그랬던 것 같아요. 이렇게 무궁무진할지 몰랐어요. 같이 무대에 있으면 상대방한테 너무 많은 것을 주는 배우죠. 제가 연기를 그렇게 잘하는 배우는 아닌데 인지랑 호흡을 맞추다 보면 저도 같이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는 기분이에요.”


안유진의 말에 정인지는 “본인은 본인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대꾸했다. 이내 안유진이 “나는 멋있는 배우지, 비주얼!”이라며 껄껄거린다.

“언니는 그게 있어요. 같은 공간에 있을 때의 에너지, 사람을 전염시키는 아주 예민한 기운이 남달라요. 같이 공연하면서 그런 에너지에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언니는 그런 부분에서 믿고 갈 수 있는 배우죠. 언니가 앞서 걸어온 궤적을 보면 ‘내가 그 시대에 있었다면 할 수 있었을까’란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정인지의 극찬에 안유진은 “제가 제 자랑을 하자면 저로 인해 ‘언체인’ 연습 분위기가 밝아졌다”며 “자부심을 느낀다”고 눙쳤다.

“(정)성일이도, (이)강우도, (신유청) 연출님도 진짜 재밌고 웃기거든요. 그런데 지난 시즌까지는 너무 심각하고 조용했대요. 작품도 이렇게 어렵고 진지한데 연습실 분위기까지 그러면 얼마나 싫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이번 시즌 초반만 해도 그랬어요.”

이어 안유진은 연습 중 죄의식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하다가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지고 돌아온 신유청 연출이 “나도 자꾸 빠지는 머리카락을 숨기고 있을 때가 있어”라고 우스갯소리를 했을 때를 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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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언체인’ 싱어 역의 정인지(왼쪽)와 마크 안유진(사진=썸스테이지 서정준 기자)

 

“연출님도 분위기를 좀 가볍게 하고 싶어서 하신 얘긴데 다들 너무 심각하게 굳어 있는 거예요. 상처가 될까봐 혹은 예의를 차리느라 숨소리 하나도 못내고 있었죠. 제가 ‘연출님이 우리 한번 웃고 가라고 예를 들어주셨는데 가슴이 아파서 웃지를 못하겠네’라고 대꾸하고서야 웃음이 터졌어요. 그때부터 연습실 분위기가 너무 밝고 재밌고 활기차졌죠. 그거 하나는 자신할 수 있어요.”

 

안유진의 말에 정인지는 “언니가 그렇게 만들었다”며 “함께 하는 배우들 모두가 재밌는 사람들인데 누가 노크하지 않고 열지를 못해서 늘 긴장하고 있었다”고 말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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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언체인’ 싱어 역의 정인지(사진=썸스테이지 서정준 기자)

“언니로 인해도 긴장들이 다 풀려 버렸죠. 지금은 분장실 분위기가 아주 활기차요. 연출님과 유진 언니는 ‘톰과 제리’죠. 언니가 약 올리려고 뭔가를 했다가 되레 당하곤 하거든요. 언니가 톰 역할을 자처하면서 팀 전제가 즐거워졌죠.”



◇‘선수’ 안유진과 ‘재발견’ 정인지 “우리 둘은 아주 재밌게 잘 하고 있어요”

 

“정말 캐릭터를 세심하고 깊게 풀어간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대에서 함께 하다 보면 ‘도대체 비트를 얼마나 쪼갠 거지?’라고 감탄할 때가 많아요. 선수죠.”

안유진에 대해 ‘선수’라고 표현한 정인지는 “그리고 저를 많이 바라봐준다”며 “2, 3인극을 하면서 상대 배우를 바라봐 주는 않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대화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드물었다”고 귀띔했다.

“그럴 때는 되게 외로워요. 각자 살길을 찾아야 하나 싶어 애를 먹기도 해요. 같이 풀어야할 부분이 해결이 안되는 경우들도 생기죠. 그런데 언니는 정말 온전히 저를 바라봐 줘요. 얼마 전에 언니가 신부님 대사에 대해서 지나가듯이 툭 얘기해줬는데 제가 풀지 못해 혼자서 조금씩 고민하는 부분이었어요. 너무 행복했죠.”

정인지의 말에 안유진은 “인지한테서 궁금해 하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저도 궁금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생각을 해봤다”며 “인지처럼 온전히 받아들이는 배우도 드물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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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언체인’ 마크 역의 안유진(사진=썸스테이지 서정준 기자)

 

“쓸 데 없는 참견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스스로가 준비가 안된 경우들도 있어서 연기적인 부분은 방어를 많이 하게 되거든요. 혹은 따라가지 못할까봐 겁이 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인지는 기꺼이 받아들여주니까 이런 저런 생각을 얘기해도 별 부담이 안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전하는 안유진에 정인지는 “전 너무 좋다”며 “언니가 이런 저런 얘기를 해주면서 저 역시 생각을 더 많이, 깊이 해보게 된다”고 대꾸했다.

“겉으로 뭔가 많아지는 게 아니라 내실을 다지는 느낌이랄까요. 온전히 해결하지 못해서 과해졌던 것들, 그걸 대신하려고 가져다 썼던 도구들이 필요 없어졌죠. 2인극에서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서로 밖에 없다 보니 ‘동력원’ 같은 느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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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언체인’ 싱어 역의 정인지(사진=썸스테이지 서정준 기자)

정인지의 말에 안유진은 “결론은 우리 둘이는 아주 재밌게 잘하고 있어요!”라고 씩씩하게도 외친다.


◇정인지의 ‘헤드윅’, 안유진의 ‘킬링 이브’ 그리고 ‘나’ 사랑하기!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헤드윅’의 헤드윅을 여자 혹은 실제 성 소수자 배우가 해보면 어떨까. 자존심은 세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그런데도 살려고 발버둥치면서 상처받을까 더 높은 벽을 쌓아 자신을 가두고 송곳을 박는, 누군가 스쳐 가면 더 높이 벽을 쌓고 뾰족해지는 그런 헤드윅이요.”

안유진의 설명에 정인지는 “언니 얘기를 들으니 ‘헤드윅’의 헤드윅이 해보고 싶어졌다”며 드래그 퀸(Drag Queen, 예술이나 오락, 유희를 목적으로 여장을 한 남자)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되게 힘들 때 넷블릭스에서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Rupaul‘s Drag Race)를 정주행했어요. 저한테는 너무 힘이 됐죠. 드래그 퀸은 단순 여장 남자가 아니잖아요. 그 자아를 만들기 위한 실제 과정이 너무나 디테일하죠. 그렇게 스스로를 만들어가고 치유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저 역시 치유되거든요. 저한테 드래그쇼는 힐링이에요.”

안유진은 ‘잔다르크’와 더불어 “언젠가 ‘킬링 이브’(Killing Eve)가 무대화된다면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귀띔했다. BBC 아메리카의 드라마 ‘킬링 이브’는 루크 제닝스(Luke Jennings )의 소설 ‘코드네임 빌라넬’(Codename Villanelle)을 바탕으로 한 추격 스릴러로 2018년 첫 시즌을 시작해 세 번째 시즌이 방영 중이다. 사이코패스 킬러 빌라넬(조디 코머)과 영국 정보부 요원 이브(산드라 오), 두 여자가 벌이는 추격전을 다룬 작품으로 마냥 진지하지만도, 마냥 가볍지만도 않은 심리 스릴러다.

“인지가 ‘사의찬미’를 해도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난 네가 섹시한 걸 아직 못봤거든”이라는 안유진의 말에 정인지는 “응 나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 딱 맞는 스타일이야”라며 명랑하게도 웃는다.

“언니 저 진짜 섹시해요. 의왼데 생각보다 섹시해요. 우리는 ‘나’를 사랑해야 해요. 우린 너무 자기 탓을 많이 하면서 살아왔잖아요. 누군가는 자신의 잣대를 들이대기도 하지만 우린 괜찮아요! 모두에게 말해 주고 싶어요. ‘나’를 사랑해도 된다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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