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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치이고, 애슬레저에 밀리고… 갈길 잃은 아웃도어 업계

입력 2020-09-24 13:59
신문게재 2020-09-25 8면

아이더클래스 등산
아이더클래스 등산 (사진=아이더)

 

코로나19 장기화로 타인과 접촉을 줄이면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방법으로 혼산(혼자 산행)을 즐기는 2030세대 산행족이 늘었지만, 레깅스를 비롯한 애슬레저(운동+레저) 의류에 밀리며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입지는 더욱 더 좁아지고 있다.



23일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아웃도어 시장 매출은 2014년 7조16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5년 6조8000억원, 2016년 6조원, 2017년 4조5000억원, 2018년 2조5524억원으로, 2조원대로 급락하면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매출 회복을 노렸던 지난해 역시 따뜻한 겨울 날씨가 지속되며 매출이 더 줄어들어 재고 부담만 잔뜩 키워 놓았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부터 이어진 ‘코로나 셧다운’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업을 철수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최근 유럽 3대 아웃도어 브랜드인 ‘마무트’는 국내 시장에서 사업을 포기했다. 2005년 수입을 통해 국내에 처음 선보인 마무트는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2013년 직진출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으나 더 이상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해 철수를 결정했다.  

 

빈폴스포츠
오프라인 매장 철수에 들어간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스포츠(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지난 6월 ‘빈폴스포츠’ 사업 부문을 정리키로 했다. 현재 백화점, 가두점 등 1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빈폴스포츠는 내년 2월까지 순차적으로 매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앞서 LF도 지난해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 사업을 15년 만에 접기로 결정, 올해 안에 81개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두 업체 모두 최근 매출이 1000억원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이밖에도 휠라아웃도어(휠라코리아), 살로몬(신세계인터내셔날), 헨리헨슨(금강제화), 잭울프스킨(LS네트웍스), 노스케이프(형지) 등이 줄줄이 사업을 중단한 상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 얼마나 손실이 늘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 때 1020세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황금기를 누렸던 아웃도어 시장이 침체기를 맞이한 이유는 브랜드 포화에 따른 출혈 경쟁과 트렌드에 뒤떨어진 이미지, 애슬래져(athelete+leisure) 트렌드 가속화 등이 꼽힌다.  

 

원마일 웨어 젝시믹스, 폰디먼트
원마일 웨어 젝시믹스, 폰디먼트

 

실제로 ‘노스페이스’를 운영하는 영원아웃도어를 비롯해 블랙야크, 네파, K2코리아, F&F 등 주요 아웃도어 업체들의 지난해 총 매출은 약 1조8277억 원으로, 전년 대비 0.3% 증가에 그쳤고, 영업이익도 네파 등 일부 업체들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부터 ‘플리스’ 일명 뽀글이가 시장을 강타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매출 상승을 기록하지 못하고 경쟁만 치열해졌을 뿐이다.

최근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나홀로 산행족을 즐기는 2030세대가 늘었지만 ‘아재 패션’ 이미지의 아웃도어보다 운동복과 일상복을 겸할 수 있는 ‘안다르’, ‘젝시믹스’ 등 애슬레저 의류에 밀리며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등산 열풍 속에서도 ‘애슬러저’룩에 밀리며 반등 기회마저 잃었다”며 “애슬레저의 경우 전문 업체가 등장하고 점차 강화하는 반면 아웃도어는 패션 대기업이 철수하는 등 ‘탈 아웃도어’ 트렌드가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양길모 기자 yg10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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