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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픽'] 일본 강타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 대여 서비스

입력 2020-12-30 17:18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 대여 서비스, 일본에서 인기. 사진=트위터

 

일본 도쿄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대여 서비스가 인기다.



2018년 6월 일본 트위터에서는 한 청년의 게시글이 눈길을 끌었다. 30대 중반의 모리모토 쇼지는 “‘렌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혼자 가기 어려운 가게, 인원수 맞추기 등 단 한 사람분의 ‘존재’만이 필요할 때 이용해주십시오. 도쿄 고쿠분지역에서 오가는 교통비와 음식비만 받습니다. 지극히 간단한 응답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라는 기이한 소개글을 올렸다.

1983년생인 모리모토는 대학원을 졸업한 뒤 출판사 편집자로 일했다. 하지만 성과에 대한 압박과 구성원들과 커뮤니케이션 어려움을 겪은 그는 3년 만에 퇴사했다. ‘무엇을 해내야 한다’는 강박을 벗어 던진 그는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쉬었다. 그러다 넘치는 개인 시간을 다른 이에게 대여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 일을 시작했다.

근면, 성과, 조직에 대한 충성이 권장되는 일본 사회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테마는 역설적으로 일본인들의 호기심을 이끌기에 충분했다. 몇몇 이들이 미심쩍은 마음으로 대여 서비스를 신청했고, 그들은 서비스 이후 알 수 없는 만족감을 느꼈다고 증언했다. 트위터 DM으로 의뢰받는 그의 서비스는 알음알음 알려졌고, 1년 반 만에 팔로워만 27만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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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사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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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신청자들은 ‘혼자 가기 어려운 테마카페에서 빙수 같이 먹기’ ‘롤러코스터 옆자리 앉아 주기’ ‘기차를 탄 자신에게 손 흔들어 주기’ ‘빈 작업실에서 소품 제작 작업이 무서우니 옆에서 봐주기’ ‘피카츄 복장을 한 자신과 시부야 거리 음식점에서 카레 먹기’ ‘이혼 서류 제출 시 말 없이 동행하기’ 등을 요청했다. 모리모토는 자신이 내세운 콘셉트답게 대부분 방관자의 입장에서 함께 했고, 의뢰인들은 친분이 없는 모리모토에게 편안함과 만족을 느꼈다.

모리모토도 매체 인터뷰에서 “원래 부정적 성격이 적극적으로 바뀐 느낌이다. 이전에는 어떤 사물이나 사건을 바라봐도 가치를 못 느꼈지만 의뢰인들의 이야기와 행동을 보고 그날의 감상을 트위터에 올리며 공감을 얻었다. 이후 내가 바라본 것들의 가치를 알게 됐다”며 달라진 삶의 시각을 말했다.

서비스 개시 1년 동안 1000여명의 신청자가 있을 정도로 알려진 대여 서비스는 2019년 NHK 다큐멘터리 ‘더 논픽션’에 출연 이후 더욱 유명해졌다. 심지어 단행본 에세이와 만화로 탄생했고, 올해에는 TV Tokyo 드라마 ‘렌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으로도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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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유명세에도 모리모토는 여전히 대여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초기 무료 렌탈 정책에서 현재는 1만엔(약 10만원)의 요금을 받기로 했다. 서비스 의뢰가 대폭 줄었으나 장난스러운 문의가 감소해 나름 장점도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의 존재가 가볍든 무겁든 ‘관여’에 얽매인 이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찾은 모양새다. 자유롭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은 역설이 바다 건너에만 있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다.

이종윤 기자 yagubat@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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