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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스케이프] 첼리스트 문태국의 “그냥 첼로”와 피아니스트 신창용의 “마이웨이 피아노”…서로의 악기에 대한 경외

[허미선 기자의 컬처스케이프 ②] 롯데콘서트홀 인하우스 아티스트 첼리스트 문태국, 피아니스트 신창용

입력 2022-03-26 13:54

문태국 신창용
롯데콘서트홀 인하우스 아티스트로 선정된 첼리스트 문태국(왼쪽)과 피아니스트 신창용(사진=이철준 기자)

 

“저희 (롯데콘서트홀 인하우스 아티스트 선정을 알리는) 기자회견날(2021년 12월 6일) 처음 봤어요.”



1994년생 동갑내기로 2022년 롯데콘서트홀 인하우스 아티스트로 선정된 첼리스트 문태국과 피아니스트 신창용은 한목소리를 냈다. 문태국은 “(신)창용이는 (클래식 예능 유튜브 채널)‘또모’에서 보고 재밌고 상큼하고 발랄한 줄은 알고 있었다. 처음엔 좀 어색했지만 이제는 편해졌다”며 “저도 은근 발랄한 면이 있어서 저도 모르게 튀어나오곤 한다”고 털어놓았다. 신창용은 “누군지 알고는 있었고 동갑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언제나 살짝 궁금했던 사람”이라고 말을 보탰다.

“워낙 착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어떤 사람일까 했어요. 이번에 처음 만나서 살짝 궁금한 건 풀렸어요.”

처음 만나 어색했던 두 사람은 “자정 넘어 문자가 오곤 한다”는 문태국의 증언(?)대로 신창용이 “공연을 준비하면서 스스로를 구석까지 몰아붙이다가 지치면 연습실에 가만히 앉아서 고통을 곱씹다가 (문)태국이한테 ‘난 왜이렇게 못하지? 집엘 못가겠어!’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고 할 정도로 친해졌다.


◇신창용의 “평생해도 모를 피아노” 문태국의 “그냥 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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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콘서트홀 인하우스 아티스트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신창용(사진=이철준 기자)
“피아노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평생 해도 모를 악기 같아요. 너무 많아서 모든 피아노곡을 다 연주 못하고 가겠죠. 그래서 더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게 아닐까 싶어요.”

피아노에 대해 “여전히 궁금한 악기”라고 표현한 신창용은 “피아노는 혼자 마이웨이를 쉽게 할 수 있는 악기 같다”고 부연했다.

“열 손가락을 다 써서 누르고 음을 낼 수 있잖아요. 음역대가 이만큼이나 있으니 속 시원하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맘껏 표현할 수 있죠. 내 안에서 노래가, 멜로디가 나올 때 어떻게 컬러를 만들어내고 양손 밸런스를 맞출지를 고민하기는 해요. 그런데 무대에서는 피아노가 가장 컨디션이 좋아요. 그래서 (연습할 때보다는 항상 더) 잘 돼요. 피아노가 워낙 좋아서 무대에서는 울림도 다르고 좀 더 수월하게 노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문태국은 첼로에 대해 “첼로는 첼로인 것 같다”며 “예전에는 첼리스트라는 데 의미를 부여해서 사람 목소리를 내는 소리, 심장에 가장 가까운 소리라는 누군가의 말에 나는 첼로에 대해 어떻게 얘기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아무리 고민해도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첼로는 무반주 곡이 많은 것도 아닌데다 피아니스트 등 의존성이 큰 악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첼로가 분신같은 때도 있었지만 그 시기는 지나간 것 같아요. 지금의 첼로는 저에게 하고 싶은 음악을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라는 생각이 들어요. ‘첼로’라는 악기 보다 음악에 좀더 집중하는 과정 중에 있는 것 같아요. 또 언제 ‘첼로가 최고야’로 돌아올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래요.”

이어 문태국은 “첼로는 피아노 등 다른 악기들과 함께 해야 하다보니 ‘낄끼빠빠’가 중요한 악기”라며 “내가 주가 돼야할 때와 주가 되면 안되는 때를 확실하게 알고 나올 땐 나오고 빠질 땐 빠지는 게 중요한 동시에 빠질 때도 너무 숨어 있기 보다는 어느 정도 받쳐주는, 밸런스적인 문제를 많이 생각하는 듯하다”고 부연했다.

문태국 연주 (2)
첼리스트 문태국(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단선율이고 현악기다 보니 음악의 호흡이나 연결에 신경을 많이 쓰게 돼요. 아무래도 정해진 음정이 없다보니 음정 맞추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죠. 피아노처럼 음이 많지도 않고 바이올린처럼 손가락을 움직여야하는 것도 아니어서 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악기 같아요. 첼로는.”

 

그리곤 “특히 실내악을 준비할 때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들은 어느 정도 곡을 알아야 하지만 첼리스트들은 그 자리에서 악보를 받아도 안틀리고 연주할 자신이 있다”며 “플레잉 자체보다는 음악에 좀 더 집중할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악기”라고 털어놓았다.

“단점이라면 비행기를 탈 때의 번거로움과 종종 기타로 오해한 이들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고민되는 정도예요. 지금까지 딱 두번 첼로 없이 비행기를 탔는데 너무 기분좋고 설레고…이래서 여행을 가는구나 싶더라고요. 매번 그런 건 아니지만 지금도 연습하면서나 공연 중에도 정말 첼로의 소리가 좋다는 걸 느껴요. 울림이 직접 몸으로 전달되니까요. 특히 저음을 낼 때는 다 가진 느낌이죠.”

이어 “게다가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를 했었으면 연주할 곡은 많은데 다할 수 없어서 아쉬웠을 것 같다”며 “하지만 첼로는 첼로곡 연주를 다해보지 못해 아쉬울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문태국
롯데콘서트홀 인하우스 아티스트로 선정된 첼리스트 문태국(사진=이철준 기자)
“그래서 새로운 곡을 찾는 데도 의미부여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늘 새로운 시도, 새로운 것을 찾는 즐거움이 있죠.”


◇바이올린을 먼저 배운 피아니스트 신창용, 피아노로 음악을 시작한 첼리스트 문태국

“슈만과 브람스에 빠져든 것도 첼로 때문이에요. 친구가 첼로 솔로가 중요한 브람스, 슈만 콰르텟 레슨을 받는데 도와달라고 해서 함께 (레슨을) 받다가 빠져버렸거든요. 사실 피아니스트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하면서도 현악기에 대한 미련을 못버렸어요. 왜 그만뒀는지 기억도 안나지만 피아노를 치기 전인 5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먼저 배웠거든요.”

미국 커티스음악원 재학시절 첼로에 빠져들었던 때를 떠올린 신창용은 “첼로를 피아노 보다 더 많이 연습했던 질풍노도의 시기가 있었다”며 “한 악기에 빠지면 1, 2년은 지속되는데 대학시절 첼로를 너무 너무 좋아했다. 아예 학교에서 악기를 대여해 본격적으로 연습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안이 다 들여다보이는 유리창으로 된 연습실에서 첼로 연습을 하고 있는데 첼로 교수님(피터 와일리)이 지나가다 보신 거예요. ‘내일 레슨이 있으니 30분 일찍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날 첼로만 5시간을 넘게 연습했죠. 제가 하이든의 콘체르토를 너무 좋아해서 1악장을 천천히 연주했는데 교수님이 직접 튜닝도 해주시고 끊어진 줄을 갈아주기도 하셨죠. 그날이 제 마지막 첼로였어요. 선생님이 튜닝 상태를 살피시면서 연주를 하시는데 소리가 너무 좋은 거예요. 같은 첼로인데…그날 바로 악기를 반납했죠.”

신창용은 “첼로에 빠져 보낸 2년여가 피아노를 연주할 때도 도움이 된다”며 “첼로 연주를 하면서 팔과 손이 너무 아팠다. 그래서 릴렉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어떻게 릴렉스를 해야 하는지 등을 배웠다. 요즘 두개의 콘체르토를 동시에 연습하면서 손이 너무 아프니 그때가 생각났다”고 털어놓았다. 줄리어드스쿨 음악대학원 최고연주자 과정 중인 그는 “(줄리어드스쿨 음악대학원 피아노) 석사과정에서는 한창 바이올린에 빠져있었다”고 고백했다.

“고음의 매력에 빠져버렸죠. 바이올리니스트 친구가 악기점에서 바이올린을 사다줘서 한동안 엄청 열심히 연습했어요. 미국에 갈 때도 바이올린과 함께였고 학교에서 심심하면 연주를 하곤 했어요. 튜닝은 아직 할 줄 몰라서 친구들한테 부탁하고 레슨까지 받고…그러다 작년에 은퇴(?)했어요. 바이올린 연주도 팔과 손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피아노 연주 때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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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신창용(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피아노 보다 바이올린을 먼저 배우기 시작했다는 피아니스트 신창용과는 반대로 4세부터 첼로 연주를 시작한 첼리스트 문태국은 피아노로 음악을 처음 접했다. 피아노 교사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3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문태국은 “부모님께 듣기로는 굉장히 잘 했다는데 전 되게 열심히 배운 기억만 남아 있다”고 털어놓았다.

“7, 8세 무렵에는 엄청 피아노에 빠져 있었어요. 아버지께서는 제발 피아노 연주는 그만 하고 첼로 연습을 하라고 할 정도였죠. 당시에는 첼로를 안하고 피아노를 한다고 할까봐 일부러 못하게 하셨대요. 지금은 ‘피아노도 같이 시킬 걸 그랬다’고 후회하시지만요.”

문태국의 “초등학교 2학년 때 체르니 40번을 시작했다”는 말에 “영재였다” 웃는 신창용에 문태국은 “지금은 한음 한음 코드 하나 치는데도 30초씩 걸린다”고 눙쳤다.

“부러워할 악기가 있어서 오히려 좋은 것 같아요. 코드 하나를 백번씩 치는 피아니스트들을 보면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지 싶고 따르고 싶은 부분들이 있거든요. 혼자만의 시간도 중요하고 고뇌하는 피아니스트들은 고독한 철학가의 느낌이에요. 피아니스트에 대한 경외심이 있어요. 그들이 음악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동경심도 들죠. 그런 악기 같아요. 피아노는.”


◇코로나19가 가져다 준 ‘소중한’ 관객과의 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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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콘서트홀 인하우스 아티스트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신창용(사진=이철준 기자)

 

“코로나19 때문에 2020년 갑자기 귀국한 건 맞아요. 하지만 ‘코로나가 무작정 싫어’라고 하기엔 제가 콘트롤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저만 그런 것도 아니고 전 세계가 힘들었으니까요.”

해외에 적을 두고 있는 신창용과 문태국에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발이 묶이고 국경은 폐쇄됐으며 무대들은 연일 취소됐다. 신창용은 “연주 기회 자체가 귀했고 한동안은 취소가 너무 잦아서 무대 오르기 직전까지도 알 수가 없었다”며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뭉클했던 시간들”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하고 싶은 운동도 하고 레퍼토리도 배우고 한국에서 연주도 많이 하고 오히려 좋은 점도 있었어요. 코로나19가 종식되는 순간부터는 엄청 열심히 살아야죠. 다들 얼마나 이를 갈고 있었겠어요. 또 집에 갇혀 얼마나 음악을 연구하고 공부했겠어요. 종식되는 순간 경쟁은 보다 치열해질 거예요. 더욱 긴장하며 저를 다져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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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콘서트홀 인하우스 아티스트로 선정된 첼리스트 문태국(사진=이철준 기자)

 

문태국 역시 “연주자로서, 인간으로서 자아성찰을 하면서 보냈다”며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에 집에만 있을 때 좀더 열심히 공부하고 성장할 걸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나마 제 인생에서 지금이 코로나 시국인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차피 올 거였다면 좀 더 미래보다는 여전히 공부 중인 지금이 낫다 싶어요. 이제는 코로나가 일상인 데서 벗어나려고 노력 중이죠.”

이어 문태국은 “코로나19로 인해 연주를 하는 데서 빠질 수 없는 관객들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무관중, 비대면으로 공연을 하면서 너무 긴장되고 어디를 보고 연주해야하는지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연주 말고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았거든요. 관객 한두명만 앉아 있어도 태도가 바뀌는 저 자신에 대한 환멸감도 감당해야 했죠. 같은 공간에 있음으로서 공감대를 느끼는 자체가 신기해졌어요. 이전에는 공연하는 사람이 있고 보는 사람이 있는 게 너무 당연했으니까요. 막연한 개념이던 연주자와 관객의 상호관계, 유대감이 좀더 중요하게 느껴졌죠.”


◇보이는 것보다 값진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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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콘서트홀 인하우스 아티스트로 선정된 첼리스트 문태국(왼쪽)과 피아니스트 신창용(사진=이철준 기자)

 

“그냥 계속 지금처럼 할 수만 있으면 좋겠어요. 기억도 나질 않지만 어려서는 ‘뭐가 돼야지’ ‘어떤 피아니스트가 돼야지’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계획을 해도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먼 미래는 계획해도 다 바뀐다는 걸 요 몇 년새 깨달았어요. 그래서 이렇게 계속 하다보면 어딘가에 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그렇게 보낼 것”이라고 전한 신창용은 “지금처럼 주어진 걸 열심히 하다보면 또 뭐라도 돼 있지 않을까 싶다”며 “연습만이 살길”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어린시절 머리칼 한올만 빠져나와도 외출을 삼갈 정도로 남의 눈을 의식했다는 문태국은 “부모님께서 ‘너무 남들을 의식하지 말아라. 그렇게까지 너한테 관심이 없다’고 하셨는데 이제야 그 말씀이 이해가 된다”고 털어놓았다.

“저는 사실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길 바라거든요. 하지만 부모님의 말씀은 실제로 저한테 관심 없다는 게 아니라 어떻게 보여질지 걱정하기 보다는 좀더 자신있게, 네가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라는 의미였죠. 그걸 이제야 이해했어요. 어렸을 때의 저는 어떻게 보이고 들리는가에 신경을 썼지만 점점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를 생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어 문태국은 “영역이 조금씩 넓어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진지해 보이고 싶은 것도 같다”며 “신나고 즐겁게 연주하지만 계획되고 짜여진 느낌 보다는 우러나서 하고 싶어 졌다”고 말을 보탰다.

“이번에 롯데콘서트홀 인하우스 아티스트 공연을 준비하고 공부하면서 좀 더 새로운 걸 찾아보고 싶은 창작욕구가 생겼어요. 앞으로는 그것에 집중해보고 싶어요. 버킷리스트라고는 없던 제가 인하우스 공연을 하면서 예상치 못한, 즐거운 서프라이즈를 맞이했어요. 신창용이라는 피아니스를 알게 된 것도 너무 뿌듯하죠. 모두 너무 반갑고 앞으로가 더 재밌어질 것 같아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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