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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 “지금의 나를 이끈 베토벤 협주곡으로 열정적이고 따뜻한 한국관객들 만납니다!”

[人더컬처]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

입력 2023-06-12 18:00
신문게재 2023-06-13 11면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사진제공=빈체로)

 

“제게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Violin Concerto, Op. 61)은 정말 특별한 작품입니다.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곡으로 8살부터 연주했고 저를 바이올리니스트로 이끈 작품이거든요.”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Augustin Hadelich)는 27일 상임지휘자 미하엘 잔데를링(Michael Sanderling)이 이끄는 루체른 심포니오케스트라(Luzerner Sinfonieorchester)와 함께 연주할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사진제공=빈체로)

“부드럽고 아름답고 순수하죠.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의 느린 악장을 연주할 때마다 얼마나 완벽하고 단순하며 친밀하고 또 인간적인지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우리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진실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그 너머에 있는 어떠한 찰나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어요. 베토벤의 작품을 더 잘 알아갈 수록 한 사람이 이렇게 특별한 무언가를 쓰고 남길 수 있었다는 사실을 점점 더 상상하기가 어려워져요.”

 

2022/23 WDR 쾰른 방송교향악단 상주음악가이자 예일대학교 음대 교수이기도 한 그와 함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할 루체른 심포니는 루체른 문화 컨벤션 센터(KKL Luzern) 상주 단체로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심포니 오케스트라이기도 하다. 

2021/22 시즌부터 상임 지휘자로 임명된 미하엘 잔데를링이 이끄는 루체른 심포니는 이번 내한공연에서 아우구스틴 하델리히와의 협주(6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6월 30일 안동문화예술의전당, 7월 1일 통영국제음악당)를 비롯해 지난해 제16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한국의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Mozart Piano Concerto No. 20 in d minor, K. 466)을 협연(6월 28일 롯데콘서트홀, 7월 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하기도 한다. 

 

“보통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솔로 바이올린이 특히 아주 높은 음역대에서 천사와도 같이 노래하곤 한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와의 협업이라는 측면에서 아주 긴밀한 시간으로 채워지는 장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바이올린 파트는 항상 오케스트라와 대화하고 무대 위의 모든 음악가들 사이 의사소통은 실내악과 같아야 한다. 그룹 내의 관계, 개인적인 케미스트리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오케스트라가 반주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바이올린 레퍼토리에서 약간 특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도 해요. 독주 바이올린은 악보에서 단지 하나의 목소리일 뿐이죠. 이 작품에서 독주 바이올리니스트는 주제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와 많은 순간을 동행합니다. 실내악처럼요.”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사진제공=빈체로)

 

그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이 초연 때 얼마나 엇갈린 반응을 받았는지 생각하면 참 재밌다”며 “베토벤은 이 작품을 초연 며칠 전에야 완성했다. 이에 협연자들은 초연 무대에서야 처음 연주했다”고 부연했다.

“악장 사이사이에 가끔 협연자가 바이올린을 등 뒤로, 악기를 거꾸로 하고 연주함으로써 청중들을 즐겁게 했다고도 알려져 있어요. 수년간의 연구 끝에야 이 작품을 연주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가 느껴지는데 초연 때는 도대체 어떤 소리가 들렸을지 상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케스트라와 청중의 잦은 반대에도 이 작품을 지치지 않고 무대에 올린 19세기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Joseph Joachim)은 정말이지 챔피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작품이 바이올린 레퍼토리로서 제자리를 찾기까지는 그만큼 오랜 세월이 걸렸죠.”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사진제공=빈체로)

 

2016년, 2018년, 2019년 통영국제음악제에 이은 4번째 내한 무대에 오를 그는 한국 관객들을 “열정적이고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들”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어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얼마나 많은 젊고 환상적인, 전도유망한 한국 음악가들이 등장했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얼마 전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를 들었는데 정말 즐기며 감상했어요. 과거에 한국계 미국인 피아니스트 조이스 양과도 여러 차례 리사이틀 투어를 했습니다. 15년 전 제가 줄리어드의 학생이었을 때 학교에 한국인 친구들이 많았고 아직까지도 북미와 유럽 전역에 음악계를 구성하는 한국인 음악가들이 너무너무 많아요.”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하델리히(사진제공=빈체로)

아우구스틴 하델리히는 이번 한국 여행에서의 특별한 계획을 귀띔하기도 했다. 

 

그는 “처음 뉴욕으로 이사 온 후 한국 음식을 먹기 위해 한인마을(K-Town)에 자주 갔다”며 “이번에는 서울 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갈 수 있어서 기대 중”이라고 전했다.


“제가 몇 년 동안 한국에 대해 품고 있던 또 다른 연결고리는 이스포츠(E-Sports)인 스타크래프트 경기예요. 온라인으로 한국의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종종 보거든요! 많은 음악가분들께는 스타크래프트가 단순히 재미있는 취미처럼 느껴질지 몰라요. 하지만 저는 스타크래프트가 얼마나 어렵고 전략적인 게임인지를 십대 때부터 너무나 공감하다 보니 좀더 진지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아우구스틴 하델리히는 바이올린을 “제 자신의 일부”라고 표현했다. 그는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의 제 모습이야 말로 가장 저다운 모습”이라며 “때로는 제 목소리 같기도 하다”고 말을 보탰다. 

“음악가로서의 제 목표는 음악이 갖고 있는 메시지(감정과 서사)를 관객에게 최대한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음악은 말 보다 더 깊이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거든요. 제 인생을 음악과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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