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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도 ‘이자장사’ 논란, 왜…“리테일 수익의 60%가 이자수익”

입력 2023-09-10 13:29
신문게재 2023-09-10 3면

여의도 증권가 모습
서울 여의도 일대 증권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온라인 주식거래수수료 무료 이벤트 등으로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자장사’가 주요 수익원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대형증권사는 리테일 수익의 60%가 이자수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에 대한 투자자들의 민감도가 크지 않은 점이 증권사들의 고금리 책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자본 총계 기준)의 하나인 A증권사의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은 0.30%로 ‘제로’ 수준이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 등에 투자하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입금한 현금으로 주식대기자금이다. 이 자금은 한국증권금융에 신탁 또는 예치된다. 예탁금의 90% 이상이 신탁재산이며, 신탁재산 중 절반 이상은 정기예금으로 구성되어 있다. 증권금융은 예탁금을 투자해 벌어들인 수익금을 증권사에 돌려주고 있다. 8월 기준 신탁재산(46조3039억 원)의 이익률은 3.767%였다. A증권사는 여기에서 제반비용 등을 제하고 고객에게 0.30%를 이용료율로 돌려주고 있는 것이다.

반면 A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90일 초과) 이자율은 9.5%에 달한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고객이 보유한 주식이나 현금 등을 담보로 잡고 일정기간 주식 매수 자금을 빌려주는 대출이다. A증권사는 기준금리(전월 CD91일물 최종호가수익률 평균) 3.64%에 가산금리 5.86%를 더했다.

국내 10대 증권사 대부분이 A증권사처럼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은 ‘제로’ 수준으로,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은행 이자율보다 높게 유지하고 있다. 윤창현 의원(국민의힘)이 금융투자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10대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신한·KB·하나·대신·메리츠·키움증권)의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은 평균 0.56%, 신용거래융자(90일 초과) 이자율은 평균 9.30%다. 최근 2년간 기준금리가 3.50%로 올랐지만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은 0%대에서 큰 변화가 없었고,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기준금리가 낮을 때나 높을 때나 8~9%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금리는 각 증권사들의 내부 기준에 따라 책정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30곳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고객예탁금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2조4670억 원으로, 기간 중 고객에게 지급된 이자는 5965억 원에 불과했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각 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과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에서 나오는 수익이 리테일부문 수익에서 거의 60%를 차지한다”며 “증권사들의 출혈경쟁으로 주식 매매수수료는 거의 제로인 상황이라 불가피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용거래융자는 평균적인 이용기간이 10거래일을 넘기지 않는 단기간에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고 투자자들이 1~2%의 이자율 변화에 민감하지 않은 편이다 보니 증권사도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금리를 책정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반면 국내 투자자들은 단타 매매를 하는 경우가 많아 매매수수료율에는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증권사들도 매매수수료에서 경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사들에 ‘이자장사’ 비판이 제기되면서 금융감독당국은 TF를 구성해 이자율 부과 관행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준금리나 시장금리가 변동됐을 때 투자자들에게 보다 합리적이고 적시성 있게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에도 반영되도록 증권사간 비교공시와 소비자 선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하반기쯤 개선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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