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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갑질러? 5] 막대한 이자이익, 은행 탐욕 탓?

최근 3년간 원화대출 25% 증가…금리상승기 예대금리차 확대

입력 2023-11-14 10:36
신문게재 2023-11-15 8면

5대은행
[사진=각사]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은행의)종 노릇’ 및 ‘은행 갑질’ 논란의 배경에는 국내은행들의 막대한 이자이익이 자리하고 있다. 서민들과 취약계층의 이자부담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은행들은 고금리 기조를 틈타 탐욕을 부린다는 게 정부 인식인 듯하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횡재세’ 이슈가 지속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은행들은 정말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인식은 이자부담 증가라는 단편적 결과만을 놓고 판단한 것일 뿐, 은행의 탐욕에 기인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은행권의 실적을 부풀려준 장본인이 정부라는 점에서 ‘자기반성이 먼저’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난 2019년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각국 정부의 확장재정을 통해 풀려나간 막대한 자금은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 몰리면서 ‘영끌 투자’가 유행처럼 번졌고 덩달아 은행 대출 잔액도 급격히 늘었다. 특히 정부의 설익은 부동산 규제는 번번이 풍선효과로 이어지는 역효과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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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2019년 말 1141조원이었던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원화대출 잔액(가계+기업대출)도 2020년 1260조, 2021년 1361조, 2022년 1418조원으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대출자산이 크게 늘면서 해당 기간 이자순수익도 26조원에서 36조원으로 크게 늘었다. 현 정부 들어서도 부동산시장 연착륙 유도를 이유로 규제 물꼬를 터주자 가계대출이 증가 전환하는 등 가계부채 부실 우려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3년간 대출 자산이 25% 가량 늘어난 것과 비교해 이자순수익 증가폭(38%)이 월등히 크다는 점에서 은행들이 ‘이자장사에 열을 올렸다’는 지적도 일면 설득력을 얻는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주장처럼 은행들이 이자수익을 위해 ‘갑질’을 했는지는 좀 더 짚어볼 문제다.

갑질 여부를 판단해볼 수 있는 주요 지표는 예금과 대출금리의 차이인 예대금리차인데,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7~2019년 말 1.95%p 수준이었던 KB국민은행의 예대금리차는 2020년 1.8%p로 떨어진 뒤, 2021년 1.89%p, 2022년 2.11%p로 커졌다. 꾸준히 상승했다기보다 예년 수준을 유지하다 유독 지난해 예대금리차가 확대됐다.

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도 유사한 패턴을 보였는데 2022년은 한·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끌어올렸던 시기다. 은행들은 금리변동 리스크를 이유로 관행적으로 예금금리보다는 대출금리를 더 빠르게 조정하고 있는데, 금리 상승기에 수익성 개선이 뚜렷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예대금리차
예대금리차 추이. [표=금융감독원]

 

금융권 한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의 호황과 고금리 환경이라는 환경적 요인은 배제하고 무턱대고 은행의 탐욕을 비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금리 상승기에 늘어난 이익에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논리라면 반대의 경우에는 공적자금 투입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현 시점은 오히려 급변할 수 있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은행의 회복탄력성 제고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공인호 기자 ball@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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