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66만→75만→83만원’…고려아연 경영권 ‘승자의 저주’ 그림자

최윤범 회장, 공개매수 추가 인상 가능성
MBK 등 양측 모두 '벼량끝 전술'
MBK 이기면 황산 공급망 깨질 수도

입력 2024-10-07 06:23
신문게재 2024-10-07 3면

2024100201000097100004191
지난 2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 가운데)이 영풍과 MBK에 맞서 자사주 매입 추진 계획을 밝히기 위해 나서고 있다. (사진=천원기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영풍-MBK파트너스 간 경영권 다툼이 이른바 ‘쩐의 전쟁’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양측 합산 7조원 넘는 자금이 ‘고려아연 경영권 전쟁’에 투입되면서 누가 이기든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승자의 저주’를 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놓고 추가 배팅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선 MBK가 공개매수 가격을 최초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끌어 올린데 이어 고려아연과 같은 주당 83만원으로 또 다시 올리면서 공이 다시 고려아연에 넘어간 양상이다. 고려아연도 1조5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비상금으로 쌓아 놨다. 양측 모두 ‘벼랑 끝 전술’에 나서면서 누가 경영권을 확보하든 치명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07_영풍mbk_136

당장 글로벌 독립 투자 리서치 플랫폼인 스마트카르마는 최 회장의 공개매수 추가 배팅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럴 경우)고려아연의 재무구조 리스크가 커져 본연의 사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고려아연은 자사주 매입 비용에 대한 이자 비용만 연간 1890억원을 써야 하는 처지다. 고려아연의 든든한 우군으로 지목됐던 현대자동차와 한화, LG 등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도 이런 부담이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특히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MBK 같은 사모펀드가 기업에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인지도 재조명되고 있다. 이처럼 출혈경쟁이 도를 넘으면서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란 MBK의 약속도 공허하게 들린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지역사회가 들썩였던 이유 역시 사모펀드 특성상 기업을 헐값에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하는 만큼 고려아연의 본원 경쟁력 급락을 우려해서다. 앞서 MBK가 경영권을 손에 넣었던 BHC와 홈플러스도 극심한 진통을 겪은 바 있다.

한 M&A 전문가는 “MBK가 고려아연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손실 만회를 위한 구조조정이나 핵심 기술 및 자산 매각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미국 에너지 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SAFE는 “중국의 지원을 받는 사모펀드인 MBK가 세계 최대의 아연 제련 기업이자 배터리 필수 소재를 생산하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 시도를 시작했다”면서 “아연 뿐 아니라 고려아연이 한국에서 개발 중인 니켈 정제 능력에도 영향을 미쳐 여러 주요 광물의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안팎에선 고려아연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공급하는 ‘황산 공급망’이 붕괴 우려도 나온다. 고순도 황산은 반도체 제조의 초기부터 후반공정까지 두루 쓰인다. 특히 반도체 소재의 얇은 웨이퍼 표면의 이물질 제거 필수재로, 국내에서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연간 140만t의 황산을 생산하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반도체 황산 생산 및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면 GDP의 6%, 전체 수출액의 20%를 차지하는 국내 반도체 산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영풍과 MBK파트너스 간 파트너쉽 파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영풍과 MBK측을 상대로 배임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한 영풍정밀이 최근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이들의 경영협력계약 및 금전소비대차 계약 이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지분 4.39%를 보유하고 있는 영풍 주주인 영풍정밀은 독자적 의결권을 스스로 포기한 영풍이 모든 이익은 MBK에 몰아주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꼬집었다. 영풍정밀 측은 “MBK에게 대가 없는 이익을, 영풍에게는 손해만 끼치는 배임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천원기 기자 1000@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