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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핸섬가이즈' 이희준이 만들어내는 '진지한 웃음'

[人더컬처] 영화 '핸섬가이즈' 이희준
코믹지존으로 거듭난 할리우드 꽃미남 라이언 레이놀즈 '데드 풀'이 생각났다! 그와 비교해도 지지않을 이희준의 '진지한 웃음'
"평화주의자 상구 연기하며 행복느껴, 40대 연극무대의 나 대견해"
"연기원동력? 아내가 해주는 건강한 음식으로 써달라"고 너스레

입력 2024-07-01 18:30
신문게재 2024-07-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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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핸섬가이즈’에서 상구 역을 맡은 배우 이희준은 “사람들은 왜 싸울까, 평화로운 게 좋아를 외치는 순수한 인물”이라고 정의했다.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다작이요? 일년에 한편만 하자는 주의라 평소대로 했을 뿐이죠.”

올해만 넷플릭스‘황야’ ‘살인자ㅇ난감’, 디즈니+ ‘지배종’ ,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시즌5 게스트까지 맹활약 중이다. 그저 “순서대로 해 왔던 일이 풀리기시작한 것 뿐”이라며 이희준은 웃어보였다. 코로나19와 OTT작업의 속도가 겹치면서 ‘졸지에’ 다작 배우가 됐지만 “일이 없을 때는 완벽하게 쉰다. 얼마 전에는 아내의 허락을 받고 8개월 이상 해외에 나가있었다. 많은 에너지를 비축했다”며 다시금 열일할 준비가 돼 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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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핸섬가이즈’에서 상구 역할을 맡은 배우 이희준.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꿈꾸던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가 하필이면 귀신 들린 집으로 이사 오며 벌어지는 고자극 오싹 코미디다. 제57회 시체스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으로 현재 극장 상영 중이다.(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지난달 26일 개봉한 ‘핸섬가이즈’에서 그가 맡은 상구는 성난 근육으로 무장한(?), 쉽사리 눈을 마주칠 수 없는 외모의 소유자다. 자신의 돌림자를 딴 반려견 봉구를 동생처럼 챙기고 늘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잘 생겼다”고 말해주는 형 재필(이성민)과 평생 모은 돈으로 한적한 마을에서 막 전원생활을 할 참이다. 목수일을 하는 그에게 나무와 톱, 칼과 망치 그리고 몰고 다니는 트럭이 필수지만 새로 이사온 곳의 주민들은 그들의 외모만 보고 연쇄살인마를 연상한다. 하필이면 그 집에 숨겨진 영혼이 나오면서 ‘핸섬가이즈’는 호러장르를 표방하는 코믹영화로 탈바꿈한다.

 

“시나리오에는 자세히 나와있지 않지만 아마도 상구는 사람들의 그런 시선을 피해서 그 곳에 온 걸 거예요. 사실은 세상 심약하고 배려심 많고 툭하면 눈물을 흘리는 캐릭터인데 ‘나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기 싫다’는 그 마음이 읽는 내내 가슴에 와 닿았거든요. 무엇보다 이런 장르와 영화가 작금의 한국영화 시장에서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게 가슴이 벅차 출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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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전원생활을 꿈꾸던 두 남자가 귀신 들린 집으로 이사 오며 벌어지는 고자극 오싹 코미디를 표방하는 작품에 무리없이 녹아든 이희준.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첫 촬영은 뺑소니로 누군가 치고 간 검은 염소를 치우는 장면이었다. 피가 흐르는 동물 사체를 묻어주기에 앞서 다른 차들이 사고를 당하지 않게 빠르게 도로 밖으로 빼려는 그 찰나 하필이면 동네를 순찰하던 경찰의 눈에 띈다. 그들에게 피가 흐르는 봉투 속 물체는 누가 봐도 사람이다.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찡그린 상구의 미간 주름은 ‘넌 졸지에 목격자가 됐고 다음은 바로 너!’라는 살기가 튀어 나온다.

“그 장면을 위해 일부러 팔근육을 단련했습니다. 운동을 열심히 했어요. 직업이 목수기도 하지만 그런 물체를 들 때 드러나는 근육이 되려 공포와 웃음을 도드라져 보이게 할 테니까요. 사실 꽁지머리를 기르고 현장에 나온 이성민 형을 보고 ‘지지 말아야지’했는데 할 수 있는 게 운동뿐이더군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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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와르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했으나 그 마저도 ‘빵’터지는 포스터.(사진제공=NEW)

 

그와 호흡을 맞춘 이성민은 20대 초반부터 이희준의 성장을 지켜본 장본인이기도 하다. 집안의 반대를 무릎쓰고 상경해 당시 난다긴다 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있다는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본 이성민은 흡사 신이었다. 동시에 그를 가르친 스승이었으며 자신을 지금까지 있게 한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고향이 같은 대구라 거기부터 시작했습니다다. 언젠가 동네에서 한번 봤을 착하고 어눌한 친구들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죠. 어릴 때부터 존경하던 선배와 연극도 하고 이제는 함께 영화 작업하는 게 뭉클해요. 고맙고 감사한 작업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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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핸섬가이즈’에서 상구 역할을 맡은 배우 이희준.

 

사실 그간 이희준에게 코미디는 ‘먼 곳에 있는 장르’였다. 공연에서는 익숙했지만 영화와는 도통 인연이 없었다. “제안 자체가 없었다. 그래서 ‘핸섬가이즈’를 찍고 나서 어떻게 봐주실지 긴장된다. 관객들이 제 부항자국을 보고 많이 웃어서 좋더라. 원래 설정에는 없던, 내 아이디어”라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전작에서 냉정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마 노인과 숨겨진 욕망을 지닌 정치인, 엇나간 부정의 의사 등 강렬하면서도 ‘이희준이 아니면 대체할 배우가 없다’는 소감이 올라오는 작품을 한 데 대해서는 최근 찾아본 인상적인 댓글을 읽었던 순간을 들려주기도 했다.

 

“사실 ‘은퇴를 준비 중인 거 아니냐’는 말에 웃음이 나왔어요. 실감나는 열연에 대한 칭찬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사실 이제 저의 놀이터이자 일상이라 당연한 건데 아직 나올 게 더 많으니 당분간 지금 하고 있는 연극에만 올인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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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급사 NEW에 따르면 ‘핸섬가이즈’는 북미를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대만,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베트남, 일본, 홍콩, 마카오, 인도, 몽골,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에 선판매되며 ‘K호러코미디’의 시작을 알렸다.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그가 무대에서 펼치는 연극 ‘그때도 오늘’ ‘꽃, 별이 지나’ 등은 진선규, 김지현, 정연 등이 속한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20주년 기념 공연이다. 20대의 풋풋함을 지나 40대에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마주한 감동과 기쁨은 그의 연기인생에서 가장 큰 윤활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핸섬가이즈’는 연극처럼 리허설을 많이한 작품이에요. 실제로 부산의 한 숲속에 산장을 짓고 촬영했는데 몰입이 잘되기도 했지만 현장에서 아이디어가 많이 나와서 배우들끼리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다. 관객들이 많이 웃어주는 건 다 그 덕분이죠.”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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