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MBK·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비롯된 공개매수에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한 가운데,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 |
고려아연이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자사 경영권 인수 방어 차원에서 정부에 전구체 제조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다.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경제안보 등의 이유로 정부의 승인이 떨어져야만 외국기업에 매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재계와 정부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국가핵심기술 판정신청서를 제출했다.
대상 기술은 이차전지(배터리) 소재 전구체 관련 기술로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기술이다.
이 같은 조치는 MBK가 인수 후 중국에 매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와서다. 고려아연은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으로 국내 전자·반도체·자동차·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기초소재 공급망의 핵심이다. 그래서 고려아연이 중국에 넘어가게 될 경우 핵심기술 유출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MBK측은 중국에 매각은 없다고 밝혔지만, 중국 외 다른 해외기업 매각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산업부는 국가핵심기술(3개 분야·75개 기술)을 지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는데, 지정된 기술을 수출하려면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외국인이 해당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에도 정부 허가가 필요하다.
향후 고려아연의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될 경우 이는 경영권 확보를 노리는 MBK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매각을 통한 차익 실현이 불분명하다면 시가총액만 14조6165억원에 달하는 고려아연을 인수해야 할 이유가 당위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관련 절차와 검토를 거쳐 국가핵심기술 판정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이제중 부회장(최고기술책임자·CTO)은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투자 회사들이 고려아연에서 팔아먹을 기술이 엄청나게 많을 것”이라며 “공정마다 수백 개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면 되고, 어떤 것은 몇천억짜리도 있다 보면 된다”고 밝혔다.
정다운 기자 danjung638@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