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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 경쟁력 해치는 상법 개정안 논의 중단해야

입력 2024-09-29 14:09
신문게재 2024-09-30 19면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 논의에 탄력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정책의 일환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 쪽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지배구조를 개혁해 자본시장을 선진화하고 주식시장을 활성화한다는 구실은 그럴싸하다. 그러나 절실함보다는 폐해가 커 보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코리아 프리미엄’이 될 것 같지도 않고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안 맞는다.

이사가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안은 자주 봐 왔다. 21대 국회에서는 이른바 재벌 저격수 의원들이 개정안을 냈고 22대 국회에서도 관련 개정안이 대표 발의돼 있다. 재벌 중심의 기업지배구조와 투자자에게 덜 친화적인 자본시장을 바꾸자는 논리, 여기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관련해 증시 부양이 동반돼야 한다는 논리를 실었다. 민주당 내의 금투세 시행론과 유예론 사이의 대립각을 옮겨볼 심산도 있는 것 같다.

자본시장 선진화의 본류처럼 인식하는 정치권 일각의 바람대로 된다고 치자. 법 체계 훼손으로 경영 일선에 혼란이 닥칠 것이다. 자본 조달이나 일상적 경영판단을 위축하고 소송 남발과 시장 혼란을 가속화할 수 있어서다. ‘삼라만상’을 다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는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해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회사와 주주 이익이 충돌하면 이사의 의사결정 자체가 어려워진다. 그러면 회사와 이사의 위임관계가 근간인 회사법 체계는 뒤틀릴 것이다.

지배주주의 권한 남용을 견제할 민사적 수단이 미흡하다고 보지 않는다. 이사는 물론 전체로서의 주주의 이익에 걸맞게도 행동해야 한다. 이사가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위하는 것은 선량한 관리자로서 할 일이지만 잘못하다간 행동주의 펀드의 위협 앞에 경영권 보호수단이 없게 된다. ‘회사 이익=주주 이익’ 등식화는 일반론적 수사에 가깝다. 주식회사의 기본 원리인 자본 다수결 원칙도 존중돼야 한다.

회사법에 이미 소수주주 보호조항이 있는데 회사법의 근간을 훼손할 이유는 없다. 기업 경영에 부정적이라고 보는 상법 전공 교수도 65.7%로 다수다. 시장에서 특수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 입법 사유는 안 된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전체 주주로 확대하지 않아도 현행법으로 주주이익 보호가 가능하다. 투자자 보호 효과는 크지 않고 경영권 공격 세력에 유리해 기업 경쟁력을 저해한다면 논의 자체를 멈춰야 한다. 거대 야당이 벼르는 상법 개정 움직임은 황금알 낳는 거위 배를 가르자는 얘기와 통하는 일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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