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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엘렌버거, 신의 한수된 둥지 이적?

입력 2016-08-2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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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엘렌버거(제이크 엘렌버거 SNS)
미세한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MMA에서 좋은 스승의 존재는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팀 시스템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 체육관 별로 각각의 색깔을 띠고 있어 자신에게 맞는 곳을 선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해졌다.

한때 웰터급 강자 라인의 한축을 차지했던 제이크 엘렌버거(31,미국) 역시 부진의 해법을 체육관에서 찾으려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런 선택은 딱 들어맞았다. 체육관 변경 후 아직 한 경기 밖에 치르지 않아 다소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경기 결과는 물론 내용까지 좋아 다시금 상승세도 예상되고 있다.

지난달 31일(한국 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필립스 아레나서 있었던 UFC 201 대회는 엘렌버거 입장에서 그야말로 ‘외나무다리’ 승부였다. 한때 신성, 복병 등으로 불리며 잘나갔던 그는 이후 잇단 부진과 연패로 인해 입지가 땅에 떨어진 상태였다.

UFC 페더급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처럼 대단한 인기 파이터도 아니라 또다시 패한다면 랭커 싸움이 문제가 아닌 최악의 경우 퇴출을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매치업 상대였던 맷 브라운(35,미국)은 다소 상승세가 꺾이며 정상다툼에서는 멀어졌지만 여전히 랭킹 10위권을 지킨 채 강력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175cm의 신장을 가진 엘렌버거는 웰터급에서 단신이다. 레슬링으로만 체급에서 경쟁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 타격을 끌어올릴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본래 한방의 파괴력은 강한 선수였지만 상대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무의미해 기술적 보강이 필요했다.

여러 체육관을 전전하던 엘렌버거의 마음을 끌어당긴 곳은 ‘킹스 MMA’다. 세계적 명문 체육관으로 유명한 이곳은 특히 타격 실력을 효과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회피력은 좋았지만 공격력이 부족했던 베우둠에게 체형에 맞는 무에타이 스타일을 완성시켰고 다소 마구잡이식 타격으로 일관했던 마우리시오 쇼군에게는 카운터 능력을 제대로 달아주었다. 그 외 하파엘 도스 안요스, 료토 마치다 등도 이곳에서 더 나은 타격 향상을 보였다는 평가다.

체육관 변경 효과는 브라운전에서 곧바로 드러났다. 안 좋았을 때의 엘렌버거는 어설픈 스탠스 자세에서 본의 아니게 상대와 거리싸움을 하다가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키도 작고 테크닉이 정교하지도 않은 엘렌버거가 그러한 스타일을 쓴다는 것은 효과적이지 못함이 분명했다.

엘렌버거는 브라운전에서 특유의 돌격형 타격을 다시금 들고 나왔다. 전문 타격가로의 변신은 어려운지라 자신이 잘하는 부분을 특화시켜야하는 것이 맞았다. 공이 울리기 무섭게 엘렌버거는 힘차게 달려들어 오른손 펀치를 정타로 맞췄고 맷집좋은 브라운을 옥타곤 바닥에 다운시켰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후에 나왔다. 브라운은 내구력과 근성이 강한 선수답게 파운딩 폭격까지 견디고 내고 다시금 엘렌버거를 압박해왔다. 순식간에 많은 힘을 쏟은 엘렌버거는 다소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뒷걸음질 치는 엘렌버거의 모습은 위태롭게 보였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막 공격을 시작하려는 브라운의 복부를 향해 엘렌버거의 묵직한 미들킥이 터졌고 사실상 승부는 거기서 끝났다. 전문 타격가들을 상대로도 끝까지 버티어내는 근성의 브라운을 상대로 1라운드 1분 46초 만에 킥에 의한 TKO승을 만들어냈다.

브라운과의 경기에서 엘렌버거는 예전 한참 좋았을 때처럼 화끈한 돌격형 파이팅을 보여줬다. 과거 연승 시절 위용을 떨쳤던 폭탄같은 펀치가 살아났다. 킥 옵션까지 장착해 레슬링과 더불어 좀 더 다채로운 공격이 가능해졌다.

물론 한경기만 가지고 엘렌버거의 부활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엘렌버거같은 돌격형 파이터들은 기세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향후의 행보를 더욱 밝게 해주는 것 만큼은 분명하다. 점점 발전하는 현대 MMA에서 변화는 곧 생존과 연결된다. ‘킹스 MMA’를 새로운 둥지로 선택했다는 것은 엘렌버거 입장에서 ‘신의 한수’가 됐는지도 모른다.

조성준 기자 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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