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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튀기면 더 맛있는 OO, 그래도 3만원은 너무해!

[이희승의 영화보다 요리] 코로나19 이후 치킨매장과 매출 도리어 늘어
정육,기름,밀가루 일제히 오른 상황...프랜차이즈 업체 가격 일제히 인상
닭의 염지가 중요한 이유, 튀김옷은 개인 호불호 갈려

입력 2022-04-28 18:30
신문게재 2022-04-29 11면

BBQ극한직업1
쌓여있는 닭들이 인기맛집임을 증명하는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치킨 공화국이다. 전국 치킨집 수가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는 통계가 거짓이 아니라면. 이쯤되면 치킨은 한국인의 소울 푸드나 다름없다. 이 사실은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극한직업’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지난 2018년 메가히트한 영화 속 음식이 왜 치킨이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짜장면이 유명한 중국집일 수도, 횟집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번은 꼭 치킨을 먹을 정도로 ‘튀긴 닭’에 대한 애정이 넘쳤던 이병헌 감독에게 다른 음식을 소재로 한 작품을 맡겼다면 이 정도의 차진 연출이 나왔을까 싶다. 그는 과거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집에서 직접 튀겨먹을 정도로 치킨을 좋아한다. 튀김 전용 냄비에 전용유를 사용하는데 닭봉을 튀길 때도 있고 청양고추를 넣어서 매콤하게 먹기도 한다”며 고수의 향기를 풍겼다. 

바이러스의 공격도 치킨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는 없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조사한 치킨 가맹점 매출액이 이를 증명한다. 조사에 따르면 외식업종 평균 매출액이 전년보다 9% 줄어들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치킨 업종의 매출은 두드러졌다. 직장 퇴직자들의 노후 생계를 책임질 사업 아이템으로 꼽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선점효과(?)다. 이 기사 역시 치킨을 먹으며 쓰고 있다. 

 

계속 오르는 밥상물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국내 생산자물가가 5년 2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올랐다. 세부 품목별로 보면 음식료품과 축산물이 5.6%씩 올랐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한 대형마트의 축산물 매대. (연합)

 

맛있는 치킨에 대해 감히 정의하자면 일단 비싸면 안된다. 평소 입 짧은 아들이 그나마 ‘1일1닭’으로 배를 채우는 게 기특해 집 앞 치킨집의 출근도장을 찍었다. 치킨집 사장님이 에둘러 “고맙긴한데 생활이 되시겠냐”며 미안한 기색을 내비쳤을 정도였다. 양념치킨, 그것도 다리만 먹는 아들은 6조각에서 8조각으로 이뤄진 다양한 브랜드의 치킨을 그야말로 섭렵했다.

 

1만원 초반대였던 치킨 가격은 이제 옛말이 됐다. 매년 상승해 왔고 이젠 마리당 2만원이 훌쩍 넘는다. 이 와중에 BBQ의 윤홍근 회장은 라디오에 출연해  “마리당 3만원의 가격이 적절하다”는 발언으로 화제가 됐다. 치킨가격의 인상은 원자재 가격의 급등과 맞물린다.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이상 기후 여파에 따른 국제 밀과 대두, 유지류 등 각종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인상을 이유로 출고가를 올려왔다. 

 

업소용 콩기름 가격은 지난해 초 1통(18ℓ) 기준 평균 2만2000원에서 현재 5만원을 호가한다. 1년 새 2배 이상 값이 오른 것이다. 치킨의 염지와 튀김 옷에 사용되는 제품들 가격이 일제히 폭등한 것이다. 그간 BBQ는 다른 치킨업체가 가격을 올릴 때 동결을 결정하는 독자노선을 걸었지만 더 이상 버텨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앞서 교촌치킨은 지난해 11월 치킨값을 500~2000원 올렸고 bhc도 같은 해 12월 1000~2000원 올렸다. 

 

BBQ극한직업
BBQ 황금올리브 치킨.(사진=제너시스BBQ)

‘원재료 값 인상 등으로 가맹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던 시기지만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사상 최대의 매출을 달성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라는 브리핑을 경쟁하듯 내놓고 있다. 외식이 줄어들어도 치킨을 먹을 사람은 먹는다는 이야기다. 

 

자주가는 치킨집의 가격은 한 마리에 1만1000원. 두꺼운 튀김옷으로 중무장해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진 요란한 치킨이 아닌 4조각으로 구성된 옛날통닭에 가깝다.  

 

여자 혼자, 그것도 가끔 낮술을 빙자해 안주류 메뉴인 번데기탕과 황도까지 먹는 나를 동네 백수로 알고 있을 사장님께 “영화 ‘극한직업’을 보셨냐?”고 물었다. 실제 치킨집 사장으로서 어떤 동질감과 사실감이 녹아있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는 “보긴 봤는데 공감가지 않았다. 생존과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뼈있는 답변을 내놨다. 원자재 가격을 핑계 삼아 가맹점들의 부담을 줄이지 않고 스타마케팅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전담시키는 대한민국 치킨계를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사실 ‘극한 직업’속 강력반 형사 오인방은 사실 치킨집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범죄자들의 아지트 앞 가게를 인수했는데 우연히 치킨집이었고 남다른 미각을 가진 마형사(진선규) 덕분에 맛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졸지에 범인보다 닭을 잡게되면서 이들의 고군분투기가 시작된다.  

 

밀려오는 손님들의 발길을 끊기 위해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려보지만 그 또한 SNS에 중독된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 비싼 통닭을 먹고 인증하는 것이 곧 ‘있어보이는 행위’였고 영화는 그런 대중심리를 교묘히 비웃는 ‘영리한 영화’였다. 그나저나 치킨과 함께 먹은 맥주로 먹은 살은 어떻게 뺄지. 오늘도 마지막 남은 치킨의 뼈를 발라내며 후회막심이다.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는 카피를 지은 사람이 괜시리 미워진다.

 

 

또봉이
치킨에 곁들여지는 양배추와 소금도 중요하다. 물에 담궈 아삭하기 보다는 주문 즉시 즉석에서 굵게 잘라낸 양배추와 소량의 후추와 깨가 더해지면 금상첨화. 육즙이 터져 나오진 않지만 ‘튀겼다’라는 기본표현에 충실한 또봉이 통닭은 그래서 더욱 애정이간다.(사진=이희승기자)

1인 1닭 소비자의 치킨 레시피

 

내 기준에서 프렌차이즈 치킨의 맛은 모두 거기서 거기다. 과도한 튀김옷은 소화가 안된다. 그렇다고 전기로 굽거나 훈연한 닭은 약속이나 한 듯 퍽퍽하다. 굳이 ‘원픽’을 뽑자면 또봉이 통닭인데 단골 매장의 사장님은 “닭의 염지가 달라서인지 고정으로 찾는 고객들이 많다”고 귀띔한다. 

 

집에서 튀기는 방법을 묻자 “기름은 165도를 지켜야 한다. 파우더를 많이 입히면 잘라서 튀기고 얇게 두르면 통째로 익히는 걸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요즘엔 염지된 닭만 따로 파는 세상이다. 하지만 나만의 레시피를 찾는다면 1일1닭 소비자였지만 이제는 집에서 해 먹는 치킨으로 아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비법을 공개한다.  

 

치킨의 맛은 바삭함이 아니라 얼마나 잘 염지됐는지가 관건이다. 염지는 그저 소금간만 한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1. 소금은 천일염에 맛소금을 섞고 2.후추를 적당히 넣고 마늘을 적당히 갈아 발라 놓는 것이 포인트다. 3. 잡내를 없앤다고 대파나 올리브 잎, 우유나 맥주에 담그는 것은 비추. 4.대신 식초 약간을 첨가한다는 느낌으로 염지해 놓는 닭 위에 한 바퀴 돌리면 기가 막히게 간이 밴다. 5.개인의 호불호에 맞게  튀김가루와 치킨가루를 선택해 반죽해 입하면 끝이다.

 

튀기는 정도는 개개인에 따라 다르다.  사실 에어 프라이어를 비롯해 일본 무쇠솥 등 여러 냄비와 튀김기를 써봤지만 매장에서 파는 맛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직접 만들었다는 뿌듯함과 아이가 즐겁게 먹는 모습만 봐도 사먹는 데 비해 만배는 더한 수고가 스르륵 녹는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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