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비바100] 尹정부 친원전에 ‘SMR’ 주목…국내 기업들 잇단 투자

[테크리포트] 친환경 에너지로 부상하는 SMR

입력 2022-07-18 07:00
신문게재 2022-07-18 12면

22071703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에서 한국형원전 APR1400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

윤석열 정부의 ‘친(親)원전’ 정책과 유럽연합(EU)의 그린 택소노미(Taxonomy·녹색산업 분류체계) 결정이 맞물리면서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한 관심이 달아오르고 있다. SMR은 말 그대로 소형(Small)이고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할 수 있는 모듈(Modular) 형태의 원자로(Reactor)를 말한다. 원자력 발전의 핵심 기기인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을 배관으로 연결한 기존 대형 원전과 달리 용기 하나에 담은 일체형 발전 시스템이다. 크기가 작아 건설이 쉽고 비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일체형이어서 폭발 위험성도 제로에 가까워 ’꿈의 원전‘으로 불린다. 고압의 전력을 수용할 수 있는 송전망이 충분치 않거나 분산형 전력원으로 소규모 전력을 공급하는데 활용하기 위해 개발됐다.


SMR은 전기 출력이 300㎿e(메가와트일렉트릭) 이하로, 크기는 기존 대형 원전의 150분의 1 정도다. 건설 비용은 기존 대형 원전 대비 건설 비용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탄소 배출량이 적으면서 발전 효율은 높아 탄소중립(탄소 순배출량 0) 이행을 위한 현실적 수단이자 원전 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기대를 모은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해 분산형 원전을 구축할 수 있는 장점도 갖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상용화한 곳이 없는 상황이다. 그런만큼 상용화에 성공하면 세계 발전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판단된다. 관련 시장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2035년에는 390조~6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 미국·영국·러시아 등 SMR 기술 경쟁 ‘치열’  

 

2022071701010007849_p1
뉴스케일 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사진=뉴스케일)

이런 이유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주요국들이 SMR 기술 경쟁을 펼치고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약 300여종의 SMR이 개발되고 있는데, 이 중 미국의 뉴스케일(NuScale Power)이 기술력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스케일은 미국의 오리건 주립대학의 호세 레예스 교수가 만든 회사다. 호세 레예스 교수는 2000년대 초에 정부 지원을 받아 자신의 학교 및 아이다호 국립연구소에서 SMR 설계 개념을 연구하다 2007년 회사를 창업하고 연구를 본격화했다. 대주주는 미국 텍사스에 본사를 둔 엔지니어링 및 건설사인 플로어(Fluor)이다.

미국에서 원전을 건설하려면 원자력규제기관(NRC)로부터 설계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뉴스케일은 2016년에 NRC에 설계 인증 심사를 신청해 2020년 6단계 심사를 마치면서 SMR 설계에 대한 기술적 검토 및 승인을 완료했다. 세계 최초다. 뉴스케일은 현재 미국의 전력기관인 유타 지역발전시스템(UAMPS)의 수주를 받아 미국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부지에 SMR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유타 지역발전시스템은 오는 2025년 NRC로부터 원전 건설 허가를 취득할 계획으로, 이후 본격적으로 콘크리트 타설을 시작해 오는 2029년 SMR 상업운전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다.

두산과 GS, 삼성, SK 등 우리 기업들도 SMR 시장 선점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일찍이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는 뉴스케일과 함께 SMR 시장에 발을 들였다. 국내 투자사들과 함께 뉴스케일에 1억380만 달러를 투자하며 수 조원 규모의 기자재 공급권을 확보했다. 지난 2019년에도 뉴스케일로부터 SMR 제작성 검토 용역을 수주 받아 2021년 1월 완료했고, 현재 시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함께 GS에너지, 삼성물산도 뉴스케일과 손을 잡고 SMR 기술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지난 5월 미국 SMR 업체인 테라파워와 포괄적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맺었다. 테라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설립한 회사로 잘 알려진 곳이다.

정부도 힘을 보태고 있다. SMR 실증·상용화로 세계 SMR 시장을 선점하고, 2030년까지 후속 원전 10기 수출을 달성해 일자리 10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게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발표한 원전산업 지원 방안에서 SMR의 독자모델 개발·상용화를 위해 2028년까지 3992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 EU, ’그린 택소노미‘ 원전 포함…K-택소노미에도 영향 미칠 듯

2022071701010007850_p1
신한울 원전 전경.(사진=경북도)

여기에 EU 의회가 지난 6일 ’그린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기로 결정하면서 SMR에 대한 관심에 더욱 불을 지폈다. 만약 오는 11일까지 EU 이사회 27개국 중 20개국 이상이 반대하지 않으면 원전은 내년 1월부터 그린 택소노미에 최종 포함된다.

그린 택소노미는 어떤 에너지원이 ’친환경(그린)‘인지를 알려주는 과학적 도구다. 자금 조달이나 투자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그런 만큼 이번 EU 의회의 결정으로 원전 업계는 재생에너지 업계와 마찬가지로 ‘녹색 금융’(친환경 기업 우대)을 끌어올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나아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수정 작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K-택소노미를 발표하면서 원전은 제외했다. 당시 환경부는 국제동향을 지속적으로 살피고 국내상황을 감안해 원전을 K-택소노미 명단에 넣을지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기태 기자 parkea11@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