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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9주년] 비금융업 넘나들도록 '금산분리' 재편을

[기업, 다시 경쟁력이다] 국내 금융사 수익다변화 방안은

입력 2023-09-15 06:00
신문게재 2023-09-15 6면

4대 금융지주 로고.
4대 금융지주(사진=각 사 제공)

 

바야흐로 업계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가 도래했다.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에서는 해외 시장 경쟁력 강화가 중점과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국내 금융사들은 각종 규제로 인해 해외 진출은 물론, 수익 다각화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대표적 낡은 규제로 손꼽히는 것이 금융사의 비금융업 진출을 막는 금산분리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금융전문매체 뱅커지 기준 국내 4대 금융지주의 평균 글로벌 순위는 2014년 77위, 2016년 74위, 2018년 73위, 2020년 71위, 2022년 73위 등 10여 년간 70위권에 머물러 있다.



금융권에서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비금융업 진출을 꼽는다. 비금융업으로의 사업영역 확대를 통해 해외 진출 활성화 및 수익 다각화를 이룰 수 있고,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자이익에 편중된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서도 비금융업 진출은 필수적이다. 국내은행의 총이익 대비 비이자이익 비중은 최근 5년 평균 12%로, 미국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 30.1%에 크게 못 미친다.

금융사가 비금융업에 뛰어들지 못하는 배경에는 금산분리라는 장벽이 존재한다. 금산분리는 산업자본인 기업과 금융자본인 금융사가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것이다. 금융사의 비금융업 진출이 사실상 가로막혀 있어 수익의 대부분을 이자이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금산분리는 산업 간 결합을 통해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추세에도 역행한다. 미국 애플이나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은 금융업에 진출해 있다. 국내 금융권은 정보통신(IT) 및 플랫폼 서비스, 전자상거래 등 비금융업에 진출하면 금융 상품이나 서비스와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금융·IT 간 접목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데 (금산분리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 경쟁력 저하 우려가 있다”고 했다. 

 

시중은행
서울의 한 시중은행을 찾은 고객들 (사진=연합뉴스)

 

금융권 요구에 정부는 현재 비금융업 진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우선 은행이나 금융지주 자회사가 해외에서 현지법 허용 범위 내 비금융 자회사를 소유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금산분리 규제도 완화할 예정이다.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의 디지털화 추세에서 글로벌 경쟁에 필요한 부분이며 과점 해소라는 은행의 혁신과도 연관된다는 측면에서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대기업의 금융자본 확보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서 교수는 “오너 중심의 국내 대기업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지배구조”라며 “지배구조 개편에 자회사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있고, 금융기관의 자금으로 계열사를 부당지원하는 사례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형 기자 jun89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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