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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사정한파 피해 ‘현실화’… 자정 목소리도

포스코 ‘사업중단’ 동국제강 ‘붕괴위기’…철강협회·현대제철 등 “전화위복 계기로 삼자”

입력 2015-03-31 06:39

빨간 불 들어온 동국제강 본사<YONHAP NO-0775>
빨깐 불 들어온 동국제강 본사. 검찰의 비리 수사 확대로 포스코, 동국제강 등 철강업계가 어려움에 처했다.(사진=연합뉴스)

철강업계를 중심으로 거세게 몰아친 사정 한파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포스코, 동국제강 등에는 검찰 수사가 기업 경영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동국제강 등은 이번 정부의 ‘비리와의 전쟁’ 선포 후 검찰 수사가 강화되면서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이 중단되거나 심지어 수사가 장기화되면 회사 자체의 존립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 포스코는 아르헨티나 리튬 업체에 가공기술을 제공하고 지분을 투자하는 사업 계획을 전면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신사업인 리튬 사업에 대한 중단을 의미한다.

 

경영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데 이를 타개하기 위한 신사업마저 검찰 수사로 가로막혀 있어 회사 분위기는 좋지 않다.

포스코 관계자(이상춘 홍보그룹 부장)는 “리툼 사업을 중단한다는 것은 와전된 이야기다”며 “우리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리튬사업의 일부가 중단된 것으로 보면된다. 구체적으로 기술 실시권(사용권) 판매에 제한적으로 참여하는 것에 대한 것이다”고 사업 중단에 대해 해명했다.

이어 “포스코는 기본적으로 검찰이 수사하는 것에 대해서는 적극 협조하고 있다. 다만 검찰 수사가 빨리 끝나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면 좋겠다”면서 “이것도 우리가 처해진 현실이기 때문에 검찰의 사정과는 상관없이 우리가 하는 것에 대해 나름대로 더 열심히 하려고 애쓰고 있다. 직원들도 다시 일어서려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포스코와 함께 지난주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동국제강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던 건물 등 매각설에 시달려왔던 동국제강은 이번 검찰수사로 인한 신뢰도 악화로 정말로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동국제강은 철강업계의 장기부진 속에 지난해 200억원대 영업 손실을 봤다. 

 

지난 한해 매출이 전년 대비 9.3% 감소한 6조685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했다. 또한 영업외비용과 법인세를 뗀 순손실액도 147%나 늘어 292억5100만원에 달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동국제강은 올해 초 유니온스틸을 흡수해 열연·냉연 철강 사업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재탄생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톱합의 시너지를 발휘하려는 시점에서 검찰의 수사가 시작돼 타격이 더욱 큰 상황이다.

철강업계 고위 관계자는 “봉형강같은 경우 동국이 만약에 잘못되면 빈자리를 중국기업이 들어 올 텐데 더 걱정이다. 살아남아으려면 나쁜짓을 하지 말았어야지”라며 안타까워했다.

현재 철강업계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수출이 줄어 들고 있고 중국산 저가 제품의 수입이 증가하면서 수요부족과 가격 하락 압박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또 중국의 저가 공세를 막기 위해 미국, EU, 캐나다 등이 철강 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조치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골칫거리다. 이와 함께 지난 1월부터 시행된 온실가스거래제는 부담을 가중 시키고 있다.

철강협회 조사통상실 서승교 실장은 “철강업계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데, 중국이 과잉 생산한 물량을 수출로 많이 밀어내고 있다. 이런 부분이 전체적인 업황 개선에 발목을 잡고 있다”며 “중국에서 불공정하게 들어오는 경우에 대해서는 최근 H형강 반덤핑 제소와 같이 법적인 수단을 강구하거나 원산지 표시 강화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계속 검토하고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처럼 사정의 칼날이 철강업계를 옥죄고 있고 시장 상황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자정의 계기로 삼자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정부가 하는 일이라 우리가 뭐라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최대한 따르려고 한다. 산업계 모두 앓는 소리를 할 것이다”며 “업황 자체가 안 좋은 상황에서 (철강업계에 대한 비리 수사 확대는) 걱정은 되지만, 시장이 어렵다고 불법적인 일을 그냥 넘어가는 것은 중장기적인 좋은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단순한 논리로는 위기이지만 포스코도, 동국도 이번 일을 슬기롭게 잘 헤쳐 나가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구 기자 ktg@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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