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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배달 플랫폼과 음식점주의 디지털 정보격차

입력 2024-06-17 07:47

인공지능(AI)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 말하는 지금도 노인복지관에는 컴맹 탈출을 위한 인터넷활용교실이 열리고 있다. 디지털에 익숙치 않은 노령인구에게 정보 접근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연령, 지역, 소득 등에 따른 디지털 정보 접근 및 활용 역량의 차이를 지칭하는 말이 디지털 정보격차(digital divide)이다.



초고속 인터넷이 급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하던 시기에 정부는 “정보격차 해소에 관한 법률”를 제정하고, 모두에게 평등한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려 하였다. 2001년에 제정된 법률은 2009년에 폐지되었지만 디지털 정보격차에 대한 사회적 그리고 정책적 관심은 여전히 필요하다.

스마트폰 평균 보유대수가 0.95대로 거의 모든 국민이 손바닥 안에 인터넷을 가졌지만, 디지털기기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 디지털 정보격차는 여전하다. 은행 점포가 축소되고 코로나 19로 디지털금융이 가속화된 은행시장에서는 2021년 기준 857만 명의 ‘고령자들이 얼마나 모바일 금융앱을 잘 사용할 수 있는가’가 이슈로 떠올랐다.

은행연합회에서는 2022년 “고령자 친화적 모바일 금융앱 구성지침”을 마련하고, 금융앱이 고령 금융소비자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고령자 모드를 제공하게 하였다. 금융위가 보도자료를 내었지만 이 지침은 은행연합회 자율규제로 신설된 것이다. 고령자 디지털 정보격차를 줄이면 은행도 고비용의 물리적 점포를 유지할 필요성이 줄어드니 어찌보면 자율규제 보다 착한 자율협약이라 부를 수 있겠다.

소비자들이 디지털 정보격차를 겪고 있을 때 정보격차를 해결하는 것은 돈이 되고, 표가 된다.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여 디지털 상품을 더 많이 판매하면 기업은 더 많은 이윤을 남기고, 모두에게 평등해야 할 디지털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는 정책은 다수에게 박수 받는다. 이와 반대로 생산자들 사이에 발생하는 디지털 정보화 격차에 대해서는 기업과 정부가 관심을 가지기 어렵다.

디지털 플랫폼이 다수의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하는 시장에서는 생산자의 디지털 정보격차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한국산업조직학회 논문에 따르면 배달앱 시장에서 음식점주의 나이를 기준으로 폐업률을 비교해 볼 때 40대 미만에서는 배달앱을 사용하는 경우 폐업률이 1.9% 낮아진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사업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반면에 50대 이상에서는 배달앱을 사용할 경우에 오히려 폐업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보인다. 특히 60대 이상에서는 배달앱 사용이 폐업률을 1.7% 높이는 분석결과를 보였다.

음식배달 플랫폼은 수요확장을 통해 매출 신장의 기회를 주지만, 동시에 플랫폼 사용과 관리에 따른 비용 증가로 점주의 마진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플랫폼은 소비자와 생산자의 소통을 활성화하여 디지털에 익숙하지 못한 점주는 오히려 고객관리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이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배달앱을 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배달앱이 노령 점주의 폐업률을 오히려 높인다는 결과는 배달앱이 노령 점주에게 젊은 점주만큼 큰 기회로 다가오기 않았다는 것을 함의한다.

음식점주 연령에 따른 디지털 정보격차에 대해 국내 배달 플랫폼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배달 플랫폼에서도 고령의 점주들의 디지털 플랫폼 활용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교육하고 개별 점주들의 에로사항을 도와주려고 한다. 하지만 음식점 영업시간 중에는 점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려워, 저녁 9시 이후에나 소통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점주들의 디지털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음식점주와 배달 플랫폼 모두에게 많은 비용이 드는 일인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플랫폼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점주에게 비용을 들여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플랫폼의 이윤을 높이리라 보장할 수 없다. 그러므로 플랫폼이 정보격차 해소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없을 것이라 예상한다.

플랫폼 산업성장 측면에서도 생산자의 디지털 정보격차 해소가 산업 성장에 도움이 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산업은 생산성이 낮은 기업이 폐업하고, 생산성이 높은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성장해 간다. 생산성이 높은 기업들은 기술 수준이 더 높기 때문에 투자로 기대되는 성과가 높다. 생산성이 높은 기업들에게 투자를 집중한다면 산업이 효율적으로 성장해 간다.

생산자의 디지털 정보격차가 존재하는 시장에서 디지털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생산자에 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생산성이 낮은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일 수 있다. 때문에 정책으로 생산자 디지털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투자하는 것은 성장의 효율성을 일부 포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음식점 수가 57만개에 달하고, 관련 종사자 수가 150만명을 넘어서는 우리나라에서 배달 플랫폼 시장은 산업 정책만으로 접근할 수 없다. 음식점의 폐업은 점주를 포함한 종사자들의 재창업과 재취업과 연계되어 있다. 고령 점주의 폐업으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피할 수 있다면 디지털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큰 이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경쟁시장에서 생산자는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 신기술을 수용하여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 그러나 개인사업자가 나이, 지역 등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사업환경으로 인해 신기술 적응 기회에 차이가 발생한다면, 이 차이를 해소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것이 기회균등을 통해 자유로운 직업선택의 가치를 보전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구체적인 플랫폼 사업에 대해 정보가 부족한 정부가 생산자 디지털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생산자에게 직접 정책을 시행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플랫폼이 스스로 생산자 디지털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자원을 투입할 수 있도록 사업환경을 조성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은행연합회의 자율협약처럼 다수가 윈-윈할 수 있는 ‘생산자 디지털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플랫폼 지침’이 나오길 기대한다.

 

인천대 경제학과 이기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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