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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모두가 예민한 인사 평가, 공정성 논란 잠재울 방법 찾았죠”

[스타트업] 인사관리(HR) 테크 스타트업 '디웨일'

입력 2024-06-17 06:44
신문게재 2024-06-1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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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기업 HR팀은 연말만 되면 임직원 성과 평가로 골머리를 앓는다. 평가를 받는 사람은 산정 기준에 의문을 던지고, 평가를 하는 사람 주변으로는 원성이 맴돈다. 새로운 세대가 출연하고 엔데믹 이후 근무 방식은 다양해지면서 기업이 과거처럼 면담 없이 통보했다가는 큰 반발만 남길 뿐이다. 특히 MZ세대는 평가 방식이 합리적이고 공정한지 나아가 그에 따른 보상이 적절한지까지 살핀다. 이들이 성과 평가에서 바라는 것은 데이터에 근거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다.



실제로 잡코리아가 올해 실시한 ‘인사 평가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57.1%가 회사의 평가가 합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회사 평가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로 ‘상급자의 주관적인 평가(67.7%)’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허술하고 미흡한 평가제도(43.3%)’가 뒤를 이었다. 특히 성과관리 체계가 상대적으로 잘 갖춰졌다고 평가 받는 대기업에서도 직원들의 불만은 속출한다. 금속노조가 지난해 삼성전자와 삼성SDI 직원 4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7.9%는 사측(관리자 포함)이 ‘고과 평가를 객관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고과 평가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답변은 75%에 달했다.

HR 테크 스타트업 디웨일(D.Whale)은 이러한 인사 평가에 대한 불신을 성과관리의 디지털 전환(DT)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 2021년에 설립된 디웨일은 삼성 SDS에서 사내 벤처 대표를 맡았던 구자욱 대표를 필두로, 삼성 SDS 기술연구소 출신 권세형 최고기술책임자(CTO) 이사와 라인메신저 프로덕트매니저였던 이현정 최고제품책임자(CPO)가 합류해 꾸린 회사다. 디웨일은 인적자원개발(HRM) 플랫폼 ‘클랩(CLAP)’을 출시해 상시 성과관리를 간편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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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욱 디웨일 대표. (사진=디웨일)

 

◇ 성과관리에 엑셀은 그만, ‘데이터’ 관점 공정성 중요

구자욱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업 HR 파트의 성과관리에 주목했다. 성과관리는 채용된 인재가 조직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높은 성과를 지속적으로 낼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다. 구 대표는 성과관리가 직원 퍼포먼스와 리텐션(재직기간)에 중요한 요소인데, 국내 HR 시장이 지나치게 채용에 치중됐다고 생각했다. 성과관리 솔루션 서비스를 출시해 회사와 직원이 함께 성장하고 향상된 성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그는 국내 기업의 HR 현황부터 분석했다. 과거에는 단순한 탑다운(Top-down) 형태의 성과 관리로 충분했다. 그러나 현재는 회사·팀·개인의 목표를 일치시키는 목표 관리와 한 직원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관점의 성과 데이터를 반영하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었다. 구 대표는 “데이터 관점의 공정성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엑셀로 직원 평가와 목표관리를 하고 있었다”며 “이 경우 데이터가 잘 관리되지 않았고 공정한 평가에 드는 리소스가 지나치게 많이 소모된다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 기반으로 평가가 이뤄지면 국내 인사 평가의 고질적인 문제인 사내정치도 자리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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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랩의 ‘목표 관리’ 화면. 목표와 업무가 정렬돼 있고 달성률을 트래킹할 수 있다. (사진=디웨일)


◇ 클랩(CALP), 이름처럼 직원 ‘박수’받을 수 있게 성장 지원

클랩은 성과관리 액션과 데이터를 한번에 관리한다. 세부적으로 △명확한 목표관리(OKR, KPI)를 기반으로 △동료들의 지속적인 피드백 △리더와의 1대1 미팅(1on1) △성과 평가 △등급 조정 과정 (캘리브레이션) △애널리틱스 서비스 등을 통해 구성원들의 성장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선 ‘목표관리’ 서비스에서는 구성원들이 회사의 방향성에 맞게 정리된 팀 업무를 확인할 수 있다. 리더는 구성원들의 업무 진행 이력을 리포트를 통해 한눈에 바로 파악할 수 있다. 정량적 지표를 통한 달성률도 추적할 수 있어 객관성도 높였다. 구 대표는 기업들이 목표관리에서 어려워하는 부분은 상시 측정과 이를 기반으로 한 성과 평가라고 짚었다. 그는 “클랩에서는 기업의 최상위 목표, 팀 목표, 구성원의 목표를 하나의 방향으로 정렬하도록 도와 가시성을 높였다”며 “임직원들이 한 방향을 볼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상시적인 목표 체크인도 메신저나 메일로 간단하게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실시간 목표 달성률을 상시 평가에 자동 반영하도록 구성해 성과관리를 측정-기록-평가까지 하나의 사이클로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피드백’ 대시보드에서는 구성원들이 협업하며 오간 피드백이 누적 데이터 형태로 정리된 걸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클랩은 주기적인 ‘1대1 미팅’ 운영을 위해 이메일과 메신저를 통한 리마인드 알림을 제공한다. 미팅은 HR 전문가가 엄선한 질문 템플릿을 통해 이뤄지고 대화 내용은 미팅 노트에 기록된다. ‘성과 평가’ 서비스에서는 커스텀 평가 기능과 직무별 리뷰부터 신규 입사자 역량 리뷰 등 다양한 평가 템플릿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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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랩 화면. (사진=디웨일)


◇ AI 적용해 상시 피드백 뒷받침, 5초면 뚝딱 완성

구 대표는 클랩의 핵심 경쟁력으로 인공지능(AI), 커스터마이징 그리고 피플 애널리틱스 등 3가지를 꼽았다. 클랩은 상시적인 ‘피드백’ 문화를 조성하는 데 AI를 활용하고 있다. AI가 업무 협업 지수가 높은 구성원을 피드백 대상자로 추천하고, 이 구성원의 업적을 선정해 보여준다. 관리자가 피드백 유형(긍정, 부정)을 선택하고 피드백 작성을 명령하면 AI가 5초만에 초안을 생성한다. 여러 구성원에게 피드백을 전달해야 하는 관리자의 부담은 물론 매 평가마다 업적을 정리해야 하는 구성원의 수고까지 덜어준다.

그러나 이렇게 HR 업무에 AI를 도입하는 것을 대한 걱정 어린 시각도 존재한다. 앞서 아마존은 AI를 활용한 지원자 평가 도구를 개발하려다 편향성을 이유로 철회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채용뿐만 아니라 성과관리에서도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구 대표는 “클랩은 AI를 성과관리에 들어가는 시간과 리소스를 줄이는 것에 활용하고 있다. 업무 관계도를 분석하거나, 프로젝트 참여도를 분석해 평가를 공정하게 하는 것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I가 인간의 성과 자체를 판단하는 것이 아직 위험하다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고 모델 정확도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AI가 편향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클랩은 당분간 AI로 HR팀과 임직원의 성과관리 리소스를 80% 이상 줄이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고객이 원하는 대로 결합, HR 기능 모듈

클랩의 두 번째 강점은 기업에 맞춰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HR 기능 모듈’이다. 클랩은 40여 가지의 다양한 기능 모듈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원하는 성과관리 프로세스를 레고 블록처럼 결합해 맞춤형으로 설계할 수 있다. 회사 규모에 상관없이 어떠한 프로세스에도 HR 기능을 개발 및 구현할 수 있어 ‘모듈형 HR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라고도 불린다. 여기에 클랩에서는 다양한 Open API를 더해 기업에서 활용 중인 데이터를 쉽게 연동할 수 있다. 디웨일에 따르면 클랩을 도입한 기업은 성과 평가에 필요한 시간이 평균 80% 감소하고 직원들의 리텐션은 평균 30%이상 증가하는 등 업무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구 대표는 클랩이 특히 중견 기업에 최적화된 서비스라고 소개했다. 과거에 중견기업이 성과관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사용하던 업무 도구, ERP, 그룹웨어와의 연동 그리고 기성 커스터마이징 모듈 정도로 국한됐다. 아울러 이런 맞춤 기능 제공은 구축형에서만 가능한 부분이었고 높은 비용과 8개월에서 1년까지의 긴 구축 시간이 필요했다. 클랩은 이 부분을 사전 제작한 HR 기능 모듈의 조합으로 1~2개월 내에 구현했다. 서비스 비용도 구축 비용 대비 20% 수준으로 줄였다. 구 대표는 “클랩의 고객을 분석해보면 동일한 성과 관리 프로세스를 가진 경우는 없다”며 “중견 기업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고 다양한 성과 관리 환경을 제공하는 것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복잡한 성과관리 프로세스도 해결하지 못한 경우는 아직 없다”고 자신했다.

마지막 강점인 피플 애널리틱스는 구성원과 성과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주는 HR 관리 도구다. 과거 기업들은 구성원들의 성과를 감각과 정성적 평가에 의존했다. 클랩은 방대한 성과 데이터를 분석해 구성원들의 성과를 시각화·정량화했다. 이를 통해 HR관리자와 경영자는 의미 있는 데이터를 전달받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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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욱 디웨일 대표. (사진=디웨일)

◇ 1년 만에 누적 투자금 80억, 전년 대비 400% 성장 목표

디웨일은 설립 초기부터 이러한 가능성을 인정받아 2021년 9월 네이버 계열 벤처캐피탈 스프링캠프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이후 10개월 만에 500글로벌, 위벤처스, 스프링캠프, 킹슬리벤처스 등으로부터 프리A 투자 유치에 성공, 다시 1년 만에 시리즈A 투자에 성공해 누적 약 80억원 투자금을 확보했다. 지난해 연간구독매출(ARR)은 전년 대비 3배 성장했다. 현재는 SL, 아난티, 에어프레미아, 본아이에프 등 1000개 이상의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디웨일은 올해 성장과 안정성을 모두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4배 이상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 클랩을 찾아 주는 고객들을 생각하면 그리 어려운 목표는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고 자신했다. 클랩은 무엇보다 기존 고객들의 업무 환경이 다양하게 변화하는 것에 맞춰 지속적인 서비스 안정성을 확보, 고객 만족도를 올리는 부분에 집중할 계획이다.

나유진 기자 yuji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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