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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사 충실 의무’ 확대, 기업 밸류업에 도움 안 된다

입력 2024-06-25 14:09
신문게재 2024-06-26 19면

22대 국회가 개원하자 다시 불거진 상법 제383조의3(이사의 충실 의무) 개정 논란이 뜨겁다. 이사가 직무를 수행할 때 ‘회사’를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법조문을 ‘회사와 주주’로 변경하는 것이 골자다. 경영권 위협을 우려한 경제단체들은 25일 상법 개정에 반대하는 공동건의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했다.

해당 조항에 총주주 또는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면 소액주주 보호에 도움 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나머지 주주의 이익을 희생해도 회사에 손해만 없으면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문제를 정의의 차원에서 바로잡는다고 여길지 모른다. 그런데 이사와 주주 사이 사이에 위임 계약이 없는데 대리인 관계만 형성되는 개정안이 법 체계에 맞는지부터 근본적으로 살펴볼 대상이다.

이사회의 결정으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상법 개정 목소리가 불거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개정되면 ‘본인(주인)-대리인 문제’ 이론이나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둘러싼 법리 다툼을 떠나 기존 법체계를 흔들게 된다. 일부 주주들의 소송 남발은 불을 보듯 뻔하지만 소액주주 보호 효과를 거둔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면, 기업의 신속한 경영 판단이 힘들고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 등 경영권 공격세력에 휘둘릴 때의 손실은 막대하다. 과도한 ‘경영 판단 원칙’은 사후적인 사법 리스크 증가를 의미한다.

등기이사가 배임죄 혐의로 구속될 가능성이 높아지는지 여부가 사안의 본질은 아니다. 해당 입법과 1대 1 교환으로 배임제 폐지론까지 거론되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 상법 개정 없이 형법상 배임죄 규정을 대주주 견제 장치로 쓰는 방안이 차라리 합리적이다. 경제단체 공동건의서에 적시된 대로 물적 분할 때 반대 주주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등을 활용하는 편이 낫다. 주주 이익 보호가 목적이면 현행 법제 아래서 얼마든 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투자자 이익을 보호할 기업 구조 개선이 꼭 이 방법일지 의문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수사 경험이 작용했을 수도 있겠다. 중요한 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 해소에 실효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마음만 먹으면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지침) 전례보다 더 안 좋은 요소를 내포한다. 자칫하면 한국 증시 밸류업 프로젝트와 거꾸로 갈 소지마저 있다. 상법 개정 없이 주주 이익을 보호하는 방안을 찾길 바라는 이유다. 기업 경영 활동을 저해하고 위축시키면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인 ‘주인’이 누구냐는 질문을 던져봤자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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