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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겐지로 오카자키 “목표 보다는 과정, 다양한 감각으로 ‘우리’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들”

입력 2024-06-28 23:15

켄지로 오카자키
한국 첫 개인전 ‘Form at Now and Later 形而の而今而後’를 연 겐지로 오카자키(사진=허미선 기자)

 

“미운오리새끼가 철새인 백조가 날아온 걸 보고 자기도 백조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또 다른 스토리가 발생되잖아요. 제 작품도 그런 연관성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서유기’에서는 삼장법사가 불전을 찾아 여행을 떠나죠. 하지만 사람들은 그 불전이 아니라 그들의 여정에 더 흥미를 가지고 재밌어 하잖아요.”



한국에서는 처음 개인전 ‘프롬 앳 나우 앤 레이터’(Form at Now and Later 形而の而今而後, 6월 28~8월 17일 페이스갤러리 2, 3층)을 여는 겐지로 오카자키(Kenjiro Okazaki)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목표가 있지만 그 목표로 가는 과정에 집중하는 작업”이라고 털어놓았다.  

 

겐지로 오카자키
겐지로 오카자키의 한국 첫 개인전 ‘Form at Now and Later 形而の而今而後’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상상을 바탕으로 작업을 하는 과정은 컴퓨터의 아이콘, 썸네일과도 같아요. 아이콘이나 썸네일을 클릭하면 여러 가지 정보가 나오잖아요. 그 정보를 어떻게, 얼만큼 압축할 것인가의 선택이죠. 그렇게 작지만 큰 그림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진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겐지로 오카자키는 건축, 문학이론, 조경, 로봇공학, 회화, 조각, 퍼포먼스 등 다양한 학문과 매체를 아우르며 추상적 언어를 바탕으로 시간, 공간, 인지를 탐구하는 예술가이자 비평가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년 전 “행운스럽게도(?) 뇌경색에 걸려 오른 팔다리를 아예 못쓰게 되면서 ‘이대로 누워서 생활하게 되겠구나’ 싶은 상태”에서 그는 “논어를 생각하게 됐다.”

 

겐지로 오카자키의 한국 첫 개인전 ‘Form at Now and Later 形
겐지로 오카자키의 한국 첫 개인전 ‘Form at Now and Later 形而の而今而後’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뇌의 일부가 죽어서 잃겠구나 생각했는데 뇌에도 조형성이라는 것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걸 다시 조형하면 다시 쓸 수 있게 된다는 걸 발견했죠. 그렇게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고 편히 지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로 신기하게도 힘들고 어렵게 생각했던 일들도, 슬럼프라고 생각했던 것들마저 정말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됐죠. 너무도 쉽게 작품활동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속도도 지금까지보다 15배나 빨라졌죠.”

 

그렇게 다시 뇌를 조형하고 이전보다 빠르고 활발하게 작품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과정을 그는 “조형예술과 같은 것”이라 정의했다.

그리곤 “시간과 공간이 존재함으로서 걱정이 생겨나지만 작품활동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재배치하면서 만들어진 작품들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여러 화폭에 담긴 회화들이 붓칠로, 거울 이미지 관계를 통해 연결된 회화작품들 16점과 릴리프 작업 ‘3:15’, 뒤틀리고 겹쳐진 형태의 합성 대리석 조각들 등 20여점을 만날 수 있다. 하나처럼 보이지만 각자가 겐지로 오카자키의 표현처럼 “하나하나 전혀 다른 스토리들을 가진 작품들이다.”

“4개의 패널로 구성된 그림이라면 글도, 주제도 4개로 나누어져 있어요. 글의 길이도 패널의 넓이와 비례하죠. 문장의 의미 보다는 수학적 사고로 어떻게 배치할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그 그림들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공간과 시간이 생겨나죠.”

겐지로 오카자키의 한국 첫 개인전 ‘Form at Now and Later 形
겐지로 오카자키의 한국 첫 개인전 ‘Form at Now and Later 形而の而今而後’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이어 “서양의 프레스코화를 생각하면 된다. 그때그때 한 구역을 정해 작업을 하는데 저마다가 하나의 섬”이라며 “시간이 흘러 굳어가면서 채색을 할 때와는 또 다른 색깔을 만들어 낸다”고 부연했다.

“그렇게 시간의 차이가 생겨나고 공간이 만들어지죠. 한 아이가 수학시간이 너무 재미 없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리다 보니 그것과 수학문제의 연관성이 생겨나는 식이에요. 그렇게 연관성을 찾기 시작하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죠. 그렇게 만들어지는 이야기들은 네버엔딩이에요. 다른 시기에 작업했지만 같은 시기에 그린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결국 시간과 공간은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그의 표현처럼 ‘네버엔딩’이 된다. 캔버스별로 다른 이야기들을 그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하고 수학적 공식”으로 구성한다. 그렇게 3, 4개를 조합한 그림들은 “운반 중 불운한 사고로 (파손되거나 분실되는) 상태가 되지 않은 한 변형되지 않은 완성작”이다.
 

겐지로 오카자키의 한국 첫 개인전 ‘Form at Now and Later 形
겐지로 오카자키의 한국 첫 개인전 ‘Form at Now and Later 形而の而今而後’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물론 아틀리에서는 정해두지 않고 여러 형태로 작업합니다. 하지만 조합을 통해 하나의 작품으로 내놓은 후에는 ‘이 작품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시그니처가 각인된 완성체입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수학적으로 보이지만 지극히 심리적인 작업”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삼각형은 보통 누가 그렸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 삼각형을 가지고 작업을 해봤는데 실제로는 스피드나 누르는 힘, 압력 등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누가 그렸는지 사실은 알 수가 있다”고 예를 들었다.

“신기하게도 동양 여학생들이 누가 그렸는지 알아차리는 능력이 뛰어나요. 트레이닝이 잘돼 있다고 할까요. 남자 분들 중에도 알아차리신 분들이 있는데 정신과 의사들이었어요. 그래서 수학적인 게 아니라 심리적인 작업이죠. 우리는 정말 다양한 필터를 가지고 있어요. ‘오감’이라고 표현하지만 더 많은 감각을 우리는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은 우리 마음대로 만들어내는 거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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