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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빅맥 상표는 닭고기 버거에는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하다?

입력 2024-06-30 13:38
신문게재 2024-07-01 19면

전소정 변리사
전소정 변리사

맥도날드의 ‘빅맥’ 상표는 그야말로 유명상표다. 유명상표일수록 상표권의 범위는 확장되기 마련인데 최근 유럽에서의 빅맥 상표권 분쟁의 결과는 다소 의외다. 2017년부터 시작된 이 분쟁은 아일랜드 내 100여곳 매장을 운영하는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인 ‘수퍼맥’이 유럽에 상표권을 등록하려 하자 맥도날드가 ‘빅맥’과 혼동될 수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그런데 최근 유럽일반법원(EGC)은 맥도날드의 ‘빅맥’ 상표권은 소고기가 들어간 메뉴에 한해서만 인정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바꿔 말하면 소고기가 아닌 닭고기가 들어간 메뉴(버거 포함)라면 빅맥이라는 이름을 써도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1호는 ‘수요자들에게 현저하게 인식되어 있는 타인의 상품이나 영업과 혼동을 일으키게 하거나 그 식별력 또는 명성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는 등록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저명상표의 경우 유사한 상품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영업에 혼동을 일으키게 하거나 식별력 또는 명성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다면 그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는 등록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상표법에만 있는 규정은 아니고 세계적으로도 저명상표에 대한 보호 규정 및 제도는 따로 두고 있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을수록 보호를 잘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보편적인 사실이다.

하지만 유럽 빅맥 상표 분쟁은 우리에게 다른 측면에서의 보호도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일 유명상표라는 이유로 해당 상품에는 사용한 적도 없는데 그 상품에 대해서까지 지속적인 효력이 미친다고 한다면 진정한 사용 의사가 있는 자를 보호한다는 상표법의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 큰 기업일수록 사용하지도 않는 상표들을 방어표장이라는 이유로 등록해 두거나 지정상품도 현재 사용 범위보다 훨씬 더 확장해서 상표등록을 받아두는 경우들이 허다하다.

유명상표의 사익을 보호하는 취지에서는 이들의 신용에 편승하여 부당한 이익을 편취하려는 자들의 행위를 예방하고 금지하는 것이 옳다할 것이나, 누구나 상표를 선택해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공익적 측면은 다소 훼손되고 있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포괄적 지정상품의 지정을 지양하고, 구체적인 범위를 지정하도록 하는 심사가이드라인이 정해지고 있다. 유럽법원의 ‘빅맥’ 판결과 유사한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제9류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만으로도 상표 등록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게임용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처럼 용도를 한정하여 출원하도록 하는 것도 사용 의사 없이 등록만 유지하여 일반수요자의 상표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권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상표법은 상표 사용자의 사익적 측면과 시장의 공익적 측면을 함께 고려하는 것을 추구한다. 유명상표에 대해서도, 상표 출원 시 상품을 지정함에 있어서 심사 단계에서부터 공익과 사익을 균형을 고려하여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럽 법원의 ‘빅맥’ 상표 사건처럼 의아하지만 의미 있는 판결과 사례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전소정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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