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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안전보건공단, VR 체험·퀴즈대회 등 외국인 안전교육 효과 '쑥쑥'

외국인 근로자 2년간 10배 증가…50인 미만 사업장 근무 78.9%
상반기 외국인 근로자 50명 사망…사망률 내국인 대비 1.4배 높아
“현실감 있는 VR 영상 체험 산업현장 안전보건 교육에 큰 도움”

입력 2024-09-22 13:25
신문게재 2024-09-23 13면

안전보건공단
지난달 18 마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외국인근로자 안전퀴즈왕 대회에서 안전퀴즈왕 선발된 외국인근로자와 입상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안전보건공단)

 

지난 6월 근로자 23명이 사망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가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은 상당했다. 이 중 무려 18명이 외국인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사회가 외국인 근로자를 향해 가진 낮은 관심도에서 비롯된 인재(人災)라는 점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위험성평가를 전면 개편하고 배터리 화재용 소화기 구매에 50억원을 투입하는 등 사업장별 지원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고는 소규모 사업장별 미숙한 안전관리와 외국인에 서툰 한국어로 인한 사고위험 가중이 근본원인으로 지목된다. 때문에 안전관리 분야에 대한 외국인 근로자들의 실질적인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안전보건공단의 통역사 가상현실(VR) 체험교육, 산업안전 퀴즈대회 등이 주목되고 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외국인 근로자…주로 50인 미만 사업장 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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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의 ‘일반고용허가제 외국인근로자(E-9) 도입현황’을 보면 지난 3년간 외국인 근로자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만51명에 그쳤던 외국인 근로자는 2022년 8만8012명, 2023년 10만148명을 기록하며 2년간 약 9.9배 증가했다.

고용허가제란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정부로부터 고용허가서를 발급받아 합법적으로 비전문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중소 제조업(근로자 300인 미만·자본금 80억원 이하), 농·축산업, 임업, 광업, 어업(20톤 미만), 건설업, 일부 서비스업 등에서 채용할 수 있다.

정부가 3D업종에 대한 내국인 기피현상이 지속되자 E-9 규모를 최근 몇 년 사이 대대적으로 확장한 것이다. 올해 E-9 도입규모는 16만5000명으로 역대 최고치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대다수가 상대적으로 안전보건체계가 미흡한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 근무하고 있어 업무상 재해에 상시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실제 통계청 ‘2023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따르면 15세 이상 우리나라 상주 외국인 143만명 중 취업자는 92만3000명인데, 이 중 전체의 78.9%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50~299인은 18.1%, 300인 이상은 3%로 나타나 사실상 안전보건관리체계와 무관한 상태로 근무하는 인원이 대다수일 것으로 추산된다.


외국인 근로자 상반기 50명 사망…내국인 대비 1.4배

소규모 사업장은 자본·인프라·인력 등이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사망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성함에 있어 기본적으로는 사업주의 ‘지불능력’이 뒷받침돼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구성원들 간의 관행·문화 개선을 통해 위험성평가 등의 질적 제고 등이 대안으로 제시 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실제 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사고사망자 812명 중 50인 미만 사업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637명(78.4%)으로 나타났다. 건설업의 경우는 356명으로 전체 사고사망자의 절반 수준인 43.8%를 차지했으며, 50억 미만 소규모 현장에서만 244명(68.5%)이 사망한 것으로 분석됐다.

‘외국인 근로자’로 좁혀서 살펴보면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 사고사망자는 85명으로 전체 10.5% 수준으로 확인된다. 이는 유족급여 승인 기준인 지난 2022년 9.7%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로 전체 근로자 대비 사망사고 발생 확률이 약 ‘1.4배’ 높았다.

특히, 올해는 아리셀 사고의 영향으로 외국인 근로자 사망자 비중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반기에만 외국인 근로자가 50명이 숨지며, 전체 사망자의 16.9%를 차지했다. 업종별로 보면 아리셀 사고를 포함한 제조업에서만 29명이 사망했고, 이어 건설업 18명, 기타 3명 순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 고용노동부는 기존 고용허가제(E-9·H-2) 비자에 국한됐던 안전보건 교육을 F계열(재외동포 비자·F4 등)로 확대해 모든 외국인 근로자(92만명)가 한 번 이상 기초안전보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의무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정식 전 노동부 장관도 지난달 중앙사고수습본부 3차 회의에서 “외국인 근로자 증가, 고령화 등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현장의 안전관리 수준이 제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강조한 바 있다.

또 10년 만에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평균 19% 인상해 스마트 안전장비를 구매하는 데 활용될 수 있도록 자비 부담률을 현행 60%에서 오는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데, 폭염설비지원 180억원, 안전동행지원 100억원 등 산재예방에만 총 1조3000억원을 편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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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2일 충북 제천에서 안전보건공단이 개최한 ‘안전보건 기초 역량 강화 교육’에서 외국인 통역사들이 가상현실(VR) 기기를 활용한 안전체험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안전보건공단)


외국인 근로자 안전사각지대 여전…‘흥미’유발 VR 체험교육·산업안전 퀴즈대회 주목

다만, 이 같은 정부에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규모 업장에 대한 부족한 안전관리와 외국인 근로자들의 서툰 한국어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정부가 안전보건관리체계구축·위험성평가 컨설팅·재정 등을 지원해도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이를 형식적으로 받아들이거나, 기계 작동이 미숙한 외국인들은 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안전보건공단은 VR 체험교육·산업안전 퀴즈대회 등을 통해 안전에 대한 이들의 ‘흥미’를 유발시키고 있다.

먼저 지난달 18일 경남 창원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제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산업안전 퀴즈대회’를 개최했다. 이어 건설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경기도 용인에서, 조선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경남 거제에서 행사를 열었다. 지역별로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종사하는 업종과 산재예방의 필요성이 높은 지역을 고려해 선정한 것이다.

퀴즈대회에서는 산업안전보건 관련 기본적인 지식을 묻기도 하고, 해당근로자의 자국 언어로 번역된 문제를 제공하거나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혹은 지역대학과 협업해 통역을 제공하는 등 외국인 근로자의 이해를 도왔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명의의 상장과 부상으로 전국 어디에서나 유통되는 온누리 상품권이 지급됐다.

안종주 안전보건공단 이사장도 “퀴즈대회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산업안전보건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추진했다”며 “이를 통해 언어 미숙, 문화차이로 인한 산재사고를 예방하고 안전문화 확산과 안전일터 조성할 수 있도록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12일에는 충청북도 제천에서 전국 9개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 통역원을 대상으로 ‘안전보건 기초 역량 강화 교육’을 시행했다.

외국인 근로자 지원센터는 전국 9곳(부산·대구·인천·광주·충남·전북·창원·김해·양산)에 거점을 두고 외국인근로자 고충상담, 통역, 교육지원, 문화행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통역원이 외국인근로자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는 만큼, 현장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교육에서는 VR 기기를 활용한 안전체험(추락·끼임·충돌) 등으로 현장감을 높였다. 교육에 참여한 외국인 통역원인 미얀마 출신 깨띠앙 씨는 “현실감 있는 VR 영상 체험으로 산업재해의 위험성과 안전의 중요성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며 “산업현장 안전보건 교육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이 밖에도 안전보건공단은 외국인근로자 우수사업장 사례 홍보를 강화하고 외국인근로자 산재현황, 예방대책 및 안전교육 중요성 등을 지속해서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세종=정다운 기자 danjung63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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