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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에 쫓긴 서민들… '도피성 내집마련' 이대론 안된다

입력 2015-04-12 17:09

최근 부동산시장이 모처럼의 활황세를 보이고 있지만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과거 부동산 광풍 재연 가능성을 사전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12일 건설업계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거래량은 100만건을 넘어 지난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매달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통계만 보면 확실히 활황기다. 2분기에 역대 동기 최대치인 9만4216가구가 분양 예정이고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3조8000억원으로 작년 2월 대비 2조원이 늘었다.

 

2월 서울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067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31% 상승했고 지난달 말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가격은 작년 12월 말에 비해 0.75% 상승했다.

문제는 통계로 잡기 어려운 ‘비자발적 거래’가 상당할 것이라는 점이다. 심리적 압박에 쫓겨 어쩔 수 없이 주택 구입에 나선 서민층이 시장의 주력이라면 문제가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자산가가 주택 구입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전셋값 상승을 감당하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벼랑 끝에서 집을 사는 경향이 짙다”며 우려했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책임연구원 역시 “현재 ‘하우스푸어’들은 떨어진 집값을 보상 받으려 호가를 올렸고 동시에 전세난에 지친 수요자들이 빚을 내 내집마련에 나서고 있는데 이 두 수급이 맞아 떨어지면 집값이 다시 치솟을 수 있다”면서 “빚을 내 무리하게 집을 사려는 수요자들이 매매가 하락시 큰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디플레이션 진입 등 한국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한 가운데 경기 회복을 위해 정부는 가계소득 증가 대신 부동산 경기 진작을 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요가 한계에 달한데다 주택을 소유나 투자의 대상이 아닌 거주 목적으로 여기는 인식이 강해져 지금처럼 강박적으로 집을 사려는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마침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6년 말부터 주택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넘치는 분양물량을 뒷받침할만한 수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최근의 거래량과 주택가격 등의 각종 지표 개선도 큰 그림의 하락 추세 중 작은 사이클에 불과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과거 참여정부 시절 2003년 5·23 대책을 시작으로 모두 10번의 투기근절대책을 발표할만큼 심각한 문제를 겪었다며 과도한 집값 상승으로 인한 ‘거품’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견본주택에 구름 인파가 몰리는 현상도 일시적 쏠림으로 봐야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닥터아파트 조사에 따르면 올 1분기 수도권에서 청약접수를 한 아파트 25개 단지 중 1순위 청약마감 단지는 7곳(28%)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은 미달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현재 정부 부동산정책은 세입자들이 돈을 빌려 집 사기 좋은 조건을 만들어준 동시에 이미 집 가진 이들이 또 다른 집을 사도록 도와주고 있다”면서 “떴다방이 다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든 투기가 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도 장기적으로 주택시장에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구매력이 부족한 서민들에게 금리 인하는 전월세 전환을 부채질해 전세난을 부추기고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매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고 집값이 떨어지면 ‘하우스푸어’가 증가해 주택경기는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대거 분양된 아파트의 입주 시기가 다가오는 3~4년 뒤에는 공급 과잉과 집값 하락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양 물량은 당분간 증가하겠지만 공급 물량 증가에 따른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미분양 물량이 늘거나 입주시기에 집값이 하락할 경우 건설사나 입주 예정자 모두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주택협회는 최근 회원사들에 과도한 분양가 인상과 과잉공급 자제를 당부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권성중 기자 goodmatte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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