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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FC> 휘청휘청 최홍만…‘인자강’에서 ‘인자약’으로?

입력 2016-10-08 09:37

강펀치 허용하는 최홍만<YONHAP NO-2380>
최홍만이 지난 달 24일 샤오미 로드 FC 033 무제한급 경기에서 미국의 마이티 모에게 강펀치를 허용해 1라운드 KO패 당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홍만(36,프리)은 국내 격투기 역사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불모지였던 MMA 헤비급에서 선구자 역할을 해낸 최무배(45·최무배짐), 유도인 출신 노장의 저력을 보여줬던 윤동식(44), UFC에서 현재 진행 중인 김동현(35,팀매드), 정찬성(29,코리안좀비MMA), 최두호(25,팀매드), 함서희(29,팀매드)에 이르기까지 쟁쟁한 인물들이 많지만 최홍만의 이름 역시 빼놓아서는 안 된다.

최홍만은 격투 팬들 사이에서 유행어처럼 만들어진 ‘인자강(인간 자체가 강하다)’이라는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 중 하나였다. 타격기와는 전혀 관련 없는 씨름 선수로 활약하다 갑자기 세계 최고 헤비급 타격가들이 모인 K-1에 뛰어들어 돌풍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씨름선수 시절에도 딱히 센스 있는 테크니션 스타일은 아니었고 별다른 준비도 없이 입식타격가 생활을 시작했지만 금세 월드그랑프리에서 경쟁할 위치까지 치고 올라갔다.

동양 선수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선수로 평가받았던 한창 때, 괴수 모드의 밥 샙과의 난타전에서 우세를 점했으며 하드펀처로 악명 높았던 제롬르 밴너와도 물러나지 않고 정면에서 치고받았다. 밴너가 최홍만의 힘과 사이즈에 밀려 아웃파이팅을 섞어 쓸 정도였다.

K-1 최고의 킥커였던 본야스키에게 대놓고 로우킥 폭격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버티는 믿기지 않는 맷집을 선보였으며 심지어 자신과 같은 거인과면서 테크닉까지 갖춘 절대 강자 세미 슐트를 잡아내는 대이변까지 일으켰다.

선택받은 자들의 무대라는 헤비급에서 변변한 경험도 없이 갑자기 뛰어들어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했다는 것은 만화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황당한 현실을 만들어낸 선수가 바로 최홍만이다.

차원이 다른 거대하고 강력한 신체조건(218cm,160kg)이 영향을 미쳤다. 키만 큰 것이 아니라 몸이 탄탄한 근육질로 만들어졌으며 거기에 걸맞게 힘과 맷집도 대단했다. 아케보노 다로(203cm·230kg), 자이언트 실바(218cm·175kg), 줄루(200cm·180kg) 등 그저 그런 거인과 선수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작은 선수들을 빛나게 해주는 들러리로 전락하던 대다수 거인 파이터들보다 확실히 빨랐으며 운동신경도 좋았다. 어릴 때부터 제대로 타격기를 훈련했던 매우 희귀한 스타일의 거인 파이터 슐트(212cm)마저도 최홍만의 투박한 압박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최홍만의 커리어는 주로 입식에서 빛났지만 MMA무대에서도 인상적인 장면을 보여줬다. 당시 세계 최강의 사나이로 인정받던 에밀리아넨코 표도르(40·러시아)를 상대로 잠깐이지만 엄청난 테이크다운 방어와 상위압박을 선보이며 많은 팬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이렇듯 타고난 신체 하나로 격투계의 반란아가 됐던 최홍만이지만 로드FC에서 뛰고 있는 현재의 모습은 초라하기만 하다. 예전 같으면 상대가 되지 않을 법한 마이너무대 출신 노장 카를로스 토요타(44,브라질)의 돌격에 허무하게 무너지는가하면 어렵사리 이기기는 했지만 루오췐차오(20,중국), 아오르꺼러(21,중국) 등 헤비급 최하위권 선수들에게도 철장구석까지 밀려났다.

예전의 탄탄했던 근육질 몸은 사라지고 무릎 한번 올리기도 힘들 정도로 힘이 빠졌다. 상대와의 가벼운 몸싸움에서도 휘청거리며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기 일쑤다.

얼마 전에는 한때의 라이벌(?) 마이티 모(45,미국)에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패하며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인자강이라는 말은 온데간데없이 사리지고 최근에는 안타까움반 실망반이 섞인 ‘인자약(인간 자체가 약하다)’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최홍만이 왕년의 괴수캐릭터를 되찾는 것은 이제 불가능한 것일까. 지금까지는 그렇게 보인다.

조성준 기자 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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