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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연예계 2021년 화두는 AI… 기술 진화 어디까지

[조은별 기자의 K엔터+] 인공지능·가상현실 '신기술 열전'

입력 2021-02-02 18:30
신문게재 2021-02-0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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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레이블 합동 콘서트 ‘2021 뉴 이어스 이브 라이브’(NEW YEAR‘S EVE LIVE) 무대에 소환된 고 신해철 (사진제공=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지난 2014년 의료사고로 사망한 故신해철이 부활했다. 붉은 연미복을 입은 신해철은 생전 ‘마왕’이라 불렸던 그 모습 그대로 아이돌 스타들과 함께 자신의 명곡 ‘그대에게’를 부르며 생생하고 역동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지난 해 12월 31일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레이블이 선보인 합동공연 ‘2021 뉴 이어스 이브 라이브’(NEW YEAR’S EVE LIVE) 무대에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예기치 못한 재앙은 역설적으로 기술의 발전을 재촉했다. 집합금지명령으로 대면모임이 줄어든 자리를 비대면 공연이 대체하면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던 AI(인공지능)나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기술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내로라하는 K팝 그룹들이 비대면 무대를 다양한 기술로 채워 넣었다. 

방송은 신기술을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또 다른 통로다. MBC는 지난해에 이어 VR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를 선보였고 Mnet도 ‘AI음악프로젝트 다시 한 번’으로 심금을 울렸다. SBS는 신년특집 ‘세기의 대결-AI VS 인간’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고인 부활시킨 ‘너를 만났다’·‘다시 한 번’, AI와 인간의 대결 ‘AI VS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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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VR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의 한장면 (사진제공=MBC)

 

MBC가 지난해 선보인 VR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는 방송과 신기술의 랑데부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방송된 시즌1은 희귀 난치병으로 숨진 나연양과 엄마 장지성씨가 VR로 재회하는 과정을 그려 안방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올해는 4년 전 사별한 아내 성지혜씨를 만나고 싶은 다섯 남매의 아빠 김정수씨의 사연을 전했다. 6살 나연이에 비해 성인인 성지혜씨를 VR로 재현하는 과정은 더욱 고난이도다. 어린이와 달리 어른은 동작이 복잡하고 다양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한층 디테일하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MBC 디자인센터 특수영상팀과 자체기술을 통해 이를 구현해내며 시청자들을 또다시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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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다시 한 번’ 을 통해 부활한 고 터틀맨 (사진=Mnet 화면캡처)

 

Mnet 음악 프로그램 ‘다시 한 번’은 세상을 떠난 고(故) 김현식과 3인조 혼성그룹 거북이의 리더 터틀맨(본명 임성훈)의 목소리를 다시 한번 들려줬다. 2008년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터틀맨은 지난해 방송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OST인 가호의 ‘시작’을 열창했다. 화면 속 그는 다른 멤버와 함께 안무도 맞췄다. ‘음성합성기술’과 인공지능 기반의 페이스페인팅을 적용한 홀로그램 영상 기술 덕분이다. 

1996년 세상을 떠난 김현식은 김범수의 ‘보고 싶다’를 부르며 놀라움을 선사했다. 특유의 숨소리와 떨림까지 고인의 생전 버릇과 흡사하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세기의 대결 보도자료
SBS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의 한장면 (사진제공=SBS)

 

SBS가 신년특집으로 선보인 ‘AI VS 인간’은 지난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기사와의 대국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AI와 인간의 대결을 통해 AI의 기술력이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시켰다. 방송은 골프, 심리인식, 주식투자, 가창, 작곡 등의 분야에서 AI와 인간의 대결구도를 형성했다. 지난 30일 방송에서는 골프여제 박세리와 배우 김상중이 골프AI 엘드릭과 접전 끝에 엘드릭에게 패했다. 그러나 엘드릭에게도 한계가 있다. 체력과 주변 환경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하면 인간이 엘드릭에게 불리했지만 엘드릭은 클럽 선택, 바람이 부는 방향 등 다양한 조건을 인간에게 의존해야 했다. 

‘AI VS 인간’을 연출한 남상문PD는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지만 아직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다”라며 “엘드릭의 경우 스윙이 정교하지만 자신이 칠 공을 스스로 놓지 못하기 때문에 실전에서 프로 선수들과 경기를 치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엘드릭은 골프 선수들의 교육용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번 방송을 기획한 SBS는 기술연구소를 통해 편집하는 AI를 개발 중이기도 하다. 남상문PD는 “AI가 편집한 예고편과 인간이 편집한 예고편을 서로 비교하는 시도를 하려고 했지만 AI의 편집능력이 부족해 기획을 중단했다”고 귀띔했다. 


◇AI아바타 선보인 에스파·AI 작곡가 곡으로 데뷔한 하연 등 음악계 AI 기술 적극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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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 걸그룹 에스파 (사진제공=SM)

 

가요계는 신기술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4인조 걸그룹 에스파는 가상의 AI아바타와 상존한다. 현실과 가상의 중간단계인 디지털 세계에서 각 멤버들이 아바타와 소셜미디어 라이브 영상을 촬영하는 등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넓히고 있다. NC소프트의 자회사 클렙이 선보인 유니버스도 AI 기술을 토대로 팬과 스타가 일대일로 통화를 하고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엑소 백현, 레드벨벳 조이, NCT 태용은 AI서비스 ‘누구’의 음성안내를 맡고 있다. 스타의 음성이나 외모를 차용한 인공지능 서비스는 향후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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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작곡한 음원으로 데뷔한 가수 하연 (사진제공=엔터아츠)

 

인공지능을 활용한 작사·작곡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태연의 친동생인 가수 하연은 지난해 12월 인공지능이 작·편곡한 음악을 바탕으로 프로듀서 NUVO가 작·편곡 협업한 ‘아이즈 온 유’(Eyes on You)를 발매했다. 

지난 2017년 콘텐츠진흥원 시연장에서 선보였던 ‘음악, 인공지능을 켜다’에서 선보였던 AI 작곡 프로젝트가 4년 사이 실용화될 정도로 진일보했다는 의미다. 하연의 음원을 제작한 엔터아츠 측에 따르면 AI의 이름을 ‘이봄’으로 명명하고 저작권 협회에도 저작권자 등록을 마쳤다. 이에 대한 관련 법안은 현재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최영균 대중음악평론가는 “AI작사·곡에 대한 평가는 아직 엇갈리는 수준이지만 비교적 유행을 타지 않는 로고송 등은 AI가 오히려 쉽게 제작할 수 있다”며 “그러나 AI가 만든 곡 중 히트곡이 나온다면 향후 AI 창작에 물꼬를 트며 산업의 일부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은 볼거리를 중요시 여기는 K팝 가수의 콘서트에서 필수요소로 자리잡는 추세다. 그룹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10월 온라인으로 열린 ‘맵 오브 더 솔 원’(BTS MAP OF THE SOUL ON:E) 콘서트에서 3D로 구현한 거인 그래픽이나 별과 행성으로 뒤덮인 우주의 형상, 철창 엘리베이터를 형상화한 가상 무대 등 AR과 VR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무대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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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주니어의 온라인 콘서트 ‘비욘드 더 슈퍼쇼’(Beyond the SUPER SHOW)의 한장면 (사진제공=SJ레이블)

 

그룹 슈퍼주니어도 지난해 5월 열린 온라인 콘서트 ‘비욘드 더 슈퍼쇼’(Beyond the SUPER SHOW)에서 ‘자이언트 시원’을 선보여 시선을 압도했다. 

연예계는 신기술 활용 콘텐츠가 이제 시작일 뿐 향후 새로운 시도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남상문PD는 “우리 프로그램이 AI 관련 방송의 포문을 연만큼 PD들의 창의성과 기술력이 접목되면 한층 진일보한 콘텐츠가 나올 것이라 본다”고 전망했다. 

같은 프로그램을 연출한 김민지PD 역시 “AI 관련 콘텐츠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다만 너무 많은 방송에서 AI가 오락과 유희의 요소로 비쳐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영균 평론가는 “관련 콘텐츠는 앞으로 계속 활용될 것이다. 다만 기술에 대한 경외를 넘어서야 콘텐츠의 생명력이 유지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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