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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K팝 30년의 기록…'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

[조은별 기자의 K엔터+]

입력 2021-02-16 18:30
신문게재 2021-02-1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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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은 K팝 아카이브(데이터 보관)의 해로 기록될 만하다. 지난 달 3일부터 방송 중인 SBS 창사특집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는 중구난방 흩어진 가요사를 한 자리에 집대성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 데뷔 이후 30여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 K팝의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시기와 세대별로 분류하는 단순 작업을 넘어 나이트DJ와 댄스음악, 문나이트, 홍대 인디신, 학전소극장, 동아기획 등 한국 가요사의 주요 족적을 찾아 나섰다.

방대한 자료를 기록하자고 의기투합한 이들은 SBS 김영욱CP, 작곡가 윤일상, 그리고 누리집 ‘우리가요’를 운영하는 ㈜11018의 최정윤 대표 겸 음악감독이다. 11018은 종로구 수표동에 위치했던 동아기획의 옛 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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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전설의 무대-아카이브k’의 한장면 (사진제공=SBS)

2017년 종영한 SBS ‘판타스틱듀오’ 종영 뒤 강서구 등촌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회식자리가 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우리 음악사도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윤일상의 한 마디가 대형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김윤아의 ‘뮤직웨이브’, 김정은의 ‘초콜릿’, ‘판타스틱듀오’와 ‘더 팬’ 등 SBS의 굵직한 음악 프로그램을 연출한 김영욱CP는 ‘더 팬’ 종영 후 국내 현존하는 K팝 관련 서적을 모조리 찾아 읽었다. 

 

김CP는 ‘브릿지경제’와 인터뷰에서 “‘90년대 댄스 음악의 숨은 공신이 나이트클럽 DJ’ 라는 어느 책의 문구에서 외연을 확장해 가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김CP가 인터뷰한 207명의 대중음악종사자들이 품앗이처럼 “이 사람은 꼭 인터뷰해야 한다”고 권하는 통에 675일에 걸쳐 인터뷰한 기록만 1만5012분에 달한다. 

 

현진영을 인터뷰하러 갔더니 문나이트의 전설적인 DJ인 ‘DJ캣’ (본명 허정회)을 만나보라고 권하는 식이었다. 사전 인터뷰에만 꼬박 2년이 걸렸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유튜브에, 각자의 기억 속에 새겨졌던 K팝 아카이브가 서서히 외연을 갖추기 시작했다. 지난 달 31일 방송한 ‘홍대 앞 인디음악’ 편에서는 한국 인디밴드의 쌍두마차인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이 신인시절 홍대 클럽 드럭에서 공연하는 영상, 처음으로 거리로 나선 명동 공연과 데뷔 전 드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노브레인 보컬 이성우의 모습까지 포착한 희귀영상이 공개됐다. 제작진은 매 방송 후 시청자들의 안방 깊숙이 숨겨진 관련 자료를 수집하며 대중 참여도를 높이고 있다.

학전소극장 편에서는 인터뷰이로 나선 김민기가 첫 질문을 받자 옆에 있던 관계자에게 “술을 사오라”고 했다고 한다. 좀처럼 언론 인터뷰에 나서지 않는 김민기는 5시간 동안 김CP와 술잔을 나누며 학전소극장에 선 가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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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전설의 무대-아카이브k’ 연출자 김영욱CP (사진제공=SBS)

 

덕분에 김CP는 학전 소극장이 서태지와 아이들의 ‘보는 음악’과 공존한 공간이며 가수 윤도현의 출발이 학전 소극장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서태지와 아이들보다 한세대 전 출범했을 법한 학전 소극장이 알고 보니 H.O.T.와 함께 90년대 우리 가요의 황금기를 이끌었다는 점이 이채롭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방탄소년단은 월드스타답게 1시간 30분 동안 자신들의 속내를 깊이 있게 털어놓았다는 후문이다. 김CP는 “방탄소년단은 무대에 어떤 콘텐츠를 가지고 올라갈지 아는 가수”라며 “노래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이야기를 하러 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카이브K’에서 음악은 단순히 ‘추억팔이’가 아닌 하나의 역사다. 지금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사기 당한 이야기, 이혼한 개인사만 털어놓고 미사리로 밀려났던 가수들이 우리 음악사의 한획을 그은 거물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한다. 그러다 보니 시청자들은 물론 음악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모았다. 가수 싸이는 최근 김CP에게 전화해 “시즌2는 언제 하나, 왜 힙합가수 편은 안하냐”고 묻기도 했다.

프로그램이 화제를 모으면서 일본 케이블 채널인 ‘뮤직 온! TV (CJ재팬)에 판매돼 방송 중이다. 멜론TV에서는 방송 풀영상도 볼 수 있다. 방송에 공개되지 않은 미공개 아카이브는 우리가요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프로그램의 기획에 참여하고 있는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지속적 콘텐츠 제작을 통해 대중음악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전했다. 최영균 대중문화평론가는 “K팝 기록에 대한 중요성을 대중에게 일깨웠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의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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