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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이런 임신은 언제든 환영! 넷플릭스 '여미맘스'

[이희승 기자의 수확행] 호주 럭셔리맘들의 일상담은 '여미맘스'
시즌 2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공감과 웃음 자아내
독박육아 뒤로한 '당당한 엄마'들의 일상 눈길

입력 2021-02-23 18:30
신문게재 2021-02-2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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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른 배를 숨기는 시대는 갔다. 뒤뚱거리고 8자로 걸을지언정 힐을 포기 하지 않는 맘들의 이야기 ‘여미맘스’의 출연자들.(사진제공=넷플릭스)

 

하다 하다 ‘임산부 리얼리티를 봐야하나’란 생각도 잠시, 이 프로그램 미쳤다. 흡사 마성과도 같은 흡입력으로 계속 다음화를 클릭하게 된다. 2017년 시즌 2로 마감된 ‘여미맘스’(Yummy mummies)를 직역하자면 ‘아주 맛있는 엄마들’이랄까. 하지만 감히 정의하고 싶다. ‘아내들의 빨간 맛’이라고.



부부에게 출산이란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는 기회다. 출산을 겪으며 여자는 엄마란 이름을 얻고 동시에 자신의 숨겨진 민낯을 발견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 곁에서 남편이란 존재(작자)가 어떻게 그 인고의 시간을 견디는지가 행복한 결혼생활의 시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그 시간이 지옥에 가깝더라도 망각의 동물답게 둘째를 낳는다는 것이다.

‘여미맘스’는 바로 그 순간을 전후로 다룬 리얼리티다. 사실 아이가 주는 환희와 기쁨은 미디어가 만든 환상에 가깝다. 전세계적으로 1코노미(혼자만의 생활을 즐기며 소비 활동을 하는 상태)가 대세인 상황에서 ‘여미맘스’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것은 그만큼 결혼과 출산에 대한 공감과 궁금증이 맞닿은 결과물로 분석된다.

국내만 하더라도 2019년 이후 1인 가구 비중이 전체의 30%가 넘은 상황에서 ‘여미맘스’는 미셸 오바마 영부인이 “오롯이 집중하기 위해 불을 끄고 본다”고 했던 미국 인기 TV시리즈 ‘위기의 주부들’(Desperate Housewives) 이후 가장 흥미진진한 콘텐츠임은 분명하다.

여기에는 세 명의 여자가 나온다. 넷플릭스가 소개한 이들의 콘셉트는 간단하다. 연예인은 아니지만 그 이상의 미모와 부를 겸비한 럭셔리 맘들이 출연한다는 것. 유년시절을 함께 보낸 사이가 아니다. 사회에서 만나 비슷한 시기에 임신했다는 공통점으로 이들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세 사람은 각자의 인스타그램 말고도 극의 제목과 같은 계정을 열어 자신들의 일상을 공개한다. 자신들의 베이비샤워, 남편들의 선물, 파티와 쇼핑, 맛집 리스트를 가감없이 올리며 기하급수적인 팔로워를 만들어낸다.

대부분 임산부들이라고 하면 배를 감싸는 옷에 낮은 구두나 단화를 신고 유기농 음식을 먹고 출산을 돕는 요가나 명상을 하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들은 샴페인으로 입을 헹굴 정도로만 마시고 매일 힐을 신고 쇼핑에 나선다. 첫 장면부터 파격이다. 둥근 D라인을 강조하는 조이는 미니드레스를 입고 화려하게 꾸민 주인공들이 나와 “여자들은 우릴 부러워하고 남자들은 우리와 같은 아내랑 살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연예인이 아닌 실존인물들이 대본없이 보내는 하루와 그들만의 코멘트가 ‘여미맘스’에 가득차 있다.

보여주기식 사진과 내용이라면 시기와 질투로 온갖 악플이 쇄도할텐데 이들의 고민은 꽤 사실적이다. 어린시절 소 젖 짜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트라우마가 생긴 로린스카는 자신의 아이에게 모유 수유를 망설인다. 둘째 아이를 임신한 레이첼은 동생이 생긴 것에 대해 투정하는 첫 아이에 대한 고민이 많다. 레이첼은 자연주의 출산을 알아보며 아이를 만날 준비를 해간다.

이 작품이 한국 맘카페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이들이 남편에게 받은 출산 선물에 대한 갑론을박이었다. 호주에는 임신과 출산을 겪은 아내에게 깜짝 선물을 하는 관례(?)가 있는데 그 수준이 가히 재벌급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와 명품 가방, 랜드로버 SUV, 롤렉스 시계 등을 선물로 받는다. 남편들의 재력도 만만치 않기에 가능하겠지만 대놓고 드러내지 않아도 아내들 역시 ‘있는 집안 사람’인 것 같다. 이들은 서로의 선물에 질투 대신 “오~너도 받았니? 축하해”라는 애정과 진심을 담아 축하한다.

각각의 남편들이 아내의 출산 직전 보여준 반응도 웃음 일색이다. 진통이 심한 로린스카에게 “간격이 얼마 되지 않으니 좀 더 참아보자”며 병원까지 안전속도를 유지한 남편이 나오자 “내 이야기 하는 줄” “계단에서 밀고 싶다는 말에 빵터짐” 같은 공감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여미맘스
시즌 2에서의 주인공들.마리아가 빠지고 이바가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중앙에 등장해 눈길을 끈다.(사진제공=넷플릭스)

 

이들이 어떻게 알게되고 친해졌는지는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어떻게 이런 조합을 골랐나 싶을 정도로 외모와 성격이 확연이 다른 세 사람이다. 가끔 서로를 디스하기도 하지만 이들의 사이가 유독 돈독한 이유는 시즌 1에 공공의 적 마리아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악플로 시즌 2에는 “개인의 행복을 위해 하차하겠다”며 출연하지 않는 마리아는 우연히 여미맘스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자신의 베이비샤워에 이들을 초대했다.

호주 최대도시로 꼽히는 시드니에서 30대 초중반의 임산부로 나름 잘 나가는 세 사람에게 지방 유지의 딸(사실은 이탈리아계 건축 준재벌) 마리아가 친구요청을 해온 것. 그들은 “한 수 가르쳐주자”며 마리아가 사는 애들레이드로 떠난다. 한국으로 치자면 서울과 강릉 정도의 거리라 흔쾌히 마리아의 베이비 샤워에 참여하지만 화기애애한 장면도 잠시. 네 사람의 어긋난 뒷담화가 내내 이어진다.

눈으로는 웃고 있지만 “온 몸을 휘감고 있는 베르사체 봤어요?” “집 현관에 꾸민 샤넬 파우더룸은 좀 오버지” “그 엄마의 그 딸”이라고 제작진에게 속내를 털어놓는 모습과 “실물보다 못난 로린스카” “레이첼 남편은 좀 가난한가봐요?”라는 마리아의 날선 반응이 교차돼 보여진다. 지역이 달라 못 만날 것 같은 이들이지만 서로를 연결하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각자의 딸과 아들이 입은 옷, 베이비 모델 지원, 출산 후 체중감량 등을 지켜보곤 한다. 이들은 SNS로 서로를 염탐하고 대중은 방송을 통해 그들에게 관음 욕구를 푸는 셈이다.

이들은 카메라 앞에서 출산 후 좀처럼 참아지지 않는 방귀와 몸 좋은 트레이너가 가르쳐 주는 유아수영장에 눈이 돌아가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떠난 여행에서 셋이 엄청난 양의 술을 마신 뒤 다음날 촬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부은 얼굴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시즌 1의 인기 덕에 두 번째 시즌까지 발빠르게 만들어졌는데 여기엔 패션 디자이너이자 사업가인 이바가 새로 합류해 배꼽을 빼놓는다. 예를 들면 “더이상 애를 낳고 싶지 않아. 그래서 콘돔을 두개 낄거야”라거나 왕실 초상화가를 거금 주고 고용해 자신을 여왕처럼 남편을 집사처럼 그리도록 한다.

‘여미맘스’는 애 엄마가 된 주인공들을 통해 출산 후 성생활과 아이들이 주는 행복으로, 시즌 1에서 절대 낳지 않을 거라 외쳤던 둘째의 성별을 알기 위해 점술가를 부르는 네 사람의 모습으로 막을 내린다.

다소 어이없는 엔딩이지만 독박육아를 하지 않고 자신과 비슷한 친구와 만나 삶의 활력을 찾는 이들의 모습은 충분히 유쾌하고 재미있다. 한국에서 연예인들의 가족을 보는 즐거움은 과거 ‘아빠! 어디가’로 끝났어야 했음을 뼈저리게 느끼며 한국판 ‘여미맘스’가 나오면 기꺼이 유료결제 할 것임을 이 지면을 통해 고백한다. PS: ‘여미맘스’는 기혼보다 미혼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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