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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불법' 김순옥·'불륜' 임성한·'불통' 문영남… 안방 '3불' 시대

[조은별 기자의 K엔터+] '막장 트로이카' 주말극 빅매치

입력 2021-03-16 18:30
신문게재 2021-03-1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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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SBS '펜트하우스',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 KBS '오케이 광자매' 한 장면.
 

 

지난 주말, 안방극장이 불타올랐다. 김순옥 작가가 집필한 SBS ‘펜트하우스’와 임성한 작가의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에 이어 이른바  ‘트로이카’로 불리는 문영남 작가도 KBS2 ‘오케이 광자매’로 주말극에 도전장을 내면서다. 임성한 작가가 집필한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1이 14일 종영하면서 트로이카 체제는 한 주만에 막을 내렸지만 업계에서도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고 혀를 내둘렀다. 

 

‘막장’이라고 비판받는 세 작가지만 모두 탁월한 상상력과 필력을 자랑한다. 더불어 작가들의 결은 다소 다르다. 김순옥 작가가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하는 빠른 전개를 자랑하는 반면 임성한 작가는 불편한 현실을 꼬집는 기초공사를 탄탄히 다진다. 문영남 작가는 ‘불통’의 현실을 드라마틱하게 포장한다.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본 사람은 없다. 욕하면서도 드라마에 빠지는 이유다. 

 

 

◇ 납치에 감금에 살인, 시체 유기까지…‘불법’ 폭주기관차 김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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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한장면(사진제공=초록뱀미디어)

 

시즌2가 순항 중인 김순옥 작가의 ‘펜트하우스’는 한국 사회의 모든 불법과 병폐를 총체적으로 집합시킨 작품이다. 돈과 권력을 향한 주인공들의 끝없는 욕망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해결사 로건리(박은석) 일당의 노력이 단순하고 유머러스하게 포장된다. 시즌1에서 사망한 주단태의 아내 심수련(이지아)이 시즌2에서 똑같은 얼굴을 가진 나애교로 출연하고 고교 시절 부상으로 성악을 포기한 오윤희(유진)가 로건리의 주선으로 미국에서 수술을 받은 뒤 빼어난 기량을 자랑하는 식이다.



‘펜트하우스’는 그간 한국 드라마가 차근차근 쌓아 올린 드라마 어법을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황당함을 자랑하지만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압도하고 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3일 방송된 ‘펜트하우스’ 8회는 24.8%(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동일). 죽었던 심수련이 나애교로 재등장한 6회 방송은 무려 26.9%까지 치솟았다.

부동산과 주식광풍 등 경제관념이 우선인 MZ세대들은 ‘펜트하우스’의 욕망을 닮고 싶어하면서도 드라마 속 ‘적폐 타결’에 속이 시원하다는 입장이다. 미용실에서 보조 스태프로 일하는 이여름(21)씨는 “어차피 내가 평생 벌어도 서울에 집 한채 마련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서울에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투기 등 불법적인 요소가 동원돼야 할 것 같은데 ‘펜트하우스’는 적폐들을 철저하게 응징해 속이 시원하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황당한 설정을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찾아내 끼워 맞추며 작가와 일종의 두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아내의 유혹’ 등 작가의 전작을 학습해 오윤희의 딸 배로나(김현수) 죽음의 진범을 주단태(엄기준)로 분석하거나 나애교의 등장 등을 미리 예측하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펜트하우스’는 드라마에 보수적인 남성시청자들까지 사로잡았다. 프로듀서팀 이단옆차기의 박장근(41)씨는 주변에서 알아주는 ‘펜트하우스’ 마니아다. 박씨는 “처음에는 평범한 ‘막장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막상 한번 접해본 뒤 ‘미드’(미국 드라마) 못지않은 속도감에 빠져버렸다”고 고백했다. 은평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안현우(45)씨도 “돈과 권력을 향한 주단태(엄기준)의 끝없는 욕망을 보고 있노라면 내 안의 숨겨진 욕망을 지켜보는 것 같아 뜨끔하면서도 계속 보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 이유있는 불륜? 시즌2는 더 파격 ‘결혼작사 이혼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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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 메인포스터 (사진제공=(주)지담미디어)

 

‘펜트하우스’가 폭주기관차처럼 휘몰아친다면 임성한 작가의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끈적끈적한 점성으로 시청자들을 잡아끈다. MBC 드라마 ‘압구정 백야’(2015) 이후 은퇴를 선언한 임성한 작가가 ‘피비’라는 필명으로 6년만에 집필한 이 작품은 TV조선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9.7%)을 기록하며 작가의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드라마는 ‘불륜’이라는 하나의 소재를 다양한 각도로 다룬다. 작가는 30대, 40대, 50대 각 세대를 대표하는 부부를 내세워 세대별 각기 다른 불륜의 모습을 현실감있게 표현했다. 30대 남편인 판사현(성훈)이 워킹맘인 아내 부혜령(이가령)의 이기적인 모습에 지쳐 불륜을 저질렀다면 돈과 권력을 모두 쥔 40대 남편 신유신(이태곤)은 거리낌없이 불륜을 저지른다. 아내의 헌신적인 희생으로 교수에 오른 50대 남편 박해륜(전노민)은 아내의 희생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식이다.

눈여겨 보아야 할 부분은 이성을 향한 노년의 욕망을 내세운 점이다. 극 중 신유신의 계모 김동미(김보연)는 성인병을 앓는 남편에게 부적절한 식단을 제공하고 심정지가 온 남편을 외면해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그 뒤 노골적으로 의붓아들에게 애정공세를 퍼붓고 며느리 사피영(박주미)과 묘한 경쟁구도를 형성한다. 그런 김동미를 연모하는 판사현의 부친 판문호(김응수)의 나 홀로 마음앓이도 재밋거리다.

과거 ‘신기생뎐’처럼 눈에서 레이저빔을 쏘거나 ‘하늘이시여’처럼 주요 인물이 급사하지는 않지만 ‘불편한 현실’을 개연성있게 설명한 게 오히려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강동구 길동에 거주하는 주부 이선희(41)씨는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빠졌다”며 “또래 주부들 사이에서도 드라마 속 남편들의 불륜이 화젯거리”라고 전했다.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글로벌 OTT채널 넷플릭스에서도 ‘오늘의 톱 10 콘텐트’를 지키고 있다. 김동미 역의 김보연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시즌2는 더 독한 한방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 ‘불통’ 문영남의 미스터리 스릴러,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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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주말드라마 ‘오케이 광자매’ (사진제공=초록뱀 미디어, 팬엔터테인먼트)

 

‘소문난 칠공주’ ‘왕가네 식구들’ 등 문영남 작가 전작의 키워드는 ‘불통’이다. 분명 주변에서 볼 법한 이야기인데 말이 안 통해 홧병이 날 것 같은 인간군상을 실감나게 그린다. 김순옥 작가가 판타지고 임성한 작가가 현실적이라면 문영남 작가는 보다 극적이다.

13일 첫 방송된 KBS2 주말드라마 ‘오케이 광자매’에서도 이런 작가의 장기가 발휘될지 기대를 모은다. 일단 2회 시청률이 26.0%로 ‘펜트하우스’를 앞질렀다. 고정 시청층이 있는 KBS 주말 드라마인 만큼 성적은 좀 더 두고 봐야 하지만 작가와 채널의 궁합이 잘 맞기 때문에 향후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각이 중론이다.

드라마는 엄마의 죽음으로 구성원 전체가 살인 용의자로 몰린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 멜로 코믹 홈드라마’를 표방한다. 1, 2회에서는 부친 이철수(윤주상)에게 매몰차게 불효한 세 자매 이광남(홍은희), 이광식(전혜빈), 이광태(고원희)의 사연이 전파를 탔다. 불효의 과정 역시 불통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작가가 향후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기대를 모은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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