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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이제훈 “시나리오 읽자마자 눈물 주체 못했어요”

[人더컬처] 넷플릭스 ‘무브 투 헤븐’ 불법 격투기 선수 조상구役 이제훈

입력 2021-05-31 18:00
신문게재 2021-06-01 11면

이제훈
배우 이제훈 (사진제공=넷플릭스)

 

아직도 배우 이제훈(37)을 첫 사랑의 상처를 잊지 못하는 순정파 대학생으로 기억한다면 이제 그 기억은 지워도 좋다. 이제훈이 연이어 ‘나쁜 남자’로 변신했다. 그는 5월 30일 막을 내린 SBS 드라마 ‘모범택시’에서 억울한 피해자를 대리해 ‘사적복수’를 강행한 김도기 역으로 안방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안긴 데 이어 같은 달 2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에서는 형에게 버림받은 아픔을 지니고 살아온 불법격투기 선수 조상구로 분해 또 다른 변신을 감행했다.

두 작품 모두 이제훈의 기존 부드러운 이미지를 벗어났지만 변화의 폭은 조상구가 훨씬 크다. 불법 격투기 선수라는 캐릭터를 위해 몸에 탄탄한 복근을 새겼다. 헤어스타일 역시 80년대 인기 외화 주인공 맥가이버를 연상케 하는 장발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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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무브 투 헤븐’의 한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상구 캐릭터의 외적인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제가 아이디어를 냈어요. 제작진은 굳이 긴 머리일 필요는 없다고 반대했지만 저는 교도소에서 실형을 살았던 상구가 과거에 남겨진 인물로 표현되길 원했어요. 그래서 맥가이버 헤어스타일을 했는데 주변에서 (축구선수) 김병지 헤어컷이라고 얘기하시네요.(웃음) 외적으로도 변화를 주기 위해 매일 2시간~2시간 30분씩 근력운동을 해서 상구의 액션이 더 처절하고 과감하게 보이게 노력했죠.”

외적인 변신뿐 아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조카 그루가 유품정리사라는 자신의 업무에 철저한 데 반해 상구는 매회 감정의 폭이 널을 뛴다. 기계처럼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탕준상의 그루 연기와 철저히 대비된다. 이런 상구 연기에 대해 이제훈은 도전이자 공감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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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무브 투 헤븐’의 한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하고 비호감으로 비치는 부분이 제게는 일종의 연기 변신이었어요 .그래서 더 강하게 하려고 용기를 냈죠. ‘산 사람은 살아야지, 죽은 사람이 중요하냐’는 인식은 상구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거든요. 그런 상구가 유품 정리를 통해 변화하는 모습을 따뜻하고 긍정적으로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이제훈은 작품을 선택할 때마다 비중보다 의미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7년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가 좋은 예다. ‘무브 투 헤븐’ 역시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대본을 집필한 윤지련 작가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제훈 배우가 대본을 읽자마자 상구가 더 작은 역할이어도 하고 싶다며 굉장히 빨리 캐스팅에 응했고 진심으로 주인의식을 갖고 촬영에 임했다”며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제훈은 “처음 시나리오를 접할 때부터 북받치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쉴 새 없이 눈물이 났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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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무브 투 헤븐’의 한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인간의 생애를 조명할 때마다 삶과 죽음을 떠올리잖아요. 이 작품은 ‘유품 정리사’라는 생소한 직업을 통해 죽음이 남겨진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들었어요. 제작진을 만나자마자 공감대가 형성돼 바로 출연을 결정했죠. 개인적으로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이 깊어져서 배우로서 감사했어요. 엄청 스펙터클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작고 소소한 에피소드를 통해 따뜻한 사연을 많은 분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소개시켜드리고 싶었죠.”

 

세상에 대해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상구는 조카 그루와 죽은 이들의 마지막 이사를 도우며 차츰 성장해 나간다. 이제훈도 부쩍 자라난 자신을 느끼게 됐다. 그는 “살아가며 어떤 태도로 사람들을 대해야 할지, 주변인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며 “배우 개인으로서는 작품이 어떻게 남겨질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나중에 가치있는 작품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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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무브 투 헤븐’의 한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세상을 떠날 때 사람들에게 축복을 받으려면 좋은 사람이 돼야겠다 싶었어요. (웃음) 남기고 싶은 유품은 제가 참여한 작품들이요. 그게 제게는 가장 값진 것 같습니다.”

조카 그루로 호흡을 맞춘 탕준상에 대해서는 “19살 차이가 나서 세대 차이가 날까 걱정했다”면서도 “연기도 잘하고 편하게 대해주는 준상이 덕분에 형제처럼 지낼 수 있었다. 좋은 후배를 얻은 것 같아 기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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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제훈 (사진제공=넷플릭스)

 

최근 출연작인 ‘무브 투 헤븐’과 ‘모범택시’ 모두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이제훈은 “배우는 사람을 표현하는 직업이기에 대중이 관심을 갖는 부분이 작품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배우라는 직업인으로서 인간의 존재에 대해 탐구하며 빠져 들게 됐어요. 요즘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부분을 공감할 수 있는지가 작품을 택하는 관점에 영향을 미치곤 하죠. 하지만 제가 작품을 택하는 1순위는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이야기가 10부작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더 많은 분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전달되길 바랍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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