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하동군 횡천면 애치마을벽화만들기추진위원회, 애치마을 벽화 만들기 준공

입력 2023-06-29 10:31

브릿지경제신문
하동군 횡천면 애치마을이 아름다운 벽화마을로 거듭났다. 하동군 제공.
하동군 횡천면 애치마을이 아름다운 벽화마을로 거듭났다. ‘애치(艾峙)’는 ‘쑥고개’이다. 예전에 쑥이 많아서 ‘쑥재’, ‘숙재’로 불리던 마을이다. 한때 50여 농가에 400여 명이 살던 마을은 이촌향도 현상에 의해 작은 마을로 변모했다.



현재 마을에 사는 분들은 물론이고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 사람들의 표정은 무척 쓸쓸했다. 머리와 가슴속 추억은 많았지만 손에 잡히는 건 없고 눈에 보이는 건 공허했다. 지역소멸이라는 말이 언론에 나올 때마다 마을 사람들 가슴은 먹먹해졌다.

1950∼1970년대 이 마을에 살던 몇몇이 마을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기로 마음먹고 ‘애치마을벽화만들기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현재 마을에 사는 사람과 마을을 떠난 사람이 의기투합했다. 남기조 씨가 위원장을 맡고 남기형·정갑임·김형환 씨가 추진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남기두 씨는 이 사업의 전반을 추진하는 기획·총괄을 맡았다. 남점우 이장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지난해 어느 가을날 추진위원회는 이 일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데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마을 안팎에 소문을 내 출향인으로 불리는, 그래서 더 애틋한 마음을 간직한 분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보내왔다. 출향인 80여 명이 모은 기금은 1700여만원에 달했다. 뭐라도 해 볼 만한 놀라운 상황이 됐다.

하지만 마음먹은 만큼 쉽지 않았다. 추진위원회는 하동군·횡천면·지리산청학농협에 도움을 요청했다. 마을 담장에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담장 보수 작업하는 데 큰돈이 필요했다. 하동군에서 2500만원을 지원하는 데는 군수·군의회 의장·횡천면장·부면장들의 관심과 배려가 크게 작용했다. 출향인들의 기금이 마중물이 된 건 물론이다.

직접 그림을 그려줄 사람도 섭외해야 했다. 경상국립대 벽화 동아리 해피빌더스와 진주 라빠레뜨 화실, 진주 하나회가 도와준다고 했다. 벽화 전문화가 이상빈 화백도 섭외했다.

봉사활동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어서 보수나 수당 같은 건 엄두를 낼 처지가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의 진심이 부지불식간에 통했다고 하는 게 나을 것이다.

지난 3월 마을 담장을 철거하거나 보수하기 시작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담장을 세척하고 밑바탕 색을 칠했다. 그러고 나서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한 달 동안 마을 곳곳에서 동시에 벽화작업이 진행됐다.

경상국립대 해피빌더스는 지난달 13~14일 이틀 동안 연인원 80명을 동원했다. 이상빈 화백은 대형 벽화에 매달려 구슬땀을 흘렸다. 라빠레뜨 화실과 하나회 봉사단원들도 자기가 가진 재주를 최대한 활용했다. 마을 주민들은 점심 식사와 새참·아이스크림 등으로 대접했다.

애치마을 주민들은 마을 입구 간판석도 깨끗이 단장했다. 마을로 들어가는 도로 가드레일 방호벽도 무지개색으로 칠했다. 어떤 주민은 장미 넝쿨을 기증했고 어떤 주민은 배롱나무, 왕버드나무·느티나무를 기증했다.

고향 마을을 사랑하고 추억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누구나 똑같았다. 까마득히 잊은 줄 알았던 1950∼1970년대 울력(여러 사람이 힘을 합해 일을 함), 두레(힘든 노동을 함께 나누는 공동 노동 풍습)가 되살아났다.

벽화마을은 그렇게 탄생했다. 모두 하나 된 마음으로, 공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마음으로 준비했고 실행했으며 마무리지었다. 마을 담벼락은 새롭게 그려진 그림으로 아름답고 여유롭게 빛난다.

해바라기나 석류, 코스모스, 목련 그림이 있는가 하면 커다란 황소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그림도 있고 동화나 만화 속 캐릭터도 곳곳에 숨어 있다. 어릴 적 친구들과 즐기던 딱지치기, 말타기 놀이, 팽이치기 놀이도 재연돼 있다.

남의 집 담벼락 안 단감을 따 먹던 아슬아슬한 장면도 볼 수 있고 함께 뛰놀던 강아지, 하늘을 날던 두루미도 등장한다. 어느 집 높고 큰 담벼락엔 정말 실물 같은 산수화가 그려져 있어 오랫동안 발길을 붙든다. 놀랍고 신기하고 반갑고 즐거운 풍경이다.

마을 사람들은 마을 입구 수로를 이용해 ‘애치 벽화마을’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도 만들었다. 마을 곳곳을 대청소하며 2023년의 대역사를 오래도록 간직하기로 했다. 이 일을 기념하기 위해 기념비도 세웠다.

마을 공동 우물가에 ‘추억의 애치마을’ 기념비석이 섰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애향심을 높이기 위해 추억 어린 벽화마을로 꾸미는 데 뜻을 모았다’라고 썼다. 도움을 준 사람들 이름을 모두 새겼다.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해서이다.

이 사업의 경과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작은 책자 ‘백서’도 발간했다. 마을의 내력과 추진위원들의 인사말, 출향인들의 인사말, 도움을 준 분들의 축사, 마을 벽화 사진, 찬조금 출연한 분들 명단 등이 빼곡하게 정리돼 있다.

애치마을벽화만들기추진위원회는 내달 2일 오전 11시 애치마을 골목에서 마을 벽화 준공식을 개최한다.

이날 준공식에는 경남도, 하동군, 하동군의회, 횡천면, 지리산청학농협 관계자들이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다. 권순기 경상국립대 총장도 참석한다. 많은 출향인이 마을을 찾을 예정이다.

남기조 추진위원장, 남점우 이장, 박천수 노인회장, 김순덕 부녀회장 등 마을 사람들이 정성을 다해 손님을 맞는다. 그림을 그린 이상빈 화백, 경상국립대 학생 대표단, 라빠레뜨 화실 원장도 초대됐다. 쓸쓸하고 공허하던 마을을 따뜻한 추억으로 가득 채운 이들의 뜨겁고 빛나는 열정도 함께한다.

준공식은 개회, 준공식 선언, 내빈 소개, 경과보고, 인사 말씀, 축사, 답사, 감사패 증정, 기념비 제막식, 기념 촬영 등의 순으로 1시간 동안 진행된다. 행사 후에는 벽화마을을 직접 돌아보는 시간도 갖는다.

경남=정도정 기자 sos6831@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