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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AI가 찜한 메모리' HBM·DDR5 뜬다

[테크리포트] 삼성전자·SK하이닉스, 차세대 먹거리 공들여

입력 2023-08-07 07:00
신문게재 2023-08-0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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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세계에는 AI(인공지능) 열풍이 불고 있다. 기존 AI가 활용되던 컴퓨터,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넘어 자동차, 유통서비스 등에도 AI가 활용되며 AI의 지경이 넓어지고 있다. 챗GPT 등 생성형 AI의 등장이 본격적인 AI시대로의 진입을 가속화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AI 동작에 필수적인 반도체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특히 AI용 메모리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해당 메모리들은 데이터 처리량이 많은 AI를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해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계에서는 HBM과 DDR5를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시장 리더십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AI가 고성능 D램 시대를 연 셈이다.





◇반도체 다발 ‘HBM’, 데이터 처리 속도 혁신적으로 끌어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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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HBM3.(사진제공=SK하이닉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제품이다. 일종의 D램 다발인 셈이다.


HBM은 넓은 대역폭과 큰 용량이 특징이다. 대역폭은 메모리에서 한 번에 빼낼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을 의미하며, 용량은 메모리 안에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지를 말한다. 메모리를 일종의 데이터 창고라고 한다면 대역폭은 창고로 들어오는 도로의 너비이고, 용량은 창고의 총 크기이다.

따라서 HBM은 일반적인 PC용 D램과 차별화된 점이 있다. D램을 묶은 만큼 기반 면적당 높은 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칩 하나 면적에서 메모리 4개 이상의 대역폭을 가진다. 넓은 하나의 길을 만드는 대신 좁은 길을 층으로 쌓는 것이다. 다만 AI 반도체인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한 반응 속도는 느리다는 특징도 존재한다. 칩을 쌓으면 발열 해소가 되질 않아 개별 반도체의 동작 속도가 약간 줄어든다.

결국 HBM은 대역폭과 용량에 중점을 둬, 반응 속도는 양보한 제품인 것이다.

현재 AI에 주로 사용되는 HBM은 본래 고성능 그래픽 처리를 위해 탄생했다. 그래픽 처리는 모니터에 표시될 수백만 개의 픽셀을 계산해야 하기에 매우 높은 대역폭과 연산 능력을 필요로 한다. 그래픽 처리만을 위한 반도체 GPU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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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GPU H100.(사진제공=엔비디아)

 

이런 와중에 그래픽을 처리하기 위해 필요 없는 부분은 과감히 삭제한 GPU가 AI에 적합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GPU의 동반자인 고대역폭 메모리 역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앞서 메모리 회사들은 GPU가 요구하는 고대역폭 메모리를 GDDR(Graphics Double Data Rate)로 지원했지만 AI가 그래픽 처리를 능가할 정도로 높은 메모리 용량을 요구하며 HBM은 대세로 떠올랐다.

업계에서는 HBM 시장 확장에 발맞춰 생산능력을 증대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후공정에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SK하이닉스는 MR-MUF(Mass Reflow Molded Underfill) 기술로, 삼성전자는 NCF(Non Conducted Film) 공정으로 HBM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MR-MUF는 반도체 칩 사이에 액체 형태 보호재를 주입하는 방식이고, NCF는 반도체 소자와 기판 사이에 필름형 소재를 넣고 열과 압력을 가하는 공정 방식이다.

다만 두 공정은 각기 특징을 갖고 있을 뿐, 어떤 기술이 우위를 점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감사윤 한국마이크로전자 및 패키징학회 학회장은 “어느 기술이 우수하다거나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며 “삼성과 SK가 다른 기술을 선택한 것은 각 기업이 갖고 있는 장비가 결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AI로 커진 서버 시장, DDR5로 전환 앞당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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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DDR5 이미지.(사진제공=삼성전자)

 

생성형 AI 시장의 확장으로 데이터센터 서버 수요가 늘면서 기존 DDR4 위주로 구성됐던 D램 시장이 DDR5로 개편되고 있다. 범용 D램인 PC용 DDR4(8GB)와 서버용 DDR4(32GB)의 가격은 줄곧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DDR5는 하반기 최대 5%의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DDR5는 이전 세대(DDR4)에 비해 성능이 두 배 이상 향상되고 혁신적인 속도로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반도체다. 엄청난 속도로 프로세서의 연산 속도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DDR5의 속도는 풀HD급 영화(5GB) 10편을 1초에 전달할 수 있는 속도를 자랑한다.

국내 메모리 쌍두마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DDR5에 HKMG(High-K Metal Gate) 공정을 적용하고 있다. HKMG 공정은 유전율(K)이 높은 물질을 D램 트랜지스터 내부의 절연막에 사용해 누설 전류를 막고 정전용량(Capacitance)을 개선한 차세대 공정이다. 속도는 빠르면서도 소모 전력을 줄일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HKMG 공정은 기존 로직 칩에 주로 사용되던 기술이다. 삼성전자가 최초로 해당 공정을 메모리 칩에 적용했다.

DDR5는 AI에서 특히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전문 시장조사업체 오브젝티브 애널리시스 수석 애널리스트 짐 핸디는 “가상화된 시스템은 캐시 안팎으로 이동하는 데이터가 많아 캐시 누락이 방대하게 발생한다”며 “AI 워크로드의 경우 캐시에 오래 머무르는 항목이 많지 않기 때문에 (DDR5가) 매우 유의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AI 서비스 고도화와 자율주행차 등 일정한 연산을 반복해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수요가 크다”며 “특히 IT 전방 산업은 수요 전환 초기 국면으로 고사양 D램 수요 증가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한편 미국 인텔은 하반기 중 데이터센터용 CPU 5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코드명 에메랄드 래피즈)를 출시할 예정이다. 에메랄드 래피즈는 DDR5를 지원하는 제품이다.

 

전화평 기자 peace20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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