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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탐구생활] 산재보험 시행 60주년…“재활, 직장 복귀 등 선순환 사회서비스로 거듭나야”

한국 최초 사회보험…60년간 근로자 보호 등 우리 사회안전망 역할
사회보장제도 전환 도모…“금전보상 넘어 사회복귀 지원 등 확대해야”

입력 2024-06-30 13:31
신문게재 2024-07-01 13면

산재보험
지난 25일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열린 ‘산재보험 시행 60주년’ 기념식에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을 비롯해 각계전문가들이 모였다.(정다운 기자)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지난 25일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개최한 ‘산재보험 시행 60주년’ 기념식에서 산재보험의 재설계를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산재보험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보험으로서 지난 60년간 근로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켜주는 버팀목 역할을 담당했다”며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단순 보상 차원을 넘어 재활, 직장 복귀 등 선순환 사회서비스로 산재보험이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근로자 뒷받침한 우리 사회안전망 ‘산재보험’

3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산재보험은 지난 1964년 도입된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보험이다. 산업현장에서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가 발생하면 사업주를 대신해 국가가 치료·생계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산재보험의 근간은 지난 1953년 근로기준법상의 배상책임에서 비롯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근기법 제78조 1항’은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걸리면 사용자는 그 비용으로 필요한 요양을 행하거나 필요한 요양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주의 지급능력 여하에 따라 근로자가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 1963년 산업재해보상기금이 신설됐다.

현재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거 사업주가 소정의 보험료를 내면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에게 국가가 대신 보상해준다. 이에 따라 근로자는 사업주의 재정 상태와 관계없이 보상받을 수 있게 됐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산재보험은 시행 당시만 하더라도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을 고용하는 대규모 광업·제조업에만 적용됐다. 이후 확대를 거듭해 현재는 근로자를 고용하는 모든 사업장(1인 이상 사업장 포함)과 택배기사·플랫폼 종사자 등 노무제공자까지 적용범위가 확대됐다. 재해보상 범위도 업무상 재해에서 지난 1982년 업무상 질병, 2018년 통상 출퇴근 재해로 넓어졌다.

산재보험 적용이 확대되며 가입자 수도 지난 1964년 8만명에서 지난해 약 2100만명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적용 사업장은 64개소에서 295만개소로 늘었고, 수급자도 9470명에서 40만명으로 증가했다.

더욱이 산재보험은 치료 관련 자기 부담금이 없고 근로자가 기존에 받던 월급의 70%를 생활비로 지원한다. 사망 시에는 유족연금을 지급해 가족의 생활도 보장한다. 이처럼 산재보험은 지난 60년간 근로자를 보호하고 우리 사회안전망으로 역할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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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산재보험 확대적용 vs 경영계, 재정 건전성 확보

산재보험은 도입 이래 확대적용을 거듭해 왔지만 이를 두고 노사는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노동계는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산재보험 확대적용을, 경영계는 산재인정 기준을 강화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견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24일 ‘산재보험 60주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를 개최하고 산재보험 적용 확대와 인정 기준 완화를 강조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산재보험 성과 이면에는 산재처리 지연 문제가 존재한다”며 “처리기간 단축 등 대책을 요구해왔지만 정부는 산재노동자를 산재카르텔 집단으로 특정했다”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질병재해 처리 기간은 지난 2017년 평균 149.2일에서 지난해 3월 기준 235.9일 7년간 약 58% 증가했다

이 밖에도 노동계는 △산재보험 선보장 제도 도입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 개정 △산재 추정의 원칙 제도 실효성 강화 등 산재보험 확대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전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7년 12월 도입된 ‘산재 추정의 원칙’은 노사 간 견해차가 크다. 추정의 원칙은 일정조건을 충족하면 현장조사를 생략하고 직업병을 인정하는 제도로 산재처리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골자다.

때문에 경영계는 추정의 원칙은 법적 위임 정도가 불분명해 전면 재검토 또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를 보면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노출된 경력이 있을 것, 종사한 기간 및 업무 환경 등에 비추어 볼 때 근로자의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인정될 것 등으로 명시돼 있어 모호하게 해석될 여지가 존재한다.

아울러 지난 2018년 3월 이전 정부에서 근로복지공단 직영병원의 의사가 산재환자에 대한 진료계획서를 검증하는 절차를 폐지해 불합리한 산재 승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e-나라지표 산업재해현황 통계를 보면 업무상 질병자수는 추정의 원칙이 도입되기 전이던 지난 2016년 7876명에서 지난해 2만3331명으로 7년간 약 196% 증가했다.

경영계는 무분별한 산재승인이 이뤄지면 기업들의 보험료가 인상돼 경영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는 지난 1월부터 산재보상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도 개편 등을 논의 중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현재 산재기금은 어느 정도 흑자 운영을 하고 있지만, 적립금 적정 규모가 얼마나 돼야 하는지는 여러 의견이 있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산재기금은 9조822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817억원 증가(1.9%)한 반면, 기타 노동부 기금은 감소했다.



산재보험, 사업주 책임보험 아닌 사회보장제도로의 전환

이전부터 산재보험제도가 사업주 책임보험 성격을 벗어나려 움직임은 있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사회보장제도로의 전환에 더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일례로 노무제공자 당연적용 시행이 그렇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보험설계사·골프장 캐디·택배기사·방문판매원·화물차주 등 18개 직종이 산재보험 당연가입 대상으로 확대됐다. 지난 2008년 보험설계사·학습지 교사·골프장캐디·건설기계조종자(레미콘 기사)에 한해 특수고용근로자로 산재보험을 적용한 것과 비교하면 많은 진전을 이뤘다.

정부는 앞으로도 특고, 프리랜서 등과 같은 ‘비임금노동자’ 들의 산재보험 가입 등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박찬임 전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재보험 확대 적용에도 임의가입에 그쳐 실제 적용률은 낮았다”며 “실효성을 갖게 된 것은 당연적용의 영향이 크고 의미 있는 한 발자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근로복지공단도 올해 산재보험 시행 60주년을 맞아 지난 25~26일 이틀간 기념식과 포럼을 개최하고 산재보험의 미래 방향성 등을 논의했다.

주요 내용은 특고·플랫폼 근로자들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시행 초기의 단순 금전적인 보상을 넘어 의료·재활·직장·사회복귀 지원 등을 확대해 사회안전망으로의 기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도 “산재보험은 근로자, 중소기업, 나아가 노무제공자까지 대상을 확대하는 등 보장범위를 확대해 왔다”며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변화하는 시대상황에 맞춰 산재보험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등 공정하고 실효성 있는 산재보험으로 변모해야 한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이 밖에도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저출생·고령화·플랫폼산업 확대 등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대응해 지속가능한 산재보험 정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세종=정다운 기자 danjung63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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