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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프리뷰] 닐 블롬캠프 감독의 '채피', 비인간적 로봇에 완벽한 인간적 특징 깃든 아이러니

'채피'는 순수한 로봇과 무자비한 인간의 대립이 주제
'디스트릭트9', '엘리시움'에 이어 '채피'까지
닐 블롬캠프는 새로운 SF를 만드는 감독

입력 2015-03-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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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채피’(사진 제공=UPI코리아)

6분 38초짜리 단편영화의 상상력을 거대 스크린으로 옮긴 ‘디스트릭트9’(District 9 , 2009)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닐 블롬캠프(Neill Blomkamp) 감독의 영화는 독특하고 재밌다. 그리고 그 속에는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반드시 존재한다.



그의 신작 ‘채피’(Chappie)도 그렇다. 그의 전작 ‘디스트릭트9’, ‘엘리시움’(Elysium , 2013)처럼 ‘채피’ 속 도시는 무방비 상태다.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이 있지만 범죄를 저지르는 조직은 그 수가 훨씬 많고 더 강력한 무기를 들이댄다. 그래서 영화가 제시하는 대안은 ‘로봇’이다.

2016년 범죄가 폭주하는 요하네스버그에는 도시 치안을 책임지는 로봇 경찰 스카우트가 있다. 그 중 채피는 스카우트를 설계한 개발자 ‘디온’(데브 파텔)이 만든 고도의 인공지능 로봇이다. 스카우트 중 유일하게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로봇이다.

현실 속 많은 기기가 인공지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동시에 개발자는 인공지능이 통제범위 밖으로 나가는 미래를 두려워한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로봇을 인간 지배 하에 두려는 또 다른 개발자 빈센트(휴 잭맨)는 어떻게든 채피를 파괴하려고 한다. 한편 우연히 채피와 함께 생활하게 된 범죄자는 그에게 올바르지 않은 일을 가르친다.

‘채피’를 통해 감독은 “경찰 로봇처럼 비인간적인 존재에 완벽한 인간적 특징을 부여한 아이러니가 영화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순수한 채피와 무자비한 인간의 대조를 통해 관객에게 있을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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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스트릭트9’(사진 제공=UPI코리아)

◇외계인을 구속하는 인간의 잔인함 ‘디스트릭트 9’

2009년 개봉한 영화 ‘디스트릭트9’은 그 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SF감독의 탄생을 알린 작품이다. 영화는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이 인간의 통제 하에 살아간다는 독특한 설정이다. ‘디스트릭트9’은 외계인을 특정 구역에 가둬놓고 차별하고 억압하는 인간의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주인공 비커스(샬토 코플리)는 우연한 계기로 외계인과 사람의 중간 형태로 변해 인간 사회에서 쫓겨난다.

비커스의 눈에 비친 인간은 그동안 본 외계인보다 무자비하고 잔인했다. 감독은 외계인 수용 구역을 실제처럼 보여주기 위해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했다. 기존 SF영화에서 보던 화려한 배경 대신 거칠고 녹슨 환경을 설정했고 ‘디스트릭트9’은 개봉 당시 SF같지 않은 독특한 설정으로 단번에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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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엘리시움’(사진 제공=UPI코리아)

◇상위 1%만을 위한 미래 세상 ‘엘리시움’

전작 ‘디스트릭트9’으로 실력을 검증받은 감독은 두 번째 작품 ‘엘리시움’으로 제대로 된 SF 블록버스버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 ‘본’ 시리즈의 맷 데이먼(Matt Damon)이 출연한 ‘엘리시움’에서 지구는 상위 1%를 위한 로봇을 만드는 공장에 불과하다. 그들은 더 이상 개선의 여지가 없는 지구를 버리고 우주에 지은 주거지 엘리시움에서 생활을 한다. 그곳은 깨끗한 환경에 범죄가 없는 낙원이다.

주인공 맥스는 지구에서 로봇을 만드는 중 사고로 방사능에 노출된다. 그에게 남은 시간은 5일. 지구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하지만 엘리시움에 있는 의료기기를 이용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맥스 외에도 수많은 사람이 지구에서 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 하지만 의료기술은 엘리시움에 있는 상위 1%만을 위해 쓰여 질 뿐이다.

영화가 단순히 재미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현실에도 엘리시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구 밖이 아닐 뿐 상위 1%의 공간은 분명이 존재하고 의료기술 역시 돈이 없는 사람은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디스트릭트9’, ‘엘리시움’을 잇는 닐 블롬캠프 감독의 SF영화 ‘채피’는 오는 12일 개봉한다. 감독의 전작을 안 봐도 큰 상관은 없다. 하지만 전작을 관통하는 감독의 정서와 메시지를 이해한다면 좀 더 큰 의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브릿지경제 =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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