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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경영권 분쟁'은 한국 재벌의 민낯… "자정 및 개혁 시급"

입력 2015-08-04 16:36

롯데 '신동주의 난' 실패…창업주 신격호 귀국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

 

‘부자간 롯데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삼성, 롯데, 한진그룹 등 한국 재계의 폐쇄적인 지배구조 및 전근대적인 오너 마인드가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최근 재계가 3세 경영 및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가속화함에 따라 한국 재벌 경영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수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전제주의 시대와 같이 황제식으로 통치한다거나, 사회경험이나 경륜이 적은 후계자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모습, 혹은 후계자들이 권력 다툼을 벌이면서 그간 베일에 가려져 있던 재벌 일가들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의 이러한 모습들은 살기 어려운 민심의 반감을 자극함과 동시에 정치권 문제로까지 비화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한국 재계가 선진적인 구조로 나아가는 과도기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며 고질적인 황제 경영 및 폐쇄적인 지배구조에 대한 재계 스스로의 개혁 및 혁신이 반드시 필요한 때라고 경고한다. 

 

석방되는 조현아<YONHAP NO-1267>
‘땅콩회항’ 사건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 5월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


◇‘롯데 경영권 분쟁’은 한국 재벌의 현주소

현재 재계와 국민들의 이목이 가장 모아지고 있는 그룹은 롯데다. 롯데그룹은 연매출 83조원에 임직원 10만명, 80여개의 계열사를 갖고 있는 한국 재계 5위의 대기업 집단이지만 최근 믿기지 않는 전 근대적인 경영형태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0.05%에 불과한 지분으로 80여개의 계열사를 지배해 왔다. 순환출자고리만 무려 400개가 넘는다. 

또 최근 일본 도쿄 롯데홀딩스 본사에서 주요 임직원의 해임 지시를 손가락 지시로 내릴 정도로 독단적인 경영 형태를 지속해 온 부분에도 비판이 일고 있다. 모든 인사권 관련 문서와 경영자들간 대화가 일본어로 이뤄지고 있는 부분도 ‘롯데가 우리나라 기업이 맞나’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며 국민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불매운동도 불사할 기세다.

재계에서는 신동주, 신동빈 친형제간 갈등이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독단적인 경영형태, 그룹 지배권을 둘러싼 가족간 진흙탕 싸움 등의 한국 재벌의 현수준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고 한탄한다.

최근 ’땅콩회항’ 사건으로 구속됐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측이 구치소에서 편의를 받기 위해 브로커에게 대가를 준 혐의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와 업계를 뒤흔든 ‘땅콩회항’ 사건으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독단적이고 폐쇄적인 경영이 알려지면서 큰 비난을 받았다.

‘엘리엇 사태’로 합병 좌초와 경영권 승계 위기까지 겪은 삼성그룹 역시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역할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삼성그룹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간 분쟁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이지만 이번 사안은 ‘주주가치 경영’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사회와 재계에 많은 과제와 시사점을 남겼다는 평가다. 전문가들 역시 한국이 OECD 국가 중에서 배당률이 가장 낮은 나라에 속한다며, 한국 기업이 임금과 배당률 인상에 매우 인색했고 대부분의 이익이 관행적으로 회사에 유보돼 왔다고 지적했다.

 

답변하는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 지난달 엘리엇 사태와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

◇재벌 스스로의 자정노력 필요

이처럼 3세 경영이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가시화되면서 한국 재벌 경영의 민낯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회의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엘리엇 사태 이후 주주친화정책도 나오곤 있지만 한국 재계의 후진적인 경영 구조가 호락호락하게 개선되진 않을 것”이라며 “능력이 입증되지 않은 자녀들에게 상장회사의 경영권을 주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사실 현 재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한국 재벌의 특성상 재산과 경영권을 놓고 벌이는 싸움은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아직도 기업을 오너 일가의 소유물로 여기는 전근대적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고질적인 황제 경영 및 폐쇄적인 지배구조를 보다 적극적이고 합리적으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박상범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의 경우만 해도 가장 큰 피해는 국가브랜드의 타격이다. 외국에서 바라볼 때 우리나라의 후진적인 지배구조 및 경영이 드러난 것”이라며 “이는 대한항공 뿐만 아니라 롯데그룹 등 대부분의 한국 재벌 경영자들이 갖고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혜미 기자 hm7184@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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