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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

입력 2024-10-13 13:56
신문게재 2024-10-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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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인간은 얼마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할까? 하바드대 비즈니스스쿨의 제럴드 잘트먼 교수는 그의 저서 ‘소비자의 숨은 심리를 읽어라’에서 소비자들이 구매를 결정할 때 95%는 무의식 상태에서 이뤄진다고 밝혔다.



인간의 심리를 활용한 고도화된 마케팅 방법은 갈수록 의식적 소비를 줄어들게 만든다.

고객이 구입할 때 물건을 담는 쇼핑카트와 장바구니는 지난 몇 년 사이 계속 커졌다.

브랜딩의 권위자이자 브랜드 미래학자인 마틴 린드스트롬의 책 ‘바이올로지’(Buyology)에 의하면 쇼핑 카트를 두배 더 크게 만든 후 매출액은 19%나 증가했다. 큰 쇼핑카트에 빈 공간은 뭔가를 더 사야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주기 때문이다.

매장에 들여오는 음악 또한 철저하게 계산된 전략이다. 혼잡한 시간대에는 빠른 템포의, 오전과 늦은 오후 시간에는 느린 음악이 흐른다. 대개 고객의 보행 속도는 음악을 따라간다. 사람들이 좀 더 느리게 걸으면 29% 이상 더 구매하게 된다.

색깔은 구매 행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별 세일 표지판을 보면 붉은 색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붉은색이 주의력을 높이고 좀 더 활기차게 반응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신선식품은 과일과 채소가 더 싱싱하고 신선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 노란색 조명을 사용한다. 육류는 붉은색 비율이 높은 조명, 생선은 냉백색 조명을 사용한다. 은행은 파란색을 즐겨 사용한다. 믿음과 신뢰를 주기 때문이다.

연상되게 제품을 배치하는 것은 기본이다. 치약 옆자리에 칫솔을, 스파게티 옆에 소스를 나란히 비치한다. 이케아(IKEA)는 매장을 복잡한 미로처럼 설계하고 있다. 매장 전체를 한길로만 걸으면서 상품들을 보고 또 보게끔 하기 위함이다. 중간에 돌아나갈 생각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지금 어디만큼 왔는지도 알 수 없다. 이때 이케아 레스토랑이 등장한다. 허기진 고객의 상당수는 여기서 주저앉았다. 3시간 넘게 돌아보고 계산을 마치면 절로 기진맥진이다. 그런데 바로 옆에는 1000원짜리 핫도그콤보와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노려보고 있다.

이런 일은 슈퍼마켓과 이케아뿐 아니라 패션 매장, 전자제품 매장, 화장품 및 잡화 매장 등 어디서든 마찬가지다.

저널리스트 플로리안 슈크라발은 “소비자들은 결정한 권리가 없다. 소비자는 얼마든지 조종당할 수 있으며 수요를 창출할 뿐”이라고 말했다. 수요가 공급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지속적으로 소비하는 걸까? 흔한 이유 중 하나인 쇼핑 중독 외에도 인간은 소속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동일한 제품을 입고 먹고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소속감을 드러낸다. 이들에게 소비는 기본적인 사회참여를 위한 도구인 셈이다. 동일한 브랜드를 사용함으로써 집단에 소속해 있다는 편안함을 느낀다. 동시에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 동일한 집단에 소속해 있다는 안전의 욕구와 자신이 개별 존재로 인식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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