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국내 2위 종자업체 동부팜한농 해외 매각 가능성 상승...종자주권 '흔들'

IMF이후 종자회사 매각으로 청양고추 비롯해 국내 종자 30% 로얄티 내
동부팜한농 일본 오릭스에 인수되면 국내 종자 점유율 50%대로 하락

입력 2015-04-07 17:43

동부그룹의 농업부문 계열사인 동부팜한농의 매각이 결정됨에 따라 국내 종자산업이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동부그룹은 지난 달 31일 동부팜한농의 재무적 투자자(FI)들과 계열분리 및 매각에 합의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분리를 신청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10

  

이에 따라 동부팜한농은 스틱인베스트먼트·원익투자파트너스·큐캐피탈파트너스-IBK캐피탈 등 재무적 투자자들이 경영권을 행사한다. 재무적 투자자 추천 인사와 동부팜한농 추천 인사 등 총 7명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본격적인 지분매각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동부팜한농의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기업은 일본계인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코리아(오릭스 PE)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오릭스가 동부팜한농의 재무구조를 관심있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업계에서는 동부팜한농이 오릭스에 인수된다면 국내 종자산업은 외국계 기업과 해외개발 종자의 놀이터가 되고 종자주권이 해외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국내 종자시장은 외환위기 이후 중앙종묘, 흥농종묘, 서울종묘 등이 주요 종자회사들이 모두 해외기업에 매각됐다. 

 

중앙종묘가 1998년 세미니스(멕시코)를 통해 세계 1위 업체인 몬산토에 인수됐다. 

 

1998년 당시 업계 1위로 우리나라 종자산업을 대표했던 흥농종묘도 세미니스에 팔렸다. 

 

1997년 당시 업계 2위였던 서울종묘 역시 스위스계 노바티스에, 4위였던 청원종묘가 일본 사카다종묘에 각각 넘어갔다.


이처럼 주요 종자회사가 넘어가는 바람에 국내에서 판매되는 농작물의 의 30%는 외국 기업에 로얄티를 내고 종자를 사서 써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매운 고추의 대명사로 알려진 청양고추다. 1983년 청양고추 종자를 개발한 중앙종묘가 외환위기 직후 외국기업에 넘어가는 바람에 한국인들은 청양고추를 먹을 때마다 외국에 로열티를 내는 셈이 됐다.
 

청양고추
외국에 종자가 넘어간 대표적 품종인 영양고추

 

이처럼 외국계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인 농우바이오와 동부팜한농이 선두 다툼을 벌이며 국내 종자산업의 명맥을 유지해 왔다. 지난해 국내 채소종자시장 점유율은 농우바이오가 23~24%, 동부팜한농이 19~20% 수준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동부팜한농 마저 해외기업에 매각된다면 국내 종자산업의 주도권이 외국계 기업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동부팜한농이 가지고 있는 종자는 600여 개, 이 종자가 외국 기업으로 넘어갈 경우 우리 종자의 시장 점유율은 55%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창현 한국종자협회장은 “지금까지 동부와 농우의 경쟁체제로 종자업계가 윈윈할 수 있었지만 동부가 해외기업에 매각되면 아무래도 이전보다는 신품종 개발 투자 등에 대한 추진 동력이 약화돼 업계와 농업인들에게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동부팜한농과 함께 국내 종자 시장에서 선두를 다투는 농우바이오가 매물로 나와 종자 주권이 외국에 완전히 뺏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농협경제지주가 인수하면서 논란이 일단락됐다. 

 

 

당시 농협경제지주가 가장 높은 입찰 가격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사모펀드에 인수되면 불거질 수 있는 종자 주권 논란을 해결할 수 있는 점도 작용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것이 농협측의 설명이다.

한편 종자업계에서는 유력 인수 후보인 오릭스 측도 이런 국내 정서를 감안해 국내 투자자들과 컨소시엄 형태로 동부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농우바이오의 한 관계자는 “종자사업에 관심이 많은 한화그룹과 CJ 등이 오릭스와 연대할 것이라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종자주권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 컨소시엄 구성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hj0308@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