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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전기차 판매가격…'배터리 기술'에 달렸다

[테크리포트] 전기차 가성비 시대 이끄는 배터리 기술

입력 2024-02-26 06:02
신문게재 2024-02-2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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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전기차 보급 둔화의 원인으로 높은 판매가격이 지목되면서 완성차·배터리업계의 관심이 전기차 원가하락에 집중되고 있다. 우선 전기차를 구성하고 있는 부품 중 가장 비싼 배터리의 원가를 낮추려는 다양한 시도가 포착된다.


우선 테슬라와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은 ‘원통형 삼원계(NCM 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의 대량생산으로 배터리 원가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반면, 중국 배터리업체는 원자재가격이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단점을 기술개발로 상쇄시키고 있다.



기존 전기차 시장은 주행 거리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혔다. 이에 대부분의 완성차업체들은 주로 NCM 배터리를 주로 선택했다. 하지만 전기차 보급 둔화가 지속되면서 LFP 배터리를 사용해 전기차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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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NCM 배터리도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4680(지름 46㎜·길이 80㎜) 원통형 삼원계 배터리’의 등장이 그 중심이다. 기존의 각형이나 파우치형 배터리는 제조사가 고객사 주문에 맞춰 생산하는 방식으로 생산 공정 구축에 한계를 보였다.

하지만 원통형 배터리는 규격·기준이 있어 생산 표준화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생산능력 극대화와 저렴한 생산원가 실현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4680 배터리’ 수요는 지난해 10GWh 규모에서 오는 2025년 155GWh, 2030년 650GWh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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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 블레이드 배터리(사진제공=BYD)

 

◆저렴하고 안전한 LFP 배터리…기술개발로 주행거리 약점도 상쇄한다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배터리는 NCM 배터리다. 배터리의 4대 구성요소(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중 하나인 양극재로 니켈, 코발트, 망간을 사용해 삼원계 배터리라 불리기도 한다.

양극재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내보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어떤 소재로 구성됐는지에 따라 배터리의 성능에 차이를 불러온다. NCM 배터리는 소재의 특성상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 거리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는 국내 시장에서 전기차 업체들의 주요 선택지였다.

최근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높은 가격으로 보급이 둔화되자 완성차업체들은 비교적 저렴한 LFP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LFP 배터리는 철을 기반으로 공급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NCM 배터리 대비 가격경쟁력이 높다. 또한, 열화현상이 적어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테슬라를 시작으로 폭스바겐, 벤츠, 볼보까지 LFP 배터리를 적용하고 있다. ‘가성비(가격대비 가치)’ 개념이 전기차 시장에도 도입되면서 관심이 높아진 탓이다. LFP 배터리는 중량당 에너지밀도가 낮아 무겁고 짧은 주행거리로 전기차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LFP 배터리의 단점은 중국 배터리업체들의 기술개발로 상쇄됐다. BYD의 경우 배터리 셀을 칼날(Blade)처럼 생긴 길고 평평한 모양으로 제작하고 모듈이라는 중간 과정을 없애고 배터리팩에 바로 담는 CTP(셀투팩, Cell-to-Pack) 방식을 활용해 블레이드 배터리를 개발했다.

블레이드 배터리는 공간을 활용도를 높이고 중량을 최소화하면서 동일한 공간에서 더 많은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에너지 밀도를 개선해 LFP 배터리의 약점이었던 주행거리를 향상시켰다.

LFP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는 국내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우선 테슬라는 지난해 7월 모델 Y를 2000만원 인하해 국내 소비자들의 주된 선택을 받았다. KG모빌리티도 지난해 출시한 토레스 EVX에 LFP 배터리 적용했다. 토레스 EVX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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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형 배터리(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NCM 배터리의 생산 표준화…‘4680 원통형 배터리’ 전기차 가격 낮춘다

NCM 배터리도 진화 중이다. 완성차업계는 ‘4680 원통형 배터리’에 주목하고 있다. 4680 배터리는 지름 46㎜, 길이 80㎜의 원통형 삼원계 배터리다. 그동안 원통형 배터리는 원형 모양으로 인한 빈 공간을 발생시켜 높은 출력이 필요한 전기차에 부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테슬라가 지난 2020년 9월 ‘테슬라 배터리 데이’에서 중대형 원통형 전지인 4680 배터리 개발 목표를 공개했다. 당시 테슬라는 4680 배터리를 규격을 정립해 생산성·비용의 혁신적인 향상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실제 테슬라가 개발하는 4680 원통형 배터리는 이전 2170 원통형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 5배, 출력 6배 개선됐다. 이에 전기차 주행거리는 최대 16% 늘어났으며. 생산 비용은 56% 절감된다고 알려진다. 테슬라는 최근 출시한 사이버트럭에 4680 배터리를 적용했다. 현재 연간 2만4000대의 사이버트럭에 탑재할 수 있는 물량의 4680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통형 배터리는 원통형 캔에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을 말아 넣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기존의 각형, 파우치형 배터리에 비해 생산 비용이 저렴하고 생산 속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각형, 파우치형 배터리는 고객사 주문에 맞춰 생산하는 방식으로 배터리업체는 배터리 생산 공정 구축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였다.

하지만 원통형 배터리가 4680 규격으로 정립될 경우 생산 표준화로 인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배터리 원가는 낮아지게 된다. 이는 완성차업체들은 생산 단가가 낮고 성능이 향상된 4680 배터리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실제 BMW는 오는 2025년 출시할 새 전기차 플랫폼에 4680 원통형 배터리 탑재한다. 또한, GM, 스텔란티스, 볼보, 루시드 등도 자사의 전기차에 4680 배터리나 지름 46mm에 길이가 더 길어진 원통형 배터리 채택을 확정하거나 논의 중이다.

하지만 4680 원통형 배터리의 경우 크기가 커진 만큼 열 방출량이 증가하는 약점이 생긴다. 여기에 배터리 팩 내부에 빈 공간이 많이 생겨 효율성이 떨어지고, 공정 및 용접 난이도가 올라간다. 따라서 4680 원통형 배터리 생산은 그동안 배터리를 연구하고 개발해온 배터리 업체들에게 유리하다는 평가다.

실제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4680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빅차를 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8월부터 청주 오창공장에서 4680 원통형 배터리를 양산한다. 또한,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2170 배터리를 생산하려던 계획을 변경해 4680 배터리 생산을 예고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한 4680 배터리는 테슬라에 공급될 전망이다. 또한, 테슬라 외 다른 고객사와도 공급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삼성SDI는 천안과 말레이시아에 원통형 배터리 생산 라인을 구축했다. 본격적인 양산은 2026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후발주자인 SK온도 4680 원통형 배터리 개발을 공식화하고 개발 및 양산 준비에 나섰다. 일본의 파나소닉도 4680 원통형 배터리를 오는 4월부터 9월 생산을 목표로 개발을 준비 중에 있다. 이외에 중국 CATL, BYD, EVE에너지 등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시장은 대중화 이전 침체기인 캐즘(Chasm)의 시기와 고금리 및 경기침체 여파가 겹치면서 시장의 수요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 본격적인 전동화 전환을 위해서는 전기차 가격 인하가 절실하다. 업계에서는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위해서는 LFP 배터리의 기술 개발과과 함께 생산 표준화로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4680 원통형 배터리의 양산 기술 확보가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김태준 기자 tjki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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