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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인터배터리로 본 업계 관심사 ‘셀투팩’…“싼데 멀리 나가네”

[테크리포트] 모듈이 차지하던 공간 셀로 채워…에너지 밀도·주행거리 높이고 제조원가는 ↓

입력 2024-03-11 06:45
신문게재 2024-03-11 12면

인터배터리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에 참가한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의 부스 전경.(사진=도수화 기자)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코엑스에서 진행된 ‘인터배터리 2024’의 화두 중 하나는 ‘셀투팩’(CTP·Cell To Pack)이었다. 인터배터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배터리산업 전시회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2곳인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과 삼성SDI는 사흘간 약 12만명이 다녀간 이번 행사에서 자사의 셀투팩 기술을 소개하는 모형을 각 전시관 중앙에 배치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배터리 구성에서 모듈 단계 제거한 셀투팩(CTP)…업계 주목하는 이유




전기차 배터리는 셀, 모듈, 팩의 단계로 구성된다. 셀투팩은 다수의 셀이 모듈을 이루고, 모듈이 패키지를 이루는 기존 배터리와 다르게 모듈을 생략하고 셀을 바로 팩에 조립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배터리 생산 과정을 간소화하고, 모듈이 차지하던 공간을 셀로 채우는 만큼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와 성능을 향상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주로 중국 업체들이 셀투팩 타입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TL은 지난 2022년 1회 충전 시 1000km를 주행하는 ‘기린 배터리’를 공개하며 2023년 양산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기린 배터리는 셀투팩 기술을 적용한 배터리다. CATL은 이 배터리의 주행거리가 국내 배터리업체가 개발 중인 4680(지름 46㎜·높이 80㎜) 배터리보다 높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CATL 외에도 중국 BYD는 KG모빌리티의 토레스 EVX 전기차에 셀투팩 기반 블레이드 배터리를 공급하는 등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블레이드 배터리는 단위 면적당 에너지 밀도를 20%가량 개선,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약점인 주행거리를 향상시켰다는 평가다.

화재 안정성도 부각되고 있다. KG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부산의 한 도로를 달리던 토레스 EVX에 불이 옮겨붙는 화재 사고가 발생했지만, 차량에 탑재된 LFP 블레이드 배터리 상태는 문제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당시 회사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LFP 블레이드 배터리는 셀투팩 공법으로 셀을 촘촘하게 적재하고 셀과 팩의 접합을 보강해 외부 충격에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셀투팩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며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인터배터리 2024’에서도 이러한 의지를 반영하듯 LG엔솔은 파우치형 셀투팩 기술을 처음으로 선보였으며, 삼성SDI는 각형 셀투팩 기술을 소개했다.



◇CEO도 자신하는 셀투팩 기술, “경쟁사보다 가볍고 멀리 가”


현장사진2. LG에너지솔루션 셀투팩(CTP) 자동차 목업(Mock-up)
LG에너지솔루션의 셀투팩(CTP) 기술을 탑재한 자동차 목업.(사진=도수화 기자)

 

LG엔솔의 인터배터리 전시공간 중앙에 자리 잡은 자동차 목업(Mock-up, 실물모형)에는 셀투팩 기술을 적용한 배터리가 장착됐다. 회사 관계자는 “LG엔솔이 개발한 파우치형 셀투팩은 파우치 셀의 가벼운 무게 특성을 가져가면서도 팩 강성을 높이고 열 전이 방지 기술을 적용해 안정성을 강화했다”며 “팩을 구성하는 부품은 줄이고 공정을 단순화해 제조원가를 절감하고 가격 경쟁력도 높였다”고 설명했다. 중국 CATL 등은 주로 각형 배터리에 셀투팩 기술을 적용해왔지만 LG엔솔은 더 가볍고 에너지 밀도가 높은 파우치팩 특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LG엔솔의 최고경영자(CEO)인 김동명 사장도 지난 6일 방문한 인터배터리에서 자사의 셀투팩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사장은 이날 전시회에서 본 제품 중 가장 인상 깊은 제품으로 자사 파우치형 셀투팩을 꼽으며 “경쟁사보다 가볍고 멀리 갈 수 있으면서, 비슷한 수준의 원가를 유지했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또 완성차 업체와의 셀투팩 공급 계약에 관해서는 “많이 논의하고 있다”며 “결과가 나오면 공유하겠다”고 답했다. 

 

삼성SID
‘인터배터리 2024’ 삼성SDI 부스에 전시된 셀투팩(CTP) 기반 전기차 배터리팩 전시물.(사진=도수화 기자)

 

삼성SDI는 인터배터리 부스 중앙에 셀투팩 기술을 내세운 전시 모형을 배치했다. 삼성SDI의 각형 기반 셀투팩은 부품 개수는 35% 이상 줄이고 무게는 20% 줄였다. 이를 통해 동일한 부피에서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비용 절감에 기여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SK온은 이번 인터배터리에서 셀투팩 기술 대신 진화한 급속충전 기술을 갖춘 어드밴스드 SF 배터리, 저온 성능을 개선한 ‘윈터 프로’ LFP 배터리 등을 소개했다. SK온은 이미 작년 인터배터리에서 셀투팩 관련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당시 SK온은 배터리 셀에서 팩 전체로 화재가 번지지 않도록 열을 차단하는 ‘S-Pack(에스팩)’ 모형을 통해 셀투팩 기술을 공개했다.



◇중국의 맹추격…K-배터리, 경쟁력 확보에 ‘고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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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같은 셀투팩 기술을 비롯, 국내 배터리업계는 중국의 기술 추격을 따돌릴 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분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 판매된 글로벌(중국 제외) 전기차(EV·PHEV· HEV)에 탑재된 배터리 총 사용량 중 점유율 1위는 25.8%로 CATL이 차지했다. LG엔솔은 점유율 24.4%로 2위를 차지했으며 일본 파나소닉이 13.6%로 3위에 올랐다. 삼성SDI와 SK온은 각각 4위, 5위였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보면 LG엔솔이 비(非)중국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삼성SDI, SK온을 합한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 합계는 48.6%로 전년 대비 5.3%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가격 중심’으로 전환된 전기차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완성차업체들의 움직임에 따라 배터리 업체들도 경쟁력 있는 기술 개발에 고삐를 죌 수밖에 없게 됐다는 분석이다.

도수화 기자 do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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