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비바100] "누구나 사고 수준에 맞는 공정한 보상을 받도록 돕겠습니다"

[스타트업] AI로 교통사고 피해자를 돕는 기업 '사고링크'

입력 2024-07-15 09:15
신문게재 2024-07-15 11면

송필재 사고링크 대표
송필재 사고링크 대표. (사진제공=사고링크)

 

교통사고는 우리 주위에서 매우 쉽게 볼 수 있는 사고 중 하나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로 인한 사고건수는 19만 8296건, 사망자 수는 2551명, 부상자 수는 28만 3799명에 달했다. 역대 최다 사망자 수를 기록한 1991년(1만 3429명)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감소했지만 여전히 매년 2500명 이상의 사람들이 교통사고로 소중한 목숨을 잃고 있다. 또한, 부상자 수는 소폭이지만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교통사고를 대비해 많은 사람들이 보험에 가입한다. 하지만, 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보험사로부터 만족할 만한 수준의 보험금을 받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 보험사는 최대한 적게 보험금을 지급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보험사와 가입자 간 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내 스타트업이 교통사고 피해자들이 제대로 보상받도록 돕는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를 제공해 눈길을 끌고 있다. 스타트업 사고링크는 피해자가 교통사고 보상금 문제를 쉽게 해결하도록 온라인 손해사정 플랫폼 ‘사고링크’를 개발·서비스 중이다.

과거 보험사에서 대인손해보상 및 자동차업무 기획 파트에서 근무한 송필재 사고링크 대표는 보험금을 산정하고 지급하는 과정 자체가 개개인의 사고 유형과 피해 내용보다 피해자의 보험 지식 수준과 성향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 매우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송 대표는 “합의금에 관련된 정보를 가지지 못한 할머니께는 80만원을, 경미한 사고지만 합의금에 대한 정보가 충분한 30대 젊은이에게는 150만원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을 직접 겪으면서 누구나 사고에 맞게 공정한 보상을 받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며 “퇴사 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 교통사고 피해자들이 제대로 보상받도록 돕는 서비스 사고링크를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AI 손해사정 서비스
사고링크의 AI 손해사정 서비스 단계별 과정. (이미지제공=사고링크)

 

지난해 9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사고링크는 교통사고 피해자 10만명의 누적 데이터를 분석해 예상 보상금을 산출한다. 이를 기반으로 교통사고 피해자는 AI 고객 상담매니저와 상담한 후 자신이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을 예상할 수 있다. 실제 실익이 발생하는 경우에만 손해사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피해자는 불필요한 감정 소모 없이 합리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송 대표는 설명했다.

송 대표는 “기존 손해사정사들은 대부분 후유장해(사고자 질병이 치유된 후에도 신체에 남아 있는 영구적인 정신 또는 육체의 훼손상태)가 발생하는, 쉽게 말하면 손해사정사에게 돈이 되는 중상건 위주로만 맡으려 한다. 하지만, 교통사고의 95%는 경상 피해자”라며 “사업을 시작할 때 다수의 고객이 공정하게 보상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 교통사고 후유증을 최소화하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방향으로 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무래도 돈과 연관된 서비스다 보니 처음부터 서비스가 원활히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부터 시작해 손해사정서 전송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법률적인 검토를 진행해야 했고, 유관기관 해석부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까지 다각도로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시장 자체가 보수적이다 보니 새로운 시도에 대해 배타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도 많았다.

사고링크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에만 5번 이상 금융감독원과 오프라인 미팅을 진행했으며, 대형 로펌과 법률검토를 완료하고 금융위원회의 법령을 해석하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대비책을 마련했다. 현재 사고링크는 특별한 문제없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법률적인 이슈가 될 수 있는 사례를 별도로 구분해 유사시 대응 방안도 마련한 상태다.

피해자와 보험사 간 갈등이 심화돼 어려워진 문제를 해결한 사례도 나왔다. 해당 교통사고 피해자의 경우 충분히 보험금을 산정할 수 있음에도 사고 초기 보험사 담당자에게 지속적으로 욕설을 하는 바람에 보험사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사고링크는 피해자의 수임에 응대하는 한편, 손해사정과 별도로 보험사 담당자가 억울했던 부분에 대해 위로를 전하면서 양쪽의 문제를 원활히 해결했다.

현재 사고링크 서비스에 대해 서비스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이용자들은 “수수료가 합리적”, “과정이 간편하다”, “보험사 직원과 직접 다툴 필요가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온라인·모바일 서비스에 친숙한 MZ세대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 송 대표의 설명이다.

송 대표는 “30년 넘게 관행적으로 진행되던 일을 사고링크만의 서비스로 바꾸려다 보니 여러 가지 부딪힘이 많았다”며 “다행히 업계의 많은 분들이 이해하고 응원해 주셔서 현재는 고객분들의 높은 만족도와 동시에 합리적인 손해사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 지급
현재 보험사들은 교통사고를 빙자해 보험금을 타는 일명 ‘나이롱환자(가짜 환자)’의 급증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교통사고 피해자 중에는 사고로 인한 충격이 덜함에도 더 많은 보험금을 수령하고자 불필요한 한방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는다. 이러한 과잉 진료가 끊이지 않아 보험금 누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는 2014년 2722억원에서 지난해 1조 4888억원으로 10년 새 5.5배 폭증했다.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으로 보면 같은 기간 약침은 143억원에서 1551억원으로 10.8배나 증가했다. 물리요법의 경우 83억원에서 642억원으로 7.7배, 첩약은 747억원에서 2782억원으로 3.7배 늘었다.

특히, 한방병·의원의 교통사고 환자 수는 일반 병·의원 환자 수를 추월했다. 2019년에는 일반 병·의원의 교통사고 환자 수가 한방 환자 수보다 약 64만명 많았으나 2022년을 기점으로 역전했다. 지난해 한방 환자 수는 162만 8905명에 달해 일반 병·의원 환자 수(145만 265명)보다 18만명가량 많다. 10년 새 자동차 보험을 청구하는 한방병원도 138.4%로 급증했다.

사고링크는 AI 손해사정을 통해 불필요한 치료 과정 없이 정말 아픈 사람이 합리적으로 치료를 받고, 아프지 않은 사람은 합리적으로 보험금이 산정되도록 돕고 있다. 덕분에 정부와 보험업계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정부의 여러 지원사업에 선정됐으며, 디지털 손해보험을 지향하는 몇몇 보험사로부터 사고링크의 AI 손해사정을 접목하는 방안 등 다각도로 협력 방안을 모색 중이다.

송 대표는 “한의학 업계 역시 억울한 부분이 많다. 대부분의 한방병·의원장님들은 사고로 인해 불편한 분들만 치료하고 싶지만 경미한 사고로 찾아온 피해자 분들의 치료를 거부할 수 없어 본의 아니게 사회적 오명을 쓰고 있다”며 “저희는 하루 빨리 시장에서 성장해 합리적인 보험금 시장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사고링크
(이미지제공=사고링크)

 

현재 사고링크는 교통사고 피해자를 위한 AI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자체적으로 수집한 방대한 사고 및 보상 데이터를 정교하게 가공해 실제와 매우 흡사한 예상 합의금을 산출하는 고성능 모델을 훈련시키는 중이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구글이 국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지원 프로그램 ‘창구’ 6기에 선정된 사고링크는 구글 클라우드에서 제공하는 AutoML, 버텍스 AI 등을 활용해 효율적인 연구개발(R&D) 활동을 이어나감과 동시에 소비자가 사고링크를 더욱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서비스를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올하반기에는 교통사고를 넘어 여러 가지 사고나 질병에 대한 AI 손해사정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다친 사람 누구나 쉽게 손해사정 서비스를 받도록 돕는 것이 송 대표의 목표다. 송 대표는 사고링크를 보험 영역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솔루션으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송 대표는 “우리나라 보험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시장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보험 시장에서 AI 손해사정이 검증된다면 어느 나라에서도 통할 수 있다”며 “이 시장은 전 세계 어느 누구도 선점하지 못했다. 저희가 가장 먼저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박준영 기자 pjy60@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