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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포통장'과의 전쟁에··· 고객들 '범죄자 취급' 불만 폭발

"빈대 잡으려 초가 태우는 격" vs "범죄 막기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

입력 2015-04-08 17:50

#. 최근 직장을 이직한 A씨. A씨는 회사에서 급여를 위해 새로운 계좌를 만들어 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전에 다니던 회사와 주거래은행이 달라 통장을 새로 만들어야 했던 것. 이에 A씨는 통장 개설을 위해 옮긴 회사 주거래은행 지점을 방문했다.

 

A씨가 계좌개설을 의뢰하자 은행 직원은 왜 통장을 만드냐고 물었다. 이직을 해서 통장을 새로 만드는 것이라는 A의 답변을 듣고서 통장개설 작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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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우체국 직원들이 대포통장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직원이 금융사기범의 대포통장을 부수고 있다. (사진제공=우정사업본부)

 

과거에는 계좌개설을 할 때 쉽게 됐지만 계좌 개설을 위해 ‘금융거래목적 확인서’를 써야 했

다. A씨는 계좌 하나 만드는 데 마치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았다.



A씨는 “몇 분이면 되는 통장개설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 졌다”며 “대포통장을 근절해야 한다는 내용에는 공감하지만 나를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고 설명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은 이른바 ‘대포통장’을 근절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들은 대포통장을 줄여야 한다는 필요성은 동의하면서도 범죄자로 의심받아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은행들은 대포통장 근절 위해 가장 먼저 ‘자유 입출금식 계좌 개설’ 요건을 강화했다. 기존에는 통장을 만들기 위해 신분증만 있으면 계좌개설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예금계좌 개설기준이 강화됐다. 신규 통장뿐만 아니라 사용하지 않던 통장의 재발행 절차 역시 강화됐다. 은행들은 또 대포통장을 없애기 위해 신규 개설하는 소비자들에게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조직적으로 대포통장을 사들여 범죄에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일부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A씨 사례처럼 이직이나 취업 등의 문제로 자유 입출금식 계좌가 개설이 필요한 경우가 있지만 이 과정에서도 은행원들의 ‘의심’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내가 범죄자로 보이냐’며 항의하는 고객들이 있다”며 “대포통장을 근절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양해를 부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저축은행 등은 이 같은 대포통장 근절대책에 대한 피로도가 더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뜩이나 은행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인도가 낮은데 고객에게 꼬치꼬치 통장 개설 목적을 묻다 보니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거래목적 확인서를 내밀면 ‘왜 이런 것을 해야 하느냐’며 화를 내는 고객도 있다”며 “제도가 그렇게 바뀌었다고 얘기해도 ‘저축은행에서 사람을 우습게 본다’며 은행과 비교하는 고객들도 있어 고충이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이 대포통장 근절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지만 대포통장은 줄어들지 않아 고심은 더 커진다.

금감원과 은행들은 대포통장 근절을 위해 지연인출제도, 대포통장 근절 종합대책, 신분증 진위확인 통합서비스, 대포통장 의심거래자 예금통장 개설절차 강화 등을 시행했다. 

 

그러나 지난 2014년 대포통장은 4만5000건으로 전년에 비해 16.3% 증가했다. 과거 농협단위조합이나 우체국, 증권사에서 주로 발생했던 대포통장이 금감원 감독이 강화된 이후 은행권으로 돌아오는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의심거래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등으로 신규 개설보다 기존 통장 활용이 증가하면서 오히려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대포통장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 금융소비자들은 대포통장이 중대한 범죄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대포통장 근절을 위해서는 고객의 의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상목 기자 ss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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