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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2080] 노년의 심장판막, 가장 유리한 재생 방법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홍그루 교수가 전하는 심장판막질환의 치료법과 대치법

입력 2024-07-15 07:45

홍그루 교수
홍그루 교수. 사진제공=세브란스병원

 

심장판막질환은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증가하는 질환이다. 심장에서 분당 4ℓ씩 뿜어나오는 혈액이 역류하지 않고 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해 주는 것이 4개의 심장판막이다. 노화 등으로 인해 심장판막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나타나는 것이 심장판막질환이다. 다행히 진단 기법이 발전해 조기 진단이 많아지고, 다양한 치료 기법이 개발된 덕분에 치료 성공률도 높아지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의 홍그루 교수가 전하는 심장판막질환의 치료법과 대치법을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해 소개한다.




- 심장판막질환이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


“심장은 4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방과 방 사이에는 판막이 존재한다. 판막은 심장 안에서 혈액이 섞이지 않고 한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심장 내에도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의 승모판막,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의 대동맥판막, 우심방과 우심실 사이의 삼첨판막, 그리고 우심실과 폐동맥 사이의 폐동맥판막이 있다. 이러한 판막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심장판막질환이다.”

- ‘심장병’ 하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이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판막에도 문제가 많이 생기나.

“심장판막 중 대동맥판막은 하루에도 10만 번씩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한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히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고령화 사회에 최근들어 심장판막질환이 늘어나고 있다. 판막이 고장이 나면 수술이나 시술, 약물치료 등을 한다. 자동차 엔진처럼, 문제가 있는데도 차가 움직인다고 계속 쓰다 보면 과부하가 걸려 결국 작은 부품 하나 때문에 전체 엔진이 망가지고 고칠 수가 없게 된다.”

- 심장판막의 기능 이상에는 어떤 유형들이 있나.


“판막이 완전히 열리지 않아 혈액이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는 협착증, 판막이 닫혀야 하는 순간에 완전히 닫히지 않아 혈액이 틈새를 통해 반대 방향으로 역류하는 폐쇄부전증이 있다. 일부 환자에서는 하나의 판막에 두 증상이 모두 나타날 수도 있다. 선천적, 후천적 요인이 모두 있다. 예전에는 류마티스 열에 의한 판막 손상이 후천적 판막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이었으나, 항생제나 영양 개선 등으로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요즘은 노화에 따른 퇴행성 판막질환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

- 판막질환은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고 들었다. 어떤 증상으로 알 수 있나.


“그렇다. 그래서 증상이 보이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공통적인 증상은 피로감과 호흡곤란이다. 더 악화되면 평소에도 쉽게 숨이 차기도 한다. 조금만 움직여도 맥박이 빨라지거나 불규칙해지고, 이로 인한 두근거림이나 가슴 답답함 등을 겪는다. 대동맥판막이 좁아져 있으면 전신으로 피를 전달하는 데 문제가 생겨 가슴 통증이나 어지러움, 심한 경우 실신까지 경험하기도 한다. 몸이 부어 체중이 늘거나 종아리와 발목을 누르면 누른 자국이 오래 남는 증상이나 탈수감, 배가 부른 느낌, 소화가 잘 안되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 판막에 이상이 발견되면 곧바로 손을 보는 것이 좋은가.

“그렇지는 않다. 심장판막질환이 있더라도 일상생활에 별다른 문제가 없고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면 1-2년마다 심초음파검사를 시행해 판막 손상의 진행 정도를 평가한다. 중증의 심장판막질환이라도 의외로 많은 환자들이 아무런 증상 없이 잘 지낼 수 있다. 이런 무증상 환자들은 심초음파검사를 통해 심장기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거나 심장의 크기가 크게 증가한 경우에만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전문의료진의 정확한 심장기능 평가 후에 신중하게 치료 방침을 결정해야 한다.”

- 고령 환자는 심장판막 수술이 위험한가.

“최근에는 80세가 넘는 고령의 심장판막 환자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런 분들에게는 개심술을 통한 심장판막 수술은 위험성이 높을 수 있다. 요즘은 부분마취나 수면마취 후 대동맥판막 치환술을 할 수 있는 타비(TAVI) 시술과 승모판막 클립시술이 인기다. 회복도 빠르고, 90세 이상의 고령환자에서도 비교적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다. 다만, 수술에 비해 완벽성과 내구성이 떨어지고 비용이 더 비쌀 수 있다. 수술과 시술은 각기 장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에 반드시 경험 있는 심장판막 전문의와 상담하여 치료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 나이가 많으면 심장판막 수술이나 시술 자체가 어렵지 않나.

“요즘은 90세, 100세가 넘으신 분들도 부분 마취 시술을 통해 판막을 교체하거나 고친다. 나이가 크게 상관 없어졌다는 것이다. 80세, 90세가 돼도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 분이라면, 판막질환으로 생기는 문제들은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 심장 전문의들은 수술과 시술을 놓고 환자에게 미치는 이득과 위험을 철저하게 따진다. 80세 이상에서는 가슴을 절개해 심장을 멈추고 인공판막을 넣는 수술의 위험성이 커서 가급적 시술을 권한다. 시술 방법도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TAVI), 승모판막 클립 시술, 풍선 확장술 등 매우 다양하다.”

- 그렇다면 심장판막질환의 문제는 이제 극복되었다고 보면 되나.

“극복해가는 과정 중이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도 이미 TAVI 시술을 시작한 지 10년 이상이 되었고, 대동맥판막 협착증뿐만 아니라 폐동맥판막 협착 및 역류증에서도 시술을 통해 판막을 치환하고 있다. 앞으로 대동맥판막 역류증에도 TAVI 시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고난도 시술인 경피적 승모판막 클립 시술(Mitral Clip)도 활발하게 시행하고 있다. 향후 삼첨판막 역류증 등 다른 난치성 판막질환들도 수술하지 않고 점점 더 시술로 치료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 판막질환 진단에 필수적인 검사는 어떤 것인가.

“심초음파검사가 판막질환의 정도와 유무 판별에 매우 필수적이고 중요하다. 경흉부 및 경식도 심초음파검사를 통해 각 심방과 심실의 운동 모습과 크기, 판막의 모양과 열리고 닫히는 모습을 분석한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심장판막의 모습을 정확하게 평가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그래서 식도에 내시경처럼 생긴 관을 넣어 검사하는 경식도 심초음파검사가 매우 유용하다. 추가적으로 CT나 MRI를 활용해 심장, 판막, 주요 혈관, 그외 구조(심낭)의 기능과 해부학적 모습을 평가하고 심장판막질환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도 있다.”

- 심장판막의 기능 저하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심장판막을 오랫동안 사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혈압과 체중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다. 혈압과 맥박의 조절은 심장판막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준다. 혈압이 잘 조절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면 심장판막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심장판막 질환으로 치료나 관리 중일 때는 힘든 활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발치나 침습적 치료를 받을 경우 감염성 심내막염이 합병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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