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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김성태 회장 "전기차, 캐즘 아닌 보편화 단계…배터리 안전표준마진 도입해야"

[브릿지 초대석] 김성태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 회장
전기차 판매량 늘리려면 소비자 인식부터 개선해야
충전 인프라 문제는 여전…점검·개선 총력

입력 2024-07-16 06:00
신문게재 2024-07-16 12면

[브릿지초대석]김성태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장
김성태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장이 8일 브릿지경제와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년의 도로는 변화로 가득하다. 아스팔트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세단, 조용히 도로를 누비는 SUV.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전기차라는 혁신적 존재다. 한때 SF 영화의 한 장면 같았던 전기차들이 이제 우리의 일상 풍경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 변혁의 이면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국내 자동차 브랜드들의 고전, 소비자들의 뿌리 깊은 편견, 그리고 불편한 충전 인프라 등이 그것이다. 전기차 시장은 마치 성장통을 앓는 청소년처럼 급성장하면서 파생되는 여러 문제들과 씨름하고 있다.

최근 통계는 이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산 전기차의 판매는 주춤한 반면, 수입 전기차는 마치 질주하는 빠르게 늘고 있다. 이는 시장 확대라는 긍정적 신호와 함께 국내 업체들에게 위기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걸림돌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다. “충전소가 부족하다”, “화재 위험이 크다”, “주행거리가 짧다”고 되풀이한다.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대표적인 요인들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들은 현실과 얼마나 일치할까.

전기차는 단순한 교통수단의 변화를 넘어 우리의 생활방식과 도시의 모습, 그리고 지구의 미래까지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혁신적 기술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흐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해야 할까.

성장과 도전이 공존하는 이 시점에서, 김성태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 회장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국내 전기차 시장의 현황, 문제점, 그리고 향후 방향성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았다. 그의 눈을 통해 전기차 시장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우리가 마주한 도전과 기회를 들여다보자.



◇전기차 시장, 캐즘 아닌 보편화 단계로의 진입


김성태 회장은 현재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이 아닌 ‘보편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1~5월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신규 등록대수는 2만6148대로 전년 대비 50.51% 급감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수입전기차 판매량은 2만507대로 전년 대비 무려 96%나 증가했다. 이는 전기차가 얼리어답터를 넘어 보편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국내 브랜드의 위기이자 기회로 해석된다. 김 회장은 “국내 브랜드의 판매 감소는 우려되는 부분이지만, 전체 시장의 성장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설명했다. 특히 수입 브랜드의 성장에 대해 “외산 브랜드가 보조금 없이도 판매량이 늘고 있다는 것은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실질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내 전기차 시장의 다양성에 대해서는 “테슬라의 성장세가 주춤한 반면, 다른 브랜드들이 성장하고 있으며, 중국 브랜드의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BYD의 한국 시장 진출 전략을 보면 그들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이는 우리 시장이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의미“라고 봤다.

충전 인프라 측면에서도 한국은 세계적 수준이다. 김 회장은 “매년 IEA가 발표하는 충전인프라 지수, 즉 차충비(차량 대비 충전기 비율)를 보면, 2023년 기준 세계 평균이 10, 유럽이 8인데 반해 대한민국은 1.8이다. 이는 대한민국만큼 전기차 타기 좋은 나라가 없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충전 패턴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점을 지적했다. “실제 전기차 사용자들은 급속보다 완속을 더 선호한다. 이는 자신의 직장이나 거주지에 설치된 완속충전기를 이용하면서 주차도 동시에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패턴은 전기차가 일상 생활에 얼마나 잘 융합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다.

 

[브릿지초대석]김성태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장

김성태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장이 8일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전기차, 내연기관차보다 위험하다는 인식부터 개선해야

그러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다. 김 회장은 구체적인 통계를 제시하며 이를 반박했다. “소방관 출신 오영환 의원실이 2023년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3년 5월까지 집계된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내연차 화재 발생 건수는 각각 124건, 151건, 2만3235건이다. 전기차 화재로 1명이 사망한 반면, 내연차 화재로는 188명이 사망했다. 이를 보면 전기차가 더 위험하다는 인식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전기차 화재의 주요 원인과 예방책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전기차 화재의 주요 원인은 과충전이다. 과충전으로 인해 배터리가 팽창하고, 불안전한 화학작용으로 열이 발생하면서 화재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안전표준마진’ 도입과 PLC(전력선 통신) 기능이 탑재된 화재예방 완속충전기 보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사용자와 비사용자 간의 인식 격차다. 김 회장은 “전기차 사용자의 91%가 ‘아주 만족한다’고 답변한 반면, 비사용자의 41%는 전기차에 대해 부정적이다. 이러한 인식 차이가 시장 확대의 주요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전 인프라의 질적 개선도 필요한 상황이다. 김 회장은 “충전소의 고장이나 불편사항 등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우리 협회는 2017년부터 ‘전기차 충전지킴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전기차 이용자들이 직접 전국의 충전소를 점검하고 개선사항을 보고하는 활동”이라고 소개했다.



◇안전표준마진 도입으로 화재 가능성 낮춰야


김 회장은 앞으로의 주요 과제로 안전 강화와 인식 개선을 꼽았다.

안전 강화를 위해 ‘안전표준마진’ 도입과 PLC(전력선 통신) 기능이 탑재된 화재예방 완속충전기 보급을 제안했다. 그는 “전기차 충전기의 90%가 완속 충전기인데, 화재의 99%가 이 완속 충전기에서 발생한다. 이는 완속 충전기에 PLC 기능이 없어 과충전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800억원을 투입해 화재예방 충전기 보급을 추진 중인데, 특히 지하 주차장 등에 우선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해결책도 제시했다. 김 회장은 “실제 충전량과 표기량 사이의 갭을 안전마진으로 설정하고, 이를 규격화하거나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독일 3사의 경우 충전 중 화재 사례가 없는데, 이는 적절한 안전마진 설정 덕분”이라고 말했다.

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 제공과 홍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전용차선’ 같은 인센티브도 필요하겠지만, 지금 제일 먼저 시행해야 할 것은 인식 개선이라며 전기차가 위험하고 불편하다는 오해를 불식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또한 전기차에 대한 오해 중 하나인 급발진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급발진으로 인정된 사례가 전기차나 내연기관차를 포함해 단 한 건도 없다. 이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오해가 계속 퍼지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 이라고 덧붙였다.



◇전고체 배터리 기술, 안전성 향상시킬 열쇠


김 회장은 전기차 기술의 미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2025년 전후로 상용화될 예정이다. 토요타,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전기차의 주행거리와 안전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그는 배터리 기술의 발전이 전기차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전망했다.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배터리 교체 방식의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 배터리 성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 충전 시간과 주행거리 문제가 대부분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책적 지원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각국 정부가 수십조 원을 들여 전기차를 보급하는 이유는 탄소 배출 감축 때문이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감축하지 않으면 국제적으로 큰 경제적 패널티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전기차 산업을 단순히 경제적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환경을 위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의 동향에 대해서는 “미국 시장은 정치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 바이든 행정부의 향방과 차기 정권의 성향에 따라 전기차 산업이 크게 영향받을 수 있다. 특히 2025~2026년 전기차 관련 공장들이 완공되면 시장이 레드오션화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전기차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라고 언급했다.

 

[브릿지초대석]김성태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장

김성태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장이 8일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노력

전기차 산업은 단순히 자동차 산업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산업, 도시 계획, 그리고 우리의 생활 방식까지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전기차란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우리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선택으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의 후손을 위한 기술인 만큼 전기차의 불씨를 꺼뜨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 협장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도전과 기회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올바른 정책과 인식 개선, 그리고 지속적인 기술 발전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전기차 산업이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그리고 우리의 일상과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된다. 전기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우리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선택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이 변화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전기차 시장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도전과 기회를 명확히 볼 수 있었다. 전기차는 단순한 교통수단의 변화를 넘어 우리 사회와 환경, 그리고 미래 세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중요한 기술임이 분명해 보인다.

대담=송남석 산업IT부 국장 songnim@viva100.com
정리=정은지 기자 blue@viva100.com


◇김성태 회장은
김성태 회장은 가천대학교 게임학 석사를 취득했다. 이어 2015년부터 2016년 8월 까지 전기차시민연대 대표, 2016년 9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전기차사용자포럼(EVuff) 공동대표를 거쳐 2017년 9월 사단법인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 초대회장에 취임했다. 현재 환경부 전기차충전발전협의회와 사단법인 한국모빌리티산업협회 친환경분과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관련 학술 논문은 ‘보다 나은 전기차 사용환경을 위하여’(대한전기학회 학술논문 2019년)가 있으며, 관련 저서는 ‘전기차 사용자가 전해주는 전기차 이야기’(2019, 세종도서)가 있다.

2014년부터 전기차를 타고 있으며 2021년에는 국정감사 환노위 참고인으로 출석, 국내 충전인프라 환경 개선에 대한 노력을 당부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2021년 12월 환경부 장관 표창을 수여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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